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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100년…의료계 선각자 발굴을 기대한다
의협 100년…의료계 선각자 발굴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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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2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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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섭(조선일보 논설위원)

 

서울은 600년 역사의 고도(古都)라고 하지만 역사의 흔적은 초라하다. 조선시대 유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남대문과 동대문, 창덕궁에 그치기 때문이다.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동상도 몇 안된다. 남산에 김 구, 김유신, 안중근의사, 소파 방정환선생 동상이 있고, 사직공원에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동상이 서 있다. 대부분 공원 한켠이나 외진 곳에 있고 그나마 도로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늘 마주치는 것은 이순신장군 동상 정도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처럼 거리에 동상이 적을까. 역사를 빛낸 위인들이 그만큼 적기 때문인지, 아니면 위인 선정이 어려워 아예 동상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서울시내에 41개 동상이 있는데 대부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세운 것이다. 민족 주체성을 내세웠기에 그 시대에 대거 만들어진 것이다.

의사협회 100주년 사업을 보면서 역사를 빛낸 의료계 선구자들이 누구인가를 떠올려 보았다. 지석영선생 이름만 입에 맴돈다. 교과서에서 배운 유명한 의사는 그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마저 국민들이 늘 가까이서 숭앙하고 오래 기념할 수 있도록 만든 동상이나 부조물도 없다.

따지고보면 현대 의학이 국내에 들어온지 100여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의사가 어디 한 두명이겠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을 해방 당시 35세에서 78세까지 올린 데는 의료계 역할이 지대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업적을 남긴 그들을 잊고 지냈다. 이들을 발굴해 새롭게 조명하는 시도도 거의 없었다. 이렇게 된 데는 이들 대부분이 최근세 사람들로 현 세대와 함께 살거나 아버지 세대이고, 그들의 업적을 평가할 자세가 의료계나 사회나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기억할 역사적인 의료계 인물들이 많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나라 최초 7명 의사 중의 하나로 기록된 사회계급 타파 상징 박서양, 이화학당 출신으로 미국 볼티모어여자의과대학을 나온 최초의 여성의사 박에스더, 항일투사로 평안북도에서 사재를 털어 유일한 사회사업기관인 대동고아원을 세운 주현측, 6·25때 군의관으로 근무하며 육군군의학교 교장으로 퇴역해 군진(軍陣)의학의 토대를 연 윤치왕. 이밖에도 안과 개원의 1호로 타자기를 개발한 공병우, '개정고등위생기술원양성소'를 만들어 농촌 보건인력을 양성하는데 기여한 이영춘, 청십자 조직을 만들어 평생을 봉사하고 떠난 장기려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의료계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있다. 돈만 밝히는 위선자, 종종 살이 뒤룩뒤룩 찐 사람으로 희화화될 정도이다. 여기에는 최근 의약분업을 거치면서 의료대란 등을 겪은 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기에 더욱 의료계 선각자 발굴을 통해 새로운 의사상을 제시할 필요가있다.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토마스풀러는 "의사는 맥주처럼 오래될수록 좋다"고 했다.

유럽에 가면 곳곳에 위인들의 동상이 즐비하고 위인들의 얼굴을 새긴 부조물이 있는 것을 흔히 본다. 프랑스 파리에 가도 위인들이나 각계 선각자, 역사적 인물들을 얼굴과 간단한 약력을 넣어 건물의 1층 바깥벽에 붙인 부조물들이 학생이나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끈다.

동상이나 부조물을 만드는 이유는 그들의 업적과 공적을 기리면서 애국심과 민족정신을 고취하고,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의협도 100주년을 맞아 의료계 선각자들의 동상이나 부조물을 거리나 대학병원에 만들어 현 세대와 후손들에게 의료 선각자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그들의 업적을 기리도록 하면 어떨까.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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