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연쇄인하 국내 영향…엔화대출은 '골치'
개원의 부채 평균 3억 넘고 월 이자 231만원
정형외과 개원의 K 원장은 요즘 은행이자 때문에 고민이다. 지난 2006년 개원하면서 닥터론으로 3억 5000만원을 빌렸는데, 금리가 7.8%까지 기어오르면서 매달 228만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로 금리를 계속 낮춘다고 한다. K 원장은 자신의 대출이자도 좀 줄어들지 궁금하다.
서브프라임→미 금리인하→국내 금리 하락 전망
전문가들은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세적 금리인하 조치로 인해 국내 이자율 상승세도 유턴할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최근 정책금리를 0.75%p 낮춘데 이어 30일(미국 시간) 0.25~0.5%p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T)은 기정사실화했다. 미 금리가 낮아지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고 환율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금리 인하조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의료컨설팅회사인 닥터멤버스의 임정수 부장은 "미국 금리 인하는 당연히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곧 모든 금리의 기준인 콜금리에 대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금통위는 부동산자금 유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리 인하폭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이미 시중 금리의 상승세는 꺾인 상태"라고 말했다.
메디프렌드의 채도섭 상무도 "아직 시중금리 인하추세가 본격적이진 않지만 닥터론이나 병의원 개원·운영자금 관련 금융비용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사 대상 신용대출은 금융기관별로 차이는 있으나 대략 3억원 정도까지 가능하다. 제1금융권의 경우 외환·시티·하나은행에서 닥터론을 많이 다루고 있고, 금리는 7% 후반~8% 수준인데 신용등급이 우수한 일부 의사들은 6%대 후반에 대출받기도 한다. 변동금리를 택한 경우 3개월마다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 따라 이자부담이 연동된다.
개원 5년차 이하 평균 빚 3억 6천만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임금자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일차 의료기관 경영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당 평균 부채금액은 3억 2626만원에 달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의사 회원 210명 가운데 부채가 '2~5억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40.0%로 가장 많았으며, '5억원 이상'이라는 응답도 20.5%(43명)에 달했다.
진료과목별로는 정형외과가 평균 4억 892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외과·산부인과 등의 순이었다. 개원연한별로는 5년 이하가 평균 3억 6329만원의 부채로 가장 많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규모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개원 16~20년차도 평균 2억 1916만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었다.
개원의의 한 달 이자비용은 평균 231만원이었다. 응답자 205명 가운데 '100~200만원 미만'이 27.8%로 가장 많았으나, '200~400만원'도 22.4%나 됐다. '50~100만원'은 22.0%, '400만원 이상'은 19.0%였다.
웃다가 우는 '엔화 대출'
엔화 대출도 걱정이다. 채도섭 상무는 "지난해 초부터 엔화 대출은 자제할 것을 권해왔다"며 "2006년 이전에 엔화 대출을 받은 분들은 환차익을 많이 누렸지만 지난해 받은 분들은 환차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엔화 환율은 100엔당 740~750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880원선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엔화 강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임정수 부장은 "경제인 출신의 새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면 원화 약세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엔화 대출은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수출업 등 실수요가 아니라면 신규는 불가능하다. 기존 대출은 개원자금 용도로 3년 또는 일반자금으로 1년 약정한 경우가 많았는데, 만기가 도래한 경우 대출 연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가능하면 상환하거나 원화로 바꿀 것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원화 대출로 갈아타고 싶어도 높아진 환율 때문에 한도를 넘게 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임정수 부장은 "지금처럼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대출을 받지 않는 게 최선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