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면허정지+업무정지'…중복처벌 개선될까?

coverstory '면허정지+업무정지'…중복처벌 개선될까?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12.11 09:5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안정적인 진료환경 위해" 법률개정 추진
둘 중 하나의 처분만 내리도록..의료계 '환영'

Cover Story

<사례1>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행정처분 통지서를 받은 것은 지난해 8월. 의사자격정지 30일과 함께 의료기관 업무정지 30일 처분을 내린다는 통지서를 받아든 A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2년전 간호조무사에게 초음파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한숨 돌렸는데 그걸로 끝난게 아니었던 것.

면허정지 처분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병원 문까지 닫는 것은 너무 억울해 법적 대응을 생각해 봤지만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는 주위의 만류로 포기했다.

<사례2> 서울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비뇨기과병원을 경영하는 B원장.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이 문제가 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현행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란 이유 때문.

자격정지 15일과 더불어 업무정지 15일을 동시에 처분 받은 B원장은 '죄에 비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에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지난 6월 패소했다.

<사례3> 의사 C씨는 진료비 허위청구 사실이 적발돼 최근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 받았다. 전과자라는 오명 보다 더 큰 고통은 새 출발의 기회마저 잃어버렸다는 사실. C씨는 과징금 처분과 함께 의료기관 허가 취소 처분을 동시에 받았다.

현행 의료법은 진료비 허위청구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아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취소당한 사람은 3년 동안 병의원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이 의료법상 의무사항을 위반한 경우 받게 되는 행정처분은 시정명령·개설허가취소·업무정지·면허취소·자격정지 등이다. 시정명령과 개설허가취소, 업무정지는 '의료기관'에 대해 내려지는 처분으로서 '대물적 처분'이라 불린다.

면허취소와 자격정지는 '의사'에 대한 처분, 즉 대인적 처분이다. 이들 대물적·대인적 행정처분은 둘 중 한가지만 내려지는게 보통이지만 유독 세 가지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두개 처분이 동시에 부과된다.

<사례1>과 같은 무면허 의료행위, <사례2>의 불법 의료광고, <사례3>에서 예를 든 진료비 거짓 청구행위가 바로 그것이다<표>.

이들 위반행위에 대한 중복제재가 필요이상의 과도한 제재라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제기돼 왔다. 중복제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겐 거의 치명적이다. 업무정지는 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는 방법(의료법 제67조)이 있다.

그러나 자격정지는 아무런 대체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원장이 유일한 진료의사인 대부분 의원급 의료기관은 꼼짝없이 의료업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다. 하루만 문을 닫아도 단골 환자가 빠져나가는 동네의원 입장에서 1개월 이상의 영업 중단은 사실상 '폐업'이나 마찬가지다.

정 근 부산광역시의사회장은 "하나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의료인과 의료기관 모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며 "중복제재는 의료의 특수성·전문성을 무시하는 불합리한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욱 변호사(법무법인 퍼스트)는 "정상이 참작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나 법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더라도 업무정지와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은 피할 수 없다"며 "형사상으로는 용서받아도 행정처분으로 인해 영업에 극심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 소지 많아 반드시 고쳐야

의료법 위반에 따른 중복제재는 법리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크다는게 중론이다. 이중처벌을 금지하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한 개의 행정처분만으로도 의료법의 입법목적, 즉 국민을 위해 안정된 진료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처분을 병과하는 것은 의사의 영업의 자유는 물론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독 세 가지 위반행위에 대해서만 중복제재를 가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진단서 허위 작성이나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경우 각각 자격정지 처분만 받도록 돼 있는데, 이들 위반행위가 세 가지 위반행위보다 덜 중하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합리적 기준이 없다는 것.

변호사·약사·공인회계사·변리사 등 다른 전문자격사를 규율하는 법률 어디에도 영업정지와 자격정지를 동시에 부과하는 사례가 없다는 점도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기에 충분하다

'처분 단일화' 의료법 개정 추진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현행 처분 규정 가운데 의료업 정지 또는 개설허가 취소나 의료기관 폐쇄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삭제했다. 즉 의사에 대한 면허자격 정지 처분만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불법의료 광고행위는 반대로 자격정지 규정을 삭제,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으로 단일화 했다.

이같은 개정 방향에 대해 전 의원은 "의료인으로서의 의무위반행위와 의료기관(장)으로서의 의무위반행위는 구별돼야 한다"며 "무면허의료행위 금지규정의 경우에는 수범자, 즉 행위자가 의료인이므로 의료인에 대해서만 행정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불법의료광고행위 역시 "의료광고는 '의료기관'에 대한 광고이므로 의료기관의 행위로 보는 것이 옳다"면서 "따라서 불법의료광고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은 의료기관에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위청구 중복제재는 개정안서 제외

허위청구는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 받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진료비 허위청구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취소당한다. 물론 과징금도 내야 한다.

특히 허위청구로 의료기관 개설 허가가 취소된 후 3년 동안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어 사실상 의료업을 접어야 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지나치게 가혹한 '3중 처벌'이라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특히 단순한 '착오청구'마저 허위청구 취급받아 과중한 책임을 지우는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전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에 허위청구에 따른 중복 행정처분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다. 허위청구의 주체를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어느 한 쪽의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고, 거짓 청구행위를 매우 엄격히 금지하고자 하는 입법취지, 국민의 법감정 등을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진료기록부를 위·변조하는 등 명백한 속임수의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와 임의비급여 행위를 구별해 과징금 부과액에 차이를 두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복지부 "개선은 공감…법개정은 신중히"

중복제재를 개선하는 의료법 개정에 대해 복지부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률 개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처분을 단일화 할 경우 자칫하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

정윤순 복지부 의료자원과장은 "자격정지 처분만 내릴 수 있도록 할 경우 법인의료기관의 대표가 비의료인이면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또 "반대로 영업정지 처분만 내리게 한다면 개원의 경우 자기 의원 문을 닫고 처분기간 동안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가 가능해 처분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면허의료행위의 경우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이 무기징역 또는 2년 이상의 징역(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벌금 병과)이라는 가중처벌을 내리도록 돼 있어, 이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법 중복제재 규정들이 처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든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현재 법제처가 '법령선진화 태스크포스'를 구성, 과태료와 영업정지 중복처분 등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처분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점도 의료법 개정 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기회에 중복제재 규정들이 합리적으로 개선돼 행정처분에 대한 불안감을 덜고 환자 진료에 매진할 수 있게되길 바라고 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