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대화와 소통에 서툴다"

"아직도 대화와 소통에 서툴다"

  • 정리=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9.07.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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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토론회] 보수와 진보 그리고 의사사회 -상-

거시적 관점에서의 담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해집단의 갈등이 충돌하면서 대화와 소통을 단절한 채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은 국민대로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으며, 의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보편적인 가치와 공통의 목표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나가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기 위해 9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회의실에서 '보수와 진보 그리고 의사사회'를 주제로 시사토론을 마련했다.

이번 시사토론에는 2007년 대선 당시 새로운 진보를 표방하며 한국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화제를 모은 금 민 사회대안포럼 운영위원장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에 토대를 둔 공동체의 시민적 가치가 헌법의 정신에 입각한 법치원리에 따라 실현돼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2005년 출범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을 이끌고 있는 이  헌 공동대표가 마주앉았다.

이 자리에는 환자에 대한 의학적 이익은 오직 의사의 전문가주의와 진료의 자율성을 통해서 보장될 수 있다며 의료와 사회의 정의로운 만남을 위해 앞장서 온 우봉식 의료와 사회 포럼 공동대표가 참석,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이번 시사토론을 통해 다양한 입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의사 사회의 바람직한 역할과 과제를 찾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호에 게재하는 1부에서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담론을, 다음 호에 소개할 2부에서는 의료분야의 갈등과 해결책을 주로 논의했다. <편집자 주>

사회(좌훈정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겸 공보이사)=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대립하는 것이지 올바른 좌우의 대립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이 자리는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적 대립보다는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 보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의협신문> 주최인 만큼 의사집단이 사회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위치와 바람직한 의사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금 민 사회대안포럼 운영위원장=대의제 민주주의란 물론 다수파가 하려고 하는 일이 의회 안에서 관철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연 어느 정도 국민과 소통했으며, 절충을 시도했는가는 문제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원내 다수파라는 입지를 확고히 가지고 있으므로 정치적 효율성 입장에서 볼 때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의회일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에 서툴고, 별로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소통 부재는 모든 주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지만 사태를 장악하고 있는 주체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으며 소통 부재의 현실을 변화시킬 의무도 따르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한다.      

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특정 변호사단체의 권력화와 이념적인 매몰로 통해 국민을 선동했던 것들이 잘못됐다고 해서 만든 단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보수신문에서 조차 보수 변호사 단체로 지목해 처음에는 기분이 나빠 항의하기도 했다.

지금은 보수 변호사 단체로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 단체로 규정돼 있다. 더 보수적인 변호사 단체도 있지만 지금은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광복 이후의 이념적인 대립과 갈등의 상황으로 보는 측면도 없지 않다. 혼란적인 상황에서 좌우 어느 한 쪽을 택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 있는 것 같다.

우파의 시각에서 보면 지난 10년 동안의 좌파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상실감이 컸고, 정권교체라는 기정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작년 광우병 촛불집회 원인이 된 여러 가지 상황들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하야까지 가능한 상황으로 생각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슈인 미디어법·비정규직 등 온갖 문제에 대해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이다. 거기에는 MB정권이 소통하지 못하고, 일방적이며 오만한 문제도 없지 않지만 정권교체를 당한 측에서 기정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정권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비롯해 그 이후에 국민의 신망을 얻어서 정권을 다시 교체를 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MB정권을 타도하고 하야시키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식의 상황들도 소통이 더 크게 부족한 원인으로 생각한다.

금 민=소통이라는 것이 정치세력 간의 소통일 수 있고, 진보와 보수의 소통일 수도 있다.

문제는 과반수에 다다르는 지지를 받아서 이명박 대통령이 됐지만 사안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지 않고,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감행하고 있다. 국민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 잘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지지도 떨어졌다고 하는데, 쟁점 법안 하나하나에 대해 MB정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국민이 잘 모르거나, 그런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개조하려는 것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지 않고 있다.

CEO 관리자로서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지만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국민이 찬성하지 않는다. 소통이 부재한 것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사회=이명박 정부가 강부자로 대표되는 위화감을 조성했다든지, 쇠고기 수입 문제부터 대운하·미디어법에 이르기까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책을 밀어붙여 국민에게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소통의 부재 문제가 나왔다.

이 헌=보수와 진보라고 얘기하는데 솔직하지 못하다. 좌우가 맞다. 좌파와 우파를 서로 인정하고 그 가운데서 서로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안보적인 현실 때문에 좌파를 좌파라고 못하고, 우파도 지금 상황에서는 보수꼴통으로 몰린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잘 얘기 못하고 있다.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우파진영도 다양하다. 본인들은 올드라이트라고 불러달라고 하지만 극우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중도우파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저 같은 경우에는 극우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역할을 했으며, 그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중도우파 가운데는 극우파는 타도대상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굉장히 다양하다. 이제는 좌파라고 하는 것에 대해 거부정서를 갖는 것을 지우고, 제대로 된 좌우간의 대립과 조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우파에는 사상이 없고, 논객이 없다는 지적을 받게 된 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헌=10년 동안 정권의 반대 입장에 서서 정권을 감히 공격을 해야 하는데 어느 누가 쉽게 나설 수 있었겠나. 소수의 사람들이 저처럼 댓글을 전혀 안보고 살고, 전화나 사이버 테러를 당해도 무심하게 살았다. 그런 현실도 역시 인정해야 한다.

만약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상황에 놓인다면 나름의 역할을 하는 우파 논객이나 우파 역할을 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논쟁이 좌파 쪽에 우세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우파가 대중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MB 정부 출범 1년 반이나 됐는데 지금도 그런 상황 아닌가.

이 헌=미디어 발전 국민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하는 말인데 결사적으로 미디어법을 저지하려고 하는 쪽에서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본인들이 존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을 실제 경험했다.

방송 환경이 본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그런 환경이 바뀐다면 절대적으로 위기적 상황에 몰린다는 것 때문에 결사저지하고 있다. 논의하자고 하지만 논의안하고 무조건 저지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뜻을 얘기하지 않지만 실제로 드러난 것은 그것 때문이다.

방송이 그런 영향력 하에 있었던 사람들이 정권교체가 되고 1년이 넘어도 그게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법이나 그런 것들이 우리하고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권의 핵심 문제처럼 드러난 것이다. 작년에 광우병 촛불집회가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됐을지는 의문이다.

금 민=미디어법과 관련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지난 10년간 한나라당과 현재 우파들이 좌파라고 규정했던 정권에 대해 반대했기 때문에 지난 정권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겠다.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의 충돌의 측면도 있고 장래를 위한 갈등일 수 있으나 심층적으로 사태를 살펴본다면 규제를 완전히 완화한다는 것은 가치의 문제고, 헌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완전 자유시장은 어느 세계 어디에도 없고, 미디어등 공공적 영역에 대해서는 분명히 규제가 있다.

신문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고, 미디어 시장에도 자본이 필요하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논거가 분명치 않다. 그러한 논거들이 의지해야 하는 사회적 가치들은 불분명하다. 즉 공공성의 문제, 시장의 자유뿐만 아니라 균형도 추구되어야 한다는 문제, 다양성의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협상과정도 소통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국민은 단순히 파당 싸움으로 생각하지 내용에 관심이 없게 된다. 한나라당 미디어법안에 반대하는데 이유는 미디어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을 기른다는 미명아래 공공성과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

이 헌=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것을 항상 얘기하고 있다. 조중동 신문의 논조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조중동의 논조를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조중동의 논조를 따라 가는 사람들은 방송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내용이 전혀 안나온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신의 논조와 맞는 방송을 듣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여기도 소통의 문제가 나온다. 그런 사람들이 보고 싶은 방송을 신문사가 만들든 대기업이 만들든 보게끔 하는 여건을 조성하자는 것인데 아예 방송을 못하게 하면 다양성을 해치는 것이다.

공정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방송이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어떤 방송은 폐지하자라는 주장도 한다. 보고 싶은 방송을 보게 하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일이다.

이런 것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소통을 하지 말자는 것 아니겠나.

사회=이탈리아의 경우 재벌기업이 방송과 언론을 장악해 방송이나 언론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언론이 방송을 갖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헌=미디어법 관련해 제가 한나라당 법안에 찬성하는 이유는 1980년 신군부 등장과 함께 휴업하고 데모대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세대다. 지금의 신문 방송법 체계는 신군부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동아방송을 비롯한 민영언론이 정리됐다. 군부정권 이후 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 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을 장악한 세력과 노조가 완강한 저항을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신군부가 언론장악을 위해 만들었던 것을 본래대로 돌리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도 방송을 만들 수 있다.

삼성이나 현대가 병원에 진출해 환자들이 좋아하고, 롯데마트나 이마트가 진출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괜찮다고 보고 있다.

신문에서 보도의 전문성을 갖고 방송을 하면 소비자로서는 볼 권리가 더 늘어난다. 대기업에서 대단한 드라마를 만들어 외국지사를 통해 제대로 판다면 더 나아지는 것 아닌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게 봉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김대중 정부는 진정한 좌파라고 할 수 없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386좌파 정부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진정한 좌파정부였냐는데 대해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다. 좌파신자유주의라는 말도 있었고, 회전문 인사의 폐해도 있었다. 지난 정부의 5년을 평가한다면.

금 민=1987년 민주주의 계승했다는 점에서 좌파 정부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1987년이 꼭 좌파의 것이었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어쨌든 1987년의 항쟁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헌법 국가가 등장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좌파의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가치이고 1987년 민주화도 우파들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는 지역통합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반대로 신자유주의가 처음 등장한 것이 김대중 정부 때다. 그 전에는 대공장 중심의 완전고용사회였다. 노동유연화는 김대중 정부가 한 것이다. 또한, 신자유의적인 경제 속에서 하층 껴안으려고 복지제도를 시행했다.

그 전체를 좌파로 규정할 수 있는가? 저는 아니라고 본다. 일부 정책은 부시 정부가 한 자비로운 선택과 같은 것이고, 영국 구빈법 이래로의 전통적인 복지 전통을 따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말은 제3의 길이라고 했지만 제3의 길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좌파 정부의 면모는 별로 없다. 유럽 좌파의 입장에서 보면 온정적 보수당, 사회연대적 기민당 정도로 봤을 것이다.

현금급여 형태의 사회정책은 선별적이고 시혜적인 미국 공화당의 사회정책을 벗어나지 못했고, 경제정책에서는 상당히 많은 시장자유주의를 용납했다. 보완적이고, 선별적이고, 노동연계적인 복지는 좌파적인 정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우봉식 의료와 사회 포럼 공동대표=보건의료 쪽에 들어오면 우리나라는 소유구조만 88~89%가 민간이지 실제로는 공공의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하고는 근본적으로 인프라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회정책은 유럽식 모델을 닮아가고자 했지만 인프라는 미국식인 기묘한 형태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다루기 쉽다. 속된 표현으로 조인트만 까면 된다.

저는 역설적으로 정부가 공공병상 30%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공공병상 30%를 확보하면 우리나라 수가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왜냐하면 적자를 견디지 못해 수가를 올려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병상 확충 방식은 지금과 같이 도심에 의료기관을 만들어 민간과 경쟁하지 말고, 도서벽지 거점지역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들을 국가에서 인수하여 국가의료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우리나라 정부는 보건의료에 대해서는 묘한 입장(stance)을 취하고 있다. 좌파정부라고 하는 노무현 정부는 아이러니하게 의료급여 비율이 김대중 정부때 10.2%에서 3%로 줄었다가 다시 MB정부 들어 다시 회복하고 있다.

정책이 엇박자가 나면서 색깔은 색깔대로 좌파라고 욕을 얻어먹었다.

전체적으로 국가중심의 통제를 만들려고 시도를 많이 했다. 소유가 민간이기 때문에 공공을 리드해 갈 수 있는 어떠한 동력도 없었다. 의료에 대해 사회주의 모델을 만들지도 못했고, 사회전반적인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그랬다.

생산적 복지는 김대중 정부 때 나왔는데 노무현 정부와 요즘 나오는 것도 비슷하다.

이념도 아니고, 좌도 우도 아닌 이상한 입장을 갖고 있다.

쇠고기 놓고 촛불을 드는 것과 촛불을 들지 않는 것이 좌와 우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고 있다. 미디어법을 비롯해 대부분 표류하는 정책들이 그런 것들이다.

정말 이념으로 구분한다면 형평과 사회보장중심으로 가는지, 자유를 보장해 주는지를 나눠봐야 하는데 그런 것으로는 대립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나라 정당은 지역이라는 기반이 깔려있기 때문에 한나라당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민주의 정책을 주장하고, 민주당에서 자유주의 정책을 이야기 하는 등 지역과 이념이 뒤섞이면서 정쟁의 형태를 띠고 있다.

좌우가 대립하면서도 논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나오면 반대편에서는 무조건 반대하는 대립적인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금민=전반적으로 한국의 정당모델은 정당체제를 형성할 정도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재정체계를 중심으로 한 의료복지는 미국보다 발전된 제도이며 한국의 복지제도 전체에서 예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시 공화당과의 유사성을 얘기한 것은 기초생활수급법을 중심으로 본 것이다. 생산적 복지라는 미명아래 환경미화에 동원하고 현금급여를 주는 형태를 말한 것이다.

결코 기초생활수급권은 권리임에도 결코 권리적 성격이 강하지 않았다. 사회민주주의적 모델이라면 권리적 성격을 분명히 했을 것이다.

건강보험과 의료문제에서 한국은 미국보다는 어떤 점에서 굉장히 발전해 있다. 공공병상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보험이 오래됐고, 미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한 제도라고 본다.

이 헌=노무현 대통령 평가는 역대 정권 중 가장 좌파정권임은 분명하다.

좌우로 나누는 것은 평등정책과 성장정책으로 나눈다. 노무현 정부는 성장보다는 평등을 생각했다. 다수의 이익보다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이해를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당시 4대 악법, 4대 쟁점법안인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신문법, 국가보안법이 있다. 이것은 순수 우파적 시각에서 보면 현대사를 부정하거나, 재단이라는 사유재산을 부정해서 비리사학으로 몰아 공공기관화하려고 했다.

신문법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좌파정책이었다. 유럽에서 좌파정권이 잡았을 때 메이저 신문은 보수파고, 마이너 신문은 좌파였는데 마이너 신문을 육성하기 위해 독과점과 공정거래로 제제해 마이너 신문을 육성하려고 했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시행하려 하다가 가장 핵심 내용이 위헌 결정이 났다. 실제 지배세력을 교체하려 했다.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역대 정권 중 친미적이고 굴욕적인 대미 외교를 했다는 것이다. 파병이나 FTA 문제 등이 그랬다.

저는 기본적으로 파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런 식으로 파병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대가를 얻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했어야 했다. 집권의 성과로서 자랑하려 했지 실제 내용을 보면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또 하나 직업적 관점에서 좌파와 우파를 가른다면 변호사와 의사를 학대하고, 기득권 세력으로 공격하는 것은 좌파라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호사이면서 변호사를 힘들게 했다. 사법개혁으로 몰아붙여서 아무 것도 못하게 했다.

의사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공격받는 것에 대해 얘기하려 하면 아예 밥그릇 지키기라고 해서 얘기조차 못하게 했다. 그런 것은 좌파정책이 분명하다.

사회=사회적으로 사회악법을 비롯해 좌파적인 정책을 편 반면에 대미외교나 FTA·의료산업화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 이런 괴리가 생긴 이유는?

금 민=과거 정통성이나 민주주의 차원에서는 노무현 정부는 상당히 좌파적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경제적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평등을 추구했다고 하는데 실제 노무현 정부 때 오히려 양적성장을 중시했고, 사회양극화, 교육양극화, 의료양극화가 다 나왔다.

실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그 기간 동안 굉장히 나빠졌고, 양극화지수도 1997년 이후에 급상승한다. 평등하지 않은 사회로 바뀌어왔고, 불평등을 제어할 수 있는 복지 장치는 별로 없었다.

이 헌=평등을 추구하다보면 극단적인 양극화가 됐다고 본다. 유럽·소련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은 극단적인 양극화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남이나 재벌과 손잡았다면 정말 나쁜 사람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다보니 설익지 않은 정책으로 그런 상황이 왔다.

노무현 정권 때 소통부족이야 말로 대단했다. 반대를 얘기하지 못하게 했고, 밥그릇의 밥자도 못 꺼내게 했다. 기자들이 변호사단체에 와서 사법개혁에 당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냐에 대해 묻지도 않았고, 아무리 성명서를 내도 받아주질 않았다.

그 정도의 분위기였고, 조중동에 영향을 미쳤다. 변호사 단체와 의사단체도 그렇게 마찬가지로 당했다. 그런 것 때문에 정권교체를 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우봉식=한국에서의 좌우는 얼치기 좌파와 얼치기 우파라고 본다. 과거 정부에서 제대로 된 좌우 정책을 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좌라고 하면 0~10을 놓고 보면 4.5가 아니라 어떤 것은 한참 7~8에 가 있고, 어떤 것은 2~3으로 가 있다. 그런 식으로 정책이 갔다.

변호사와 의사들이 당했던 것은 평등(형평)을 주장한 측에서는 전문직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변호사나 의사 교수 등 전문직이 천대받는 이유는 권위주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페셔널리즘이 정착이 된 나라는 시장경제나 자유주의 국가들이다.

사회주의국가에서 권위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많아지면 자꾸 대드니까 통치하기 귀찮아 지고,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정부가 그들과 대화로 해결하려다 보면 전문성이 부족해 정부 오류가 드러나기 때문에 다루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예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보면 의사들의 의학적인 근거로 얘기하면 타당성이 많지만 구조적으로 의사의 주장 채택되지 않을 정도로 1/3밖에 비중이 없다. 합의가 아니라 강요하는 구조다. 전문직과 프로페셔널리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는 좌편향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MB 정부에서도 그 구조가 바뀌지 않는 원인은 관료사회의 기득권 문제 때문이다.

정부가 대통령이 이념적인 입장(stance)을 갖고 있다고 해도 엔진은 똑같다. 공무원들이 이념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의 이익과 밥그릇이 있다. 정권이 아무리 이념을 갖고 있어도 대충 버무려서 미운 놈 혼내고 그런 식으로 얼치기로 가니까 왜곡이 된다.

이런 얼치기가 자리 잡은 근본적인 원인은 압축성장에 있다. 압축성장을 하다보니 이념적으로 정제되지 못하고, 내가 추구해야 할 것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이념보다는 이익을 보는 쪽으로만 택하다 보니, 어떤 때는 좌파이고, 어떤 때는 우파처럼 행동하는 등 혼란이 있다. 압축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이념적 혼란이 나타난 때문이다.

보건의료는 지난 30년 간 우파정권이건 좌파정권이건 국가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왔음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짧은 민주화와 경제의 압축성장 속에서 내부에서 정체성에 혼란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념이 없다. 자기 이익에 따라 좌우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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