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김낙형은 이 작품의 기본 소재이자 주제인 '욕망을 위한 살인과 그 죄의식'의 문제에만 천착하지 않고 당시의 셰익스피어가 의도했을 법한, 한 인간의 죄의식을 통해 우리 인간사회 혹은 문명의 세계가 결코 발견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어떻게 들추어내는가에 대하여 극 해석을 집중한다.
텅 빈 공간, 중세의 화려한 무대는 흔적조차 없고 누더기를 걸친 배우들만 배회한다. 조명조차 최소화된 무대는 관객으로 하여금 숨소리조차 조심스럽도록 유혹한다. 어른들의 회합을 몰래 지켜보는 방안에 갇힌 소녀처럼 관객들은 사로잡힌 듯 숨죽이고 배우들이 휘두르는 몸짓 하나하나에 감정을 내맡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배우 성홍일은 특유의 선 굵은 연기로 맥베드역을 소화해 암흑으로 치닫는 운명과 심리를 탁월하게 녹여낸다.
원본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살리되 가급적 대사들을 압축하거나 배우들의 자유로운 신체 퍼포밍으로 대신하는 연극은 김낙형 연출의 개성적 오브제인 의자와 책상들을 활용함으로써 단순한 극적 표현을 넘어서 장면 자체를 제의적인 공간에서처럼 예시적이고 다층적으로 나타내어 내면의 공간화를 유도한다(문의:070-7664-8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