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전문의 개선안 놓고 갈등…29일 정기총회 차질 우려
25일 오후 1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 소재 대한한의사협회 회관. 나흘째 협회 회관을 점거하고 있는 한의대 학생들 앞으로 전경버스 3대가 도착했다. 공권력 투입 직전의 긴박한 대치상황이 1시간동안 지속됐으나 전경들은 별다른 행동 없이 물러갔다.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회연합(전한련) 소속 한의대생들이 한의사 전문의제도 개선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22일부터 한의협 회관을 점거한 이래 26일 현재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회관 출입구를 봉쇄하는 바람에 한의협 임직원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 허준박물관 등에서 임시로 업무를 하고 있다. 당장 의료광고 심의업무부터 마비됐다.
회무정상화 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인범 한의협 상근부회장이 학생들에게 한의맥 콜센터·의료광고심의위원회 등 일부 업무만이라도 정상화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한의협 기관지인 한의신문 기자들만 회관을 드나들며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한의대 학생들의 한의협 회관 점거는 22일 오전 9시부터 전한련 사수대→동신대→상지대→세명대 등 11개 한의대 학생들이 매일 교대하는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무분별한 한의사 전문의 양산을 우려하면서 이전에 한의대를 졸업한 한의사들에게 경과규정을 통해 특혜를 주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김현수 한의협 회장은 한의대 학생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통해 "협회의 개선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며, 공청회 및 여러 논의의 장을 거쳐 한의계 내부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한의협이 보건복지가족부에 한의사 전문의 개선안을 25일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불과 3일 전에야 공청회를 연 것은 요식행위였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한의계를 분열시킨 김현수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한의협 집행부의 회관 퇴거 요구에 "모든 사태 원인 제공의 총책임자인 협회장 김현수는 전한련 오천 한의학도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의대 학생들의 한의협 회관 점거는 27~28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의협은 29일 오전 9시부터 한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제54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기로 돼 있다.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직선제 관련 정관 개정과 예산·사업계획 등을 다룰 예정이나 학생들의 회관 점거가 계속될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의협 집행부는 최악의 경우 장소를 변경해서라도 정기총회를 열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회관을 점거한 학생들을 상대로 공권력을 투입할 것인가에 대해선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의협 집행부가 경찰병력을 투입해 학생들의 점거를 해체할 가능성은 낮지만, 학생들과의 대화가 순조롭지 않아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