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의료법 양벌규정은 위헌"

헌법재판소 "의료법 양벌규정은 위헌"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10.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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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직원의 위법행위로 원장까지 처벌 '부당'...이미 유죄 판결 받았어도 재심 청구 가능

병의원에 근무하는 직원이 무면허 의료행위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해당 직원은 물론 원장까지 함께 처벌토록 규정한 의료법 양벌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의 결정은 소급 적용되므로 이미 양벌규정에 따라 유죄를 선고받은 의사 등 의료인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의료법 제91조 제2항에 대한 위헌제청에 대해 "이 조항은 형벌에 대한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의료법 제91조 제2항은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밖의 종업원이 위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행위자 뿐만 아니라 그 개인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병의원에 근무하는 사무장, 간호사, 행정직원 등이 무면허 의료행위, 환자 정보 누설 등 의료법 위반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된 경우, 원장도 함께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위헌 결정 이유에 대해 "현행 의료법은 개인이 고용한 종업원의 무면허 의료행위 사실이 인정되면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한 영업주의 가담여부나 종업원의 행위를 감독할 주의의무 위반여부 등을 전혀 묻지 않고 곧바로 영업주인 개인을 종업원과 같이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아무런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까지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으로서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번 위헌제청신청은 강원도 속초시에 정형외과를 개원하고 있는 홍 모 원장이 제기한 것이다. 홍 원장은 지난해 자신의 병원 사무장이 무면허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된데 따라 자신도 약식명령을 받게 되자 춘천지법에 정식 재판을 청구한 뒤 같은 법원 재판부에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의료법 양벌규정의 효력은 소급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양벌규정을 적용받아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상당수의 의료인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의료인에 대한 양벌규정 조항을 담고 있는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 결정과 올 7월 의료법상 의료법인에 대한 양벌규정의 위헌 결정에 이어 개인(의사)에 대한 양벌규정도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잇달아 내려짐에 따라 관련법 개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양벌규정은 관리감독상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영업주를 처벌해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만큼 헌재의 위헌 결정은 사필귀정"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관련법 개정에 조속히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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