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위기에 봉착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의료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보면 해외환자 유치 확대, 일반인 병원 개설 허용, 1의사 1의료기관 개설 등의 시장 진입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상업자본의 진입을 통한 의료기관의 대형화로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해외 환자 유치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정부투자는 최소로 하되 그 효과는 극대화 시키려는 정부의 의도가 명확히 들어나는 대목이다.
경제학의 법칙 중에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이란 것이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이 법칙은 소재의 가치가 서로 다른 화폐가 동일한 명목가치를 가진 화폐로 통용되면, 소재가치가 높은 화폐(Good Money)는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소재가치가 낮은 화폐(Bad Money)만 유통되는 현상을 말한다(출처: 위키백과). 이 그레샴의 법칙에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현재와 같이 고정된 저수가 체계 하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의료기관 간에 경쟁이 벌어진다면 의료의 질이 낮아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기계로 만드는 공산품이라 해도 투입된 인력의 숙련도나 원료의 질에 따라 그 품질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여 제품을 만들고 있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규모 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품질 면에서는 국제시장에서 여전히 믿음을 사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에 대해서 마냥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거꾸로 불경기의 여파로 대부분의 고가 브랜드들이 고육지책으로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는 현 시기에도 한번의 가격 인하 없이 품질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로 작년 한해 매출이 10% 증가한 모 브랜드의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의료 서비스에서의 차별화 전략이 어느 곳에 주안점을 두어야하는지 면밀히 분석해 봐야한다.
자국의 의료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는 계층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질 부분이 의료의 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이 갖는 한계점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한해 1억 달러에 육박하는 해외 의료비 지출이나 농촌의 산부인과 의사 부족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는 국내 의료 시스템의 모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탁상공론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