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 해 225만 명 원정진료…건보공단 진료현황 분석
민주당 강기정 의원 "수도권 병상총량제 도입" 제안
지방환자들의 수도권 원정진료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광주 북갑)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방거주자들의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지역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225만 39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정진료비 규모는 1조 6836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지방환자의 원정진료는 2003년 170만 3334명에 비해 32.3%가 늘어난 것이며, 진료비(2003년 8410억원)는 2배가 늘어난 것이다.
강기정 의원은 "이번 자료에서 확인된 진료비는 순수하게 건강보험에서 지출된 액수로,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부분과 교통·체류비 등을 감안한다면 지방환자들이 수도권에서 지출한 비용은 최소 2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의원은 "지방거주 환자들의 수도권 원정진료가 급증하면서 수도권과의 의료격차 심화와 지역경제 악영향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 원정진료 환자 충남·강원·경북·충북·전남 순
원정진료 환자수와 진료비 유출은 충남이 36만 5678명(280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25만 8277명, 1884억원)·경북(20만 3176명, 1739억원)·충북(20만 1998명, 1663억원)이 뒤를 이었다. 전남의 원정진료 환자는 18만 9211명(원정진료비 1440억원)으로 경남의 17만 2988명 보다 많았으나 원정진료비는 경남(1446억원)이 전남(1440억원)보다 6억원 가량을 더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에 비해 5년 동안 가장 높은 원정진료 증가율을 보인 지역은 울산으로 2003년 3만 3932명이던 원정진료 환자가 2008년 6만 899명으로 79.5%가 늘었다. 같은 기간 원정진료비는 157억원에서 513억원으로 226.2%가 늘어 13개 지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경남·대구·대전·부산 지역의 원정환자 증가율도 상위권을 차지, KTX 개통에 따른 영남권 환자의 수도권 원정진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3년 대비 2008년 수도권 원정진료 변화 상위 5위 지역(단위:명, 천원, %)
구분 |
환자수 |
|
진료비 |
||||||
2003 |
2008 |
증가율 |
시도 |
|
시도 |
2003 |
2008 |
증가율 |
|
1 |
33,932 |
60,899 |
79.5 |
울산 |
|
울산 |
15,745,330 |
51,367,560 |
226.2 |
2 |
113,195 |
172,988 |
52.8 |
경남 |
|
대전 |
39,982,541 |
109,486,327 |
173.8 |
3 |
71,731 |
106,925 |
49.1 |
대구 |
|
경남 |
56,255,178 |
144,664,949 |
157.2 |
4 |
98,254 |
145,176 |
47.8 |
대전 |
|
대구 |
29,413,921 |
75,533,499 |
156.8 |
5 |
112,130 |
165,199 |
47.3 |
부산 |
|
부산 |
48,851,837 |
115,485,661 |
136.4 |
■ 보험급여비 간암·폐암·위암 순
원정진료에 따른 보험급여비가 높은 상위 10개 질병에서는 암이 절반을 차지했다. 보험급여비가 가장 높은 질병은 간암으로 603억원을 건보공단에서 지급했고, 폐암(489억원)·위암(485억원)·유방암(338억원)·무릎관절증(308억원)·결장암(278억원) 등도 급여비가 높았다.
원정진료 환자수 상위 10위 현황에서는 급성기관지염이 19만 9655명으로 가장 많았고, 치은염(16만 5523명)·급성편도염(16만 3379명)·본태성 고혈압(12만 8437명)·위염 및 십이지장염(11만 6670명) 등이 뒤를 이어 충분히 지역 의료기관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수도권에 몰리는 기현상을 보였다.
■ 지역의료기관 투자·수도권 병상총량제 도입
강기정 의원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2008년 보건의료자원조사 결과보고서>를 인용, "의료 인력·3차 의료기관·고가 의료장비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자원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의료 인력의 경우 의사 46.4%, 치과의사 50.5%, 한의사 45.8%가 서울·경기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가 의료장비의 경우에도 양전자단층촬영기(PET) 50%,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45.5%, 방사선치료장치 47.9% 등이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 의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서비스는 양적 질적 확대에서 큰 성과를 거뒀지만, 의료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문제를 해소하는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지역간 건강과 의료비용의 비형평성 문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의료자원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으로 의료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보건의료의 문제가 지역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수도권으로 환자가 집중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확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보건의료자원 배분의 합리화와 효율화 ▲분포의 형평성을 꾀하는 정부 정책대안 마련 ▲수도권 병상총량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