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인 '면허 재등록' 반대입장 분명히..."의료인 단체에 역할과 권한 부여해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은 5년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면허를 일정 조건하에 재등록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의료인 면허제도는 면허 취득 후 의료법 등 보건의료 관련법상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평생 동안 효력이 유지된다.
이애주 의원은 "장기간 휴직하고 재취업하더라도 별도의 교육이나 검증절차 없이 곧바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국민건강의 위해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재등록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면허재등록 제도가 실효성 없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송우철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기본적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위 '장롱면허', 즉 장기간 의료행위를 하지 않다가 현업에 복귀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해외 의료봉사, 외국 대학 연수 등 의료행위는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진료를 하지 않는 등 다양한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료인을 대상으로 보수교육 강화를 위해 법적 규제를 만드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송 이사는 "의료기관 개설 또는 취업할 때 의협 등 의료인단체 중앙회에 신고를 의무화하고, 해당 의료인의 교육 등을 중앙회가 판단토록하는 것이 '면허 갱신'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지 않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한병원협회와 치과의사협회도 입장을 같이 했다.
"전문가 질관리는 해당 전문가에 맡겨야"
정효성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는 "전문가 영역의 질 관리는 해당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재등록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인 중앙회에 제도 운영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식 치협 정책이사도 "치과의사의 경우 면허등록자 2만2255명 가운데 미이수자와 소재미파악자는 총 5080명(22.8%)"이라며 "문제가 있는 23%를 통제하기 위해 77%를 희생시키는 제도는 효율성 측면이나 윤리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채빈 대한한의사협회 이사 역시 "면허재등록제도의 근본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의료인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해 보수교육을 강제화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협회는 간호사 재취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재등록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혼과 육아 등으로 현업을 떠난 간호사 가운데 대부분이 재취업을 원하지만 유휴간호사의 현황파악이 어려워 재교육·재취업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성명숙 대한간호협회 이사는 "미국과 같이 공공성이 담보된 기관에 면허사후관리를 위탁해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의료인력의 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박인숙 울산의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각 주마다 정부 산하에 설치돼 있는'의사면허국'에서 의료인 면허시험과 면허 부여 및 갱신, 징계 등 의사자격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주관한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각 의료인단체간에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 특히 의료인단체에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윤순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자원과장은 "의료인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의료인단체 중앙회에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의무화 하는 것 역시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애주 의원은 이날 나온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면허재등록의 방식과 절차를 담은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면허재등록이 추진될 경우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