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로 의사들을 내모는 수가정책

비급여로 의사들을 내모는 수가정책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8.12.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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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인상률이 2.1%에 그쳤다는 소식에 개원가의 반응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되는 것 같다. '역시나'라는 회의감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고민 말이다.

의료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면 의사들은 폐업에 대한 우려 대신 그동안 배운 전문지식을 활용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부의 수가정책은 보건복지 예산의 적자를 막기 위한 숫자놀음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렇다보니 의사들은 생존을 위해 비급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최근 개원을 앞둔 젊은 의사들에게 병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물었더니 '비급여를 개발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공중보건의사 3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는데, 32.5%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비급여를 선택했으며, 신지식 습득 31.3%, 개원형태 변경 14.0%, 직원 교육 12.5% 등의 순이었다.

또한 10명 중 8명(80.9%)은 서울과 수도권에 개원할 예정이라고 응답해 이미 포화상태인 수도권 개원가에 암울한 전망을 던졌다. 중소도시(6.4%)나 광역시 및 주변도시(6.1%), 읍·면 등 소도시(2.4%)에 자리를 잡으려는 젊은 의사는 별로 없었다.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현행 수가체계에서는 부득이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이 지나치게 비급여에 매달리는 것 또한 올바른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자신의 전공과목만으로는 도저히 유지가 안 되니 진료행위 대부분이 급여항목인 전문의의 경우 다른 전문과 영역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최근 흉부외과 위기가 불거지자 수가를 조금 올려주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이마저 다른 부문의 예산을 빼와서 보충하는 것이란다. 자꾸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니 아랫돌이 남아나지 않고, 윗돌이 다시 아랫돌이 되는 주기적 악순환만 계속되고 있다. 오랫동안 탈선의 길을 달려온 정부의 수가정책이 하루 속히 정상궤도에 오르길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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