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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제 인턴제도 없앨 때

시론 이제 인턴제도 없앨 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9.0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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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곤(전남의대 교수·외과 대한외과학회장)

전문의제도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대 졸업생에게 부여되는 임상교육의 첫 과정이 순환인턴(rotating internship)제도이다. 인턴은 각 진료과와 응급실·주사처치실 등 의사 인력이 필요한 여러 부서를 돌아가면서 근무하게 된다. 그리고 수련기관의 모자병원인 중소병원 파견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에서 도입한 제도로서 주사 하나 제대로 놓을 줄 모르는 신참 의사들의 임상능력 제고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의대생에 대한 임상수련이 강화되고 있고 병원의 각종 자료가 전산화되면서 이제는 인턴과정이 수련의사로서 중요한 1년을 허비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턴제도의 원류인 미국에서 조차 수년전 사라진 이 순환인턴제도의 존폐 여부를 신중히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

과거의 열악한 임상 교육 환경

1960~1980년대에는 의과대학의 시설·인력·교과과정 등 교육 여건이 부실했기 때문에 강당에서의 주입식 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또 대학병원의 구조나 시설도 학생들의 임상실습에 부적절했다. 대개 의대 졸업반이 되는 1년간 임상실습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의대를 갓 졸업한 신참의사는 임상능력이 떨어져 군대에서 조차 푸대접을 받던 것이 당시의 슬픈 현실이었다. 인턴과정이라도 마치면 현역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막 졸업한 의사는 대개 공중보건의로 무의촌 등에 배치됐던 것이다.

임상 능력이 강화된 교육

근래에 들어 많이 달라졌다. 교육환경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그동안 의대 교과과정도 많이 변하고 내실화됐다. 교육 목표가 유능한 1차진료의사 양성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대부분의 학교가 3학년부터 임상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과거 암기 위주의 시험에서 벗어나 임상수기 능력도 곧 의사국가시험에서 평가된다. 지금은 학생인턴제(서브인턴 subintern)까지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시행되고 있다.

인턴이 하는 일?

현재 인턴이 하고 있는 일을 살펴보자. 과거 인턴은 방사선 필름과 판독 결과 챙기고 동맥혈분석(ABG) 등 검사실 소견 찾고 상급 전공의의 환자지시서를 옮기는 등의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영상저장전달시스템(PACS)과 전자차트(EMR) 등 IT 발달에 힘입어 이러한 일이 필요없게 되었다. 또 대학병원은 물론 일반 중소병원에서도 응급실 커버 등의 일이 인턴에게 맡겨졌으나, 이제는 국민 즉 환자들의 수준 높은 요구에 따라 응급의학과 전공의나 상급 년차 전공의·스탭들의 몫으로 변하고 있다. 중환자를 침상 옆에서 돌보고 중환자를 옮기는 과정, 병동이나 수술실의 잡일(scut works) 등도 대표적인 업무였으나 이제는 집중치료실(ICU)이 완비되고 전문 간호사나 다른 의료 인력들에게 맡겨져 있다. 졸업생보다 더 많은 인턴 정원도 현 제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응급실 진료인력 보강책 필요

이제는 정말 중요하고 아까운 새내기 의사시절 1년을 보낼 만큼 순환인턴 과정이 절대 필요하거나 가치가 있지 않다. 주마간산식으로 많은 진료과와 부서를 순환근무하는 현 방식은 피교육자의 교육의 질에서도 문제가 많고 많은 인턴들의 불만의 대상이다. 규모가 큰 대학병원과 모자병원 관계를 가지면서 인턴 수련 병원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중소병원에서는 응급실을 담당할 인턴 대체인력이 없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본말이 전도된 얘기일 뿐이다. 인턴과정이 수련보다는 면허 있는 의사 자리로서 면책용으로 쓰이는 행태는 변해야 한다. 전공의 과정 중 중소병원의 파견 수련은 의료 현실을 알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대비해야 한다. 또 응급실 인력을 위해서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용되는 공직 의사들의 근무시간 외 야간 아르바이트(moonlighting)를 허용하는 제도 등도 도입해 봄직하다.

졸업 후 바로 진료과 선택

의대생의 임상 실습기간이 길어지면서 수기 능력도 향상되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료과 선택도 자신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졸업후 1년차(postgraduate year 1, PGY1) 수련제도는 현재의 1년간의 순환 인턴제도를 없애고, 소위 말하는 전공과 배정인턴(straight intern)으로서 곧 바로 각 진료과 전공의가 되어야 한다. 또 현재의 인턴 수련 중 반드시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전공의 과정 중에서 파견 수련으로 대치하면 별 문제가 없다. 또 요즘 같이 의료관계 민·형사사건이 증가 일로에 있는 현실에서 '신뢰의 원칙'에 의거 인턴과정을 전공의 과정에 포함시켜 보호해 주어야할 책무도 기득권을 가진 우리 선배들이 가지고 있다.

길어진 수학 기간

많은 의과대학이 '4+4'의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수학기간 연장이 이 제도의 단점 중의 하나이므로, 이를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도 졸업 후 수련기간 단축은 병행되는 것이 좋다. 현재 일률적으로 '1+4'의 전공의 수련기간도 진료과 마다 조정할 필요가 있다. 각 과의 사정에 따라 정해야겠지만 공통적인 1년의 인턴기간 삭제는 당장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수련 기간?

전문의 취득 후 2년여의 펠로우(전임의)과정까지 합친다면 우리의 수련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긴 수련기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더구나 남자에게서는 현재 3년 근무기간이 넘는 군의관 복무까지 포함한다면 졸업 후 실제 일선 개원의까지 시간은 너무 길다(본 내용은 필자의 사견으로 대한외과학회 공식 입장과는 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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