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 인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2일까지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신종플루 백신과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가 확대·재생산되면서 정부의 전염병 대책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급기야 의사의 처방전 없이 타미플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인터넷 사이트가 우후준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신종플루 백신 대신 계절백신이나 폐렴백신을 맞으러 다니거나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 있다는 헛소문에 혹해 수입산 비타민을 사재기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한국 사회를 부자와 가난한자로 이분화한 '무전골골' '유전백세'라는 용어까지 등장,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신종플루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의 이면에는 전문가의 처방에 귀를 닫고, 전문성을 무시해 온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국민의 건강 및 생명에 관한 정책과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보다는 경제부처의 위상이 한참 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의료의 핏줄인 보건소 조직의 관리·감독권이 복지부가 아닌 지자체에 있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료 전문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보건의료와 건강보험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안하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더라면 이러한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신종플루를 퇴치하기 위해 거점 병·의원은 물론 많은 의료진들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의사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종플루로 보다 국민건강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양급여기준이 진료의무보다 우선한다"는 '의료플루'에 대해서도 지원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