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양천구 신내과의원·양천구의사회 부회장)
최근 디지털카메라 사용자들이 급증하면서 일상의 모습을 예쁘게 담아내는 것이 기본이 됐고, 전문가들만 촬영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화려한 사진들도 일반인들이 촬영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진'에 대한 전문가와 일반인간의 거리감이 상당히 좁혀졌다.
누구나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카메라의 기능이 진보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이 모두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들이 저변화 한 것도 큰 이유가 된다.
특히 카메라 사용자들이 많아지다보니 일상적인 것에서 탈피해 남들과는 좀 특별한 무언가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그룹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 그룹들은 '동호회'라는 이름 아래 나름대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진을 촬영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신동호 원장(양천구 신내과의원·양천구의사회 부회장)도 8년전 디지털마케라를 처음 구입한 이후 주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다가 동호회 활동에 푹 빠진 케이스다. 신 원장은 '야생화사진동호회'(www.indica.or.kr)에서 동호인들과 전국 곳곳을 누비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야생화를 전문으로 촬영해오고 있다. 야생화만을 전문으로 촬영하다보니 꽃 이름들이 입에서 줄줄 나온다.
8년전 처음으로 디카와 만나다
"기계에 관심이 많고 새로 출시되는 것들을 눈여겨 보는 편입니다. 디지털카메라도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궁금해서 못 견디겠더라구요. 그래서 8년전 처음으로 하나를 장만했죠."
신 원장은 필름카메라는 현상과 인화를 해야만 결과물을 볼 수 있는데, 디카는 결과물을 금방 확인할 수 있어 빨리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모델사진 등 전문적으로 사진활동을 하고 싶었으나 토요일까지 진료를 해야 하는 처지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모델을 구하지 않고 사진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꽃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때부터 야생화 동호회 회원들을 따라다녔다.
"디카가 지금은 기능과 성능이 많이 좋지만, 8년전에는 사진 몇장만 찍어도 배터리가 금방 닳아버렸어요. 하지만 촬영한 사진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꽃에 흥미를 느끼면서 식물도감도 하나 장만해 늘 카메라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면서 모르는 것들은 일일이 찾아보았다. 또 동호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동호인들과 전문적인 지식도 교류하기 시작했다.
꽃피는 삼월 남쪽으로 떠나는 사진 여행
신 원장은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봄부터 피는 꽃을 촬영하기 위해 남쪽지방부터 여행을 다닌다. 말이 여행이지 야생화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30kg 정도되는 카메라 장비를 메고 가파른 산과 절벽을 올라야 한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력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수 향일암에서부터 사진 촬영을 하면서 중부지방을 거쳐 강원도까지 올라가는데, 그 긴 여정 동안 참 많은 것들을 보고 카메라에 담아냅니다." "동호회는 1년에 2회 정기출사 모임을 하고, 그 이외에는 부인을 비롯해 뜻이 맞는 몇명과 매주 전국 곳곳을 다닙니다."
남들은 부인과 함께 다니면 불편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신 원장은 부인 때문에 보물을 발견하기도 한다. 한번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강원도 '검룡소'라는 곳에 촬영을 갔을 때인데 일행 모두가 그냥 지나칠 때 부인이 '나도범의귀꽃'을 발견한 것이다. 이 꽃은 백두산에서만 서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꽃이 동호회에 소개되면서 몇몇 학자들과 여러번 꽃이 발견된 곳을 찾기도 했다.
야생화 촬영 위해 백두산 여러 번 찾아
"국내에서 야생화를 보려면 백두산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그 때문에 많은 동호회 회원들이 백두산을 찾고 있어요. 비록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이지만 열심히 활동을 하다보니 학계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야생화 군락지를 발견하기도 해요. 그때만큼 행복하고 보람있을 때가 없어요."
신 원장은 동호회 회원들과 야생화 촬영을 위해 여러번 백두산을 찾았다. 백두산에는 흔히 볼 수 없는 꽃들이 천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야생화 촬영을 위해 안나푸르나와 일본도 다녀온 그이지만 백두산 만큼 인상이 깊었던 곳도 없다.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는 야생화는 3000여종에 이른다. 그 중 신 원장이 촬영한 야생화 수만 1000여종된다. 그것들을 일일이 종별로 분류해야 하고 컴퓨터에 정리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아주 어려운 분류는 전문가에게 맡긴다.
꽃도 아는 만큼 보인다
신 원장은 "카메라 기능을 익히기는 쉽다. 또 화려한 사진은 공부만 조금 하면 힘들지 않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 앵글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촬영을 하는 사람의 지식에 비례하는 것 같다."고 했다.
"도감을 통해 많은 꽃들을 알았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촬영을 하다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아요. 내가 야생화에 대해 아는만큼만 보이기 때문이죠. 정말 귀중한 꽃인데도 내가 모르면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일까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다가 자신만 알고 있는 꽃을 발견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요즘은 무거운 카메라 장비 때문에 산을 잘 오르지 못해 소위 '똑딱이'라 불리는 작은 카메라만 들고 다닙니다. 이제는 좋은 카메라로 야생화를 담지 않아도 눈과 마음으로 야생화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그에게는 카메라는 그냥 기록을 위한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