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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의사에서 CEO로…그것은 꿈이었을까
의사에서 CEO로…그것은 꿈이었을까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9.09.06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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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동수 한국화이자제약 대표이사 사장


그와 테이블에 마주앉기까지는 꼬박 4개월하고도 열흘이 걸렸다.

아무리 사장이라지만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그가 보통 사장이 아닌 '한국인 의사 최초의 다국적제약사 한국지사 대표이사'로서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빴을 생각을 하면 한편으로는 이해도 됐다.

사실 그에게 계속해서 인터뷰 요청을 했던 것은 회사 내부의 비밀스러운 사정을 캐내기 위해서도, 껄끄러운 업계의 이슈에 대한 답을 끌어내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물론 그랬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단지, 대부분의 독자가 그러하듯, '이동수'라는 인간은 어떤 사람인지, 그로 인해 한국화이자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아니면 변화가 없을 것인지 등을 어렴풋이나마 가늠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에게 던져진 첫 번째 질문은 매우 상식적이고도 뻔하기까지한 바로 '그것'이었다.

"소감요?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부담도 느껴지고 그럽니다. 의사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서 다들 관심이 많아서 의사 선생님들한테 연락도 받고 그랬습니다."

'의사'가 아니라 '의사 선생님'이다. "의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경영인으로서 이 자리에 올랐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어쩐지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그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그럴만도 했다. 1990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따고, 을지병원 가정의학과장을 거쳐 1998년 한국화이자제약에 입사했다.

입사 후 그의 행보는 공격적이다. 임상의학부장으로 일을 시작했던 그는 메디컬디렉터를 거쳐 곧바로 마케팅 총괄 위치에 올랐고, 최장수(6년) 마케팅디렉터로 활동하는 동안 MBA를 따고 지난 5월부터는 한국화이자를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아직까지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지사장은 으레 어느날 본사로부터 '툭'하고 떨어지는 외국인이기 마련이어서, 이 대표의 사례는 가히 '한국화이자맨의 신화'라 불리울 법하다.

"평범한 걸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제약회사에 들어온 것부터도 그랬고……. 어떻게보면 위험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났을 때 해볼만하다 싶으면 많이 계산하지 않는 스타일이랄까요? 마케팅을 하면서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코스는 '제너럴 매니지먼트'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준비나 생각은 꾸준히 하고 있었죠.

한국지사 내부에서 사장으로 승진된 부분은 직전 사장인 아멧 괵선 사장님도 많은 노력을 하셨고, 한편으로는 한국화이자 조직의 역량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케팅디렉터로 일할 때 리더들과 팀을 이뤄서 일해본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고요. 어쨌든 전체 직원들에게 많은 동기 부여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동수 사장이 경영자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인재 관리'이다.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마케팅디렉터로 근무할 당시 '마케팅팀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가장 성공적인 퍼포먼스로 꼽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업무 스타일 역시 회사 업무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기 보다는 세부적인 업무는 각 부문별 리더들에게 분담하고, 전체적인 방향이나 전략을 논의하고 제시하는 데 열중한다. 그러고보면 그는 최근 개편된 화이자의 비즈니스 유닛(BU) 체제에 걸맞는 적임자다.

"화이자는 전세계적으로 고객의 요구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제약사업부문을 4개의 BU체제로 개편했습니다. 조직은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경영철학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이전 사장님이 계실 때도 제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경영 방침을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인이다보니 직원들이 커뮤니케이션하기는 좀더 편해지긴했죠. 직원들의 영어 실력이 줄어들까 염려는 됩니다만. 하하."

객관적으로 화이자의 현 상황을 진단하라고 한다면 '위기'라는 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 중 줄곧 매출 1위를 지켜오다가 지난해 다른 회사에 자리를 빼앗겼고,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이 즐비한 반면 이들을 대체할 만한 블록버스터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CEO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비로소 빛을 발한다고 볼 때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의약분업 이후 계속 성장해오다가 최근 들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레브렉스·리리카·비아그라·수텐 등 여전히 강력한 제품들을 갖고 있고, 파이프라인도 여느 회사 못지 않습니다. 사실 화이자가 겪고 있는 상황은 전세계적으로 제약산업 전체가 겪고 있는 위기이기도 하죠. 당장 1~2년 내 성장 동력을 찾으라면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계속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한국 시장을 "도전받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한국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졌고, 국내에서 이뤄지는 글로벌임상시험의 수도 크게 늘었다.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지만, 퀄리티가 아직은 한수 위이고, 일본에 비해서는 비용적 측면에서 경쟁력이 앞선다.

"앞으로의 목표라면 사장으로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화이자가 계속 업계의 리더로 책임감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한국화이자를 성과와는 별개로 '좋은 직장'으로 만드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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