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를 위한 <해리슨 내과학> 공동구매?

한의사를 위한 <해리슨 내과학> 공동구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9.12.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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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 <해리슨 내과학 원론>(16판 국역본) 공동구매가 한창이다. 창간한 지 20년이 넘은 국내 유력 한의계 전문지 '민족의학신문'이 주관하는 사업이다.

사실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겠다.

6년 넘게 한의계와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일원화 업무를 취재해온 기자는 현 한의학 교과서가 얼마나 많은 지면을 현대의학 이론에 내주고 있는지, 한국 최고의 한의대가 있는 경희대 정문 앞에 현대의학 교과서를 찾는 한의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익히 보고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엄연히 의료이원화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개적으로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대표적인 현대의학 교과서를 판매하는 것을 보니 좀 씁쓸한 기분이다.

물론 한의사가 현대의학 책을 공부하는 게 잘못됐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고 그럴 맘도 없다. 배우는 게 무슨 잘못인가? 하지만 한의학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한의학 자체적인 연구개발보다는 현대의학에서 차용하는 좀 더 손쉬운 방법에 의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의학의 특성상 교육은 단지 교육으로만 끝나지 않고 임상진료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도 무시못할 요소다.

의료계가 그렇게 공들였던 한의사의 CT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 금지도 의료법이 개정돼 한방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의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싱겁게 물거품이 됐다. 어쩌면 의사는 배제된 채 한의사만을 위한 의료일원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한의계 전문지의 의도도 확신이 안 간다. 정말 한의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동구매를 주관하는 건지 아니면 단지 '수익사업'으로 하는 것인지 말이다. 이 신문사가 요즘 부쩍 신문사 본연의 업무 이외에 강의사업 등 수익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 공공연히 돌고 있다.

최근 2년도 안 된 사이에 편집국장이 두 명이나 교체됐고, 요 몇달새 20년여년 간 이 신문사에 재직했던 베테랑 기자 2명과 7년 넘게 보험영역을 커버하던 기자 1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직하면서 이전에 이 신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전문지다운 전문성도 눈에 띄게 희색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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