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시제도 공청회..부검 대상 법제화·법의관 양성도 시급
지난 2000년 국민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가 통계청은 14.6명, 경찰청은 28.6명으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성 서울의대 교수(법의학)는 부검제도의 미비로 억울한 죽음을 양산할 수 있음을 물론, 국가 기관이 집계한 사망통계조차 부정확하게 잡힐 수 있다며 이같은 사례를 들었다.
통계청은 사인을 유족에게 들어 통계를 작성하지만 자살을 숨기고 싶은 유족들이 사인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자살자 수가 실제보다 적게 잡힌다는 것. 경찰 역시 사인규명의 부담이 적은 자살로 사망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살건수가 과다하게 집계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권익위원회가 27일 개최한 '검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 교수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제대로 된 부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립과학연구소의 정상화 필요성을 이같은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부검시스템에서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법의관의 절대부족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부검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6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원인불명 혹은 외인(外因) 등에 의한 사망사건은 6만1885건에 이르지만 이중 7.5%인 4635건만 검시 의뢰되고 나머지 5만7250건은 명확한 사인규명없이 사망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각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부검을 할 수 있는 의사는 대략 40명 정도여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한명이 연간 약 300건, 월 약 30건을 부검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2001년부터 법의관 모집을 단 한명도 하지 못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공청회에 참석한 법의학계와 법무부·행정안전부·경찰청 관계자들은 이같은 문제 제기에 한목소리로 공감을 나타냈지만 해결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법무부는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검시를 지휘하는 현 제도의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하다고 제안했다.
경찰청은 현재 행안부 소속인 국과수를 사건현장을 책임지는 경찰 산하에 두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맞섰다. 국과수는 국과수대로 검찰과 경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자적인 발전방안을 내놨다.
이윤성 교수는 우선 검시를 해야하는 대상을 법개정을 통해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현행법상 검시를 해야 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부검제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고 덧붙였다.
양성에 15~20년이 걸리는 법의관을 키우기 위한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한해 대략 200~300명의 법의관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