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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인도에서 건진 행복

한여름의 인도에서 건진 행복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9.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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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현옥(경남 진주 권현옥산부인과의원장)

개업 10주년 자축 기념여행으로 인도여행을 꿈꾸어 오다가 드디어 올해 휴가지로 계획했다. 열린의사회에서 현대청년봉사단과 함께 인도 의료봉사단을 모집 한다기에 고민끝에 봉사단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더운 날씨에 걱정반 기대반이었지만, 오히려 의사만 가는 것보다 청년봉사단과 함께 의료봉사의 보람을 체험함으로써 미래의 일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보람찬 기념여행이었다. 필자가 간 '첸나이'는 공장이 들어선 인도 4대 도시에 해당됐지만, 주변의 빈민촌과 오지마을의 의료환경은 우리의 70년대 수준이었다. 첫날은 병원에서 인도의사와 공동 진료를 했다. 수 백 명의 환자들이 몰려와 복도에 서있거나 누워있고, 한쪽에선 바나나껍질에 싸온 점심을 식구들이 둘러 앉아 손으로 집어먹기도 했는데, 심지어 개들도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진풍경이었다. 산부인과 병동에선 두 명의 의사가 환자 100명쯤을 보는데, 열악한 의료 환경속에서도 차분한 분위기여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5일 동안 마을 학교에서 진료할 때는 책상이 부족해 땅바닥에 돗자리를 깔았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40도를 오가는 더위 속에서 진주알 같은 땀을 흘리다보니 오히려 소변보러 가지 않아도 되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는 듯했다. 마을 진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신생아감염으로 아이 셋을 모두 잃은 24세 여성인데, 산아제한을 목적으로 난관절제술을 했다며 어두운 얼굴 표정에 슬그머니 슬픈 미소를 짓는 모습이 마음에 여운을 남겼다. 더욱이 그 다음으로 본 환자가 분만 후 영양부족으로 인한 빈혈로 찾아온 여성이었는데, 예쁜 아이의 보채는 소리에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어서 가슴이 더욱 뭉클해졌다. 문화와 사는 곳이 달라도 엄마와 자식이 주고 받는 행복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대의 행복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기 위해 가난하고 비참한 느낌보다는 무질서속의 자유로운 행동과 함께 고통 및 아픔 속에 달관한듯한 인내와 여유, 더러움 속에서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미소를 보고 느끼며 1주일을 보내고 나니, 돌아올 때쯤엔 인도의 아름다움과 정에 빠져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우리가 하는 진료가 그들의 건강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알순 없지만, 사랑의 손길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가 인도 주민에게 따뜻하게 다가갔음을 느꼈고, 사랑과 미소를 담은 약봉지가 감염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오지에서 생명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믿게 됐다.

인도 여행 동안 내 자신이 의사라는 점이 너무 감사했고, 열악한 환경에서 더욱 빛나는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삶의 행복이 완벽하게 좋은 환경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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