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슈베르트, 죽음의 비밀?

천재 슈베르트, 죽음의 비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09.08.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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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의 삶과 죽음은 그가 남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들이 세상에 내놓지 못한 감춰진 이야기와 영욕의 흔적을 통해 음악에 미친 영향을 가늠해 보는 기획공연 '음악, 법의학자를 만나다'가 세번째로 슈베르트를 찾아간다.

지난 2월 차이코프스키, 5월 모차르트에 이어 올해 마지막으로 9월 2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가을 문턱을 알리며 아름다운 슈베르트의 곡으로 채워진다.

이번 공연 역시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학술원 정회원)의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데 '성장기에 있어서 아버지와의 관계' '슈베르트 음악을 위한 모임 Schubertiad' '아픔 없는 병과의 투쟁' '슈베르트 사인의 내막' 등을 주제로 이어진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슈베르트였지만 그는 998곡의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663곡의 가곡은 아름다운 선율과 색채 넘치는 화성을 빛내며 독립된 영역으로 인정받는다.

고독을 싫어하고 기쁨을 그대로 표현해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며 우정이 없이는 잠시도 견디지 못했던 슈베르트는 친구를 좋아했고 그의 친구들은 그의 음악을 좋아했다.

슈베르티아드(Schubertiad·슈베르트의 밤)는 슈베르트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친구들이 마련했던 자리로 매일 밤 그의 신곡을 슈베르트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고 춤췄다. 이 모임에는 당대의 시인·화가 등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했는데 슈베르트에게 새로운 곡에 대한 영감을 주기도 했다.

슈베르티아드의 즐거움은 당시 오스트리아의 재상이었던 클레멘스 메테르니히의 보수정책에 대한 반동이었다. 언로가 제약받는 현실에서 벗어나 예술에서 자유를 만끽하려는 의지의 발현이었던 것이다.

이 무렵 슈베르트는 친구들과 함께 사창가를 출입하게 되고 매독에 감염된다. 초기증상이나 통증으로 감염사실을 알기 어려운 증상이었지만 기록에 의하면 1822년 12월 머리에 매독진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만성적인 두통과 현기증, 피가 머리로 몰리는 증상에 시달렸다.

슈베르트의 사인은 오랫동안 장티프스로 알려졌다. 그러나 에릭 샘스가 <슈베르트의 사인 재진단>(1980)을 발표하고 1997년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여러 기념행사에서 사인은 매독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결국 슈베르트는 제3기 매독의 대표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장티푸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그나마 진행된 매독에 의한 힘든 고통의 시간은 겪지 않았으니 다행이랄까…. 당시 유럽은 인구의 15%가 매독환자였다.

매독 3기에 이행되면 진행성 마비가 시작될 때 가장먼저 환각 증상이 나타나고 과대망상증·순간적인 분노·과격한 행동이 수반되며 인격장애·안구이상·감각변화·지능장애·언어장애 등으로 여생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매독균인 스피로헤타가 뇌를 침범하는 경우 처음에는 의식이 명료해지면서 정서적인 극치감을 느끼며 심지어는 천재적인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점이다. 슈베르트는 사망을 앞둔 수년 사이에 수많은 명곡을 쏟아냈다.

사망하기 5일전까지 침대위에서 가곡 '겨울나그네'의 악보를 놓지 않았다는 슈베르트. 극히 현실적인 병마와 비현실적인 예술이 만나 거둔 극단의 성과물은 아니었을까? 

이번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강형진(니르바나 솔리스트 앙상블 단장)과 양혜순(비올라)·강효정(첼로)·우경민(더블베이스)·김준희(피아노)·김재일(바리톤)이 협연한다(문의=☎02-718-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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