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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러시아의 국경 협약

북한·중국·러시아의 국경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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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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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섭(조선일보 논설위원)

몇 년 전 북한 신의주 건너편인 중국 단동의 압록강에 있는 섬 위화도를 배를 타고 돌아 본 적이 있었다. 이성계의 역사적 회군이 있었던 위화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었다. 안내자에게 "압록강에 다른 섬들도 있느냐"고 묻자, 큰 섬은 40여개고, 작은 섬들까지 합치면 200여개나 된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다. 압록강에 그렇게 섬이 많다니?. "섬들은 누구 땅이냐"는 말에 북한과 중국이 반반쯤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북한과 중국은 어떻게 국경협약을 맺었고, 압록강과 두만강에 있는 수많은 섬들은 어떤 기준으로 소유권을 정했을까. 끊임없는 의문이 솟구쳤지만 아무도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국경 문제가 최근들어 한꺼번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동쪽 끝 섬 독도를 일본은 자기네 땅이라며 교과서에 싣기로 하고, 중국은 남쪽 끝 섬인 우리의 이어도를 국가해양국 산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 국경선을 다시 긋는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과연 북한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둔 중국, 러시아와 어떻게 국경협약을 맺었을까.

해양법 학자들이 유엔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옛 소련과는 1957년, 중국과는 1962년에 국경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압록강과 두만강의 국경선은 중국과 러시아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해졌다. 중국과는 강을 공유하천으로 하고 양안을 국경선으로 삼았다. 러시아는 이와달리 강의 중간지점을 경계로 삼아 상대방 국가의 허락없이 강의 중간지점을 넘어올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섬과 사주(모래톱)들이다. 압록강 250개의 섬과 사주 중 127개, 두만강 246개 섬·사주 중 137개가 북한 땅이다. 절반가량이 북한 땅이다. 섬 영유권은 경계선을 그을 당시 그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의 숫자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등을 따져 결정했다고 한다.

러시아와는 접경인 두만강에 섬이 17개가 있는데 이중 1개만 러시아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북한땅이라고 한다. 이순신장군이 3년여 있으면서 여진족을 쫓아냈던 녹둔도는 두만강의 잦은 범람으로 인한 토사의 퇴적으로 물길이 줄어 고종 때 아예 러시아 땅에 붙게 돼 '이름뿐인 섬'이 됐다. 그나마 1860년 청·러의 베이징 조약에 의해 일방적으로 러시아로 넘어가 버렸다.  

압록강과 두만강은 홍수 등으로 범람이 심해 국경선이 변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과는 2년마다 한번씩 국경측량을 하고, 러시아와는 10년마다 국경선을 공동 검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산과 천지는 북한이 6·25참전 댓가로 중국측에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중국 쪽의 설명은 다르다. 천지는 약 55%가 북한이고, 45%가 중국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당시 협상에서 북한이 국장(國章)에 백두산 천지가 있다며 나라의 상징이라고 주장해 주은래가 많이 양보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은래 공덕비가 북한에 세워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국경협약을 맺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란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밀려 압록강과 두만강에 제대로 국경선을 그었는지 실제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는 역사상 우리 손으로 국경선을 그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과 백두산 정계비를 세운 것이 거의 유일하다.

북한이 체결한 국경협약을 우리가 통일이 된 이후에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논란이 많다. 일부에서는 새로 협약을 맺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기존의 국경협약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중국 러시아가 모두 통일을 방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영토분쟁은 협상과 담판에 의한 해결이 최우선이다. 녹둔도를 청·러가 러시아에 그냥 넘겨주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대항조차 못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력을 키우고 정부 뿐만 아니라 학계, 민간단체, 언론까지 나서 역사적 자료 수집을 강화하고 국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길 밖에 없다.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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