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패턴을 바꿀 최신 임상연구Ⅲ
-'미국심장학회(AHA) 2009'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심장 관련 학술행사 중 하나인 미국심장학회(AHA) 학술대회가 지난 달 미국 올랜도에서 열렸다. 의협신문은 학술대회 기간 중 '최신 임상 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s)' 세션에서 발표된 임상연구 결과 가운데 진료패턴을 바꿀 3가지 연구 결과를 선정, 전문가 학술 좌담회를 진행했다.<편집자 주>
▶사회 : 박정배 관동의대 교수(제일병원)
▶패널 : 이해영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김상현 서울의대 교수(보라매병원)
강석민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사회 : 최근 열린 미국심장학회(AHA)에서 발표된 임상연구 결과 가운데 실제로 진료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세 가지 임상연구 결과에 대해 토론해보고자 한다. 고혈압 치료제들의 장기간 임상 성과(clinical outcome)를 평가한 'ALLHAT'연구와 심부전 환자에서 ARB제제의 용량에 따른 치료 효과를 본 'HEAAL'연구,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치료 전략을 다룬 'ARBITER6-HALTS'연구에 대해 살펴보겠다.
1. 고혈압치료제의 임상 성과 비교
이해영 : 2002년에 5년동안 진행된 ALLHAT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번에 발표된 것은 그 환자들을 총 10년동안 추적관찰한 결과이다. 아직 자세한 슬라이드와 논문은 발표되지 않아 공식 결과가 공개되면 내용이 조금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ALLHAT연구는 고혈압과 1개 이상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암로디핀(amlodipine·칼슘길항제), 리시노프릴(lisinopril·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 클로르탈리돈(chlorthalidone·이뇨제), 독사조신(doxazosin·알파차단제)을 투여했는데,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다른 종류의 약제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비교적 고용량의 이뇨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먼저 5년 결과를 되짚어보면 독사조신은 여러모로 좋지 않아서 중간에 탈락했고, 클로르탈리돈이 리시노프릴 보다 뇌졸중과 심부전 예방에 대해 더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됐다. 이러한 차이는 클로르탈리돈군이 리시노프릴군보다 혈압 조절 정도가 더 좋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 4년 뒤 클로르탈리돈군에서 공복혈당이 유의하게 올라갔고, 신규 당뇨 발생률이 리시노프릴에 비해 43.2%나 높았다는 점 때문에 클로르탈리돈이 장기 사용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또 연구 참가자의 80%만이 배정받은 약을 그대로 복용해 임상시험 치고는 탈락률이 다소 높은 점도 논란이 됐다.
이번에 발표된 10년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암로디핀·리시노프릴·클로르탈리돈 등 세 그룹의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었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에도 차이가 없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역시 칼슘길항제(CCB)와 이뇨제,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ACEI)와 이뇨제간 차이가 없었으며, 이뇨제가 CCB에 비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률을 유의하게 낮춘 점이 유일하게 관찰된 차이였다(p=0.01).
즉 고혈압 치료를 위해 이뇨제를 가장 우선해서 사용하는 것이 10년 뒤 환자의 예후에 별다른 차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종료된 5년 이후부터 10년까지의 환자 데이터를 국가 사망 통계 자료와 보험 청구 자료로부터 수집하다보니, 캐나다 환자들과 재향군인으로 등록된 환자의 자료는 분석에서 제외됐으며, 혈압에 대한 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5년 이후에도 약물 복용에 변화가 없었을 것이고, 임상시험에 참가한 5년간의 상태가 그 이후 5년 동안에도 그대로 유지됐을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과를 해석하는데 제한점이 있다.
또 연구 결과를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한점이 있는데, 연구에서 사용된 클로르탈리돈 25mg을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클로르티아자이드(chlorthiazide)계열에 적용할 경우 용량이 50mg이나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클로르티아자이드 용량은 12.5mg정도다. 따라서 이뇨제를 통해 100%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더 많은 용량을 써야 하는 것인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심기능 떨어진 노인환자엔 CCB 주의"
사회 : 중요한 이슈들을 많이 던져주고 있는데, 제한점이 상당히 많아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이뇨제가 나쁜 약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CCB는 그동안 노인 환자에서 좋은 약으로 알려져 왔는데, 평균 연령 65세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결과를 고려한다면 더이상 CCB의 장점이 없는 것 같다. 뇌졸중과 심부전 위험까지 고려해본다면 이제 노인 환자에서는 CCB를 쓰지 말아야 할까?
이해영 : 그렇게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여기서는 약제 간 차이 보다는 약제 간 혈압의 차이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뇨제군에서 고용량의 이뇨제 사용으로 인해 이뇨 효과가 일어나 실제 심부전이 발생했더라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뇨제에 의한 부종 감소 등 초기 치료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강석민 : 'ACTION'연구에 따르면 CCB인 니페디핀(nifedipine)이 고혈압 환자에서 심부전 발생 위험을 38% 낮췄다. 혈압 변화에 대한 자료가 정확하게 나온 이후에나 CCB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상현 : 공개된 데이터가 부족해서 해석이 어렵다. 임상시험이 진행된 5년 동안 시험약을 복용한 환자가 80% 정도였는데, 그 이후 5년은 어땠나? 임상시험 종료 후 5년 동안 이전에 복용했던 약을 계속해서 복용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지 않은가?
이해영 : 탈락률은 보고되지 않았는데, 처음에 비중이 높았던 캐나다 환자가 제외됐기 때문에 10년 데이터에 포함된 환자수는 모집 당시 환자수의 50% 미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처음 5년 데이터에서 비교적 약제 간 차이가 크지 않았고, 60% 이상에서 혈압이 적절히 조절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 5년 동안에도 환자들이 그 약을 그대로 복용했을 가능성이 꽤 있다. 단 ACEI의 경우 처음 5년에도 중도 탈락률이 높은 편이었는데, 이후 5년 동안에도 탈락률이 높았을 수 있다.
AHA에서 한 토론자는 이번 연구에 제한점이 있기는 하지만 4만여명을 10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추적했고, 그 결과가 이전 5년의 연구 결과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면 장기 사용 효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상현 : 심부전에는 역시 ACEI나 이뇨제가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 심기능이 떨어지는 환자에서는 CCB를 주의해서 써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클로르탈리돈 25mg과 CCB를 비교한다는 것이 무리겠지만, 심기능이 떨어지는 노인 환자에서는 CCB를 주의해서 쓰고 자주 관찰해야 하지 않을까?
강석민 : 사실 그런 환자군에서 그나마 도움이 되는 CCB가 암로디핀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결과는 암로디핀에게는 불리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심기능이 떨어지는 노인 환자라면 CCB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겠다.
이해영 : 임상에서는 이뇨제를 반 알(클로르티아자이드 12.5mg)만 쓰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클로르티아자이드의 경우 두 알(50mg)은 써야 제대로 쓰는 것이라고 보여주고 있다.
AHA에서 이 연구가 발표된 이후 이뇨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는데, 클로르티아자이드를 25mg에서 50mg으로 늘리면 24시간 혈압이 유지되는 비율이 올라가고, 12.5mg을 쓰면 오후에 혈압의 변동이 일어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뇨제 12.5mg은 적다…늘릴까, 말까
사회 : 클로르티아자이드의 경우 50mg까지는 증량할수록 용량 대비 효과가 커진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25mg부터 당뇨 발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12.5mg를 쓰는 게 낫다고 본다. 여기서도 고용량의 클로르탈리돈을 썼더니 신규 당뇨병 발생률이 올라갔다.
그런데 과연 클로르탈리돈 그룹 환자들이 이뇨제만 먹었을까? 순수하게 이뇨제의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
이해영 : 하지만 네 그룹 중 하나의 약제만 사용한 환자의 비율은 클로르탈리돈군에서 가장 높았다.
김상현 : 약제의 효과를 해석하려면 혼란변수를 제거해야 하는데, 5년 동안 무슨 약을 먹었고, 혈압은 어느 정도 조절됐으며, 어떤 병이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초기 투여 약제별로 환자군을 분류해 얻은 장기 효과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고 신뢰도도 낮다고 생각한다.
사회 : 무슨 약이든 좋은 면과 나쁜 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당뇨·심부전·뇌졸중 등도 고려해야 한다. 한쪽 면만 보고 접근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며, 환자 개인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ALLHAT 10년 추적 관찰 결과에 따르면 고용량의 이뇨제가 CCB 보다 심부전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더 좋을 것 같지만, 고용량의 이뇨제는 당뇨의 발생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대사성 위험이 있는 환자에서는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2. 심부전에서 ARB의 용량 의존적 효과
강석민 : HEAAL연구는 평균 4.7년동안 ACEI를 사용할 수 없으면서 좌심실 기능이 떨어진(LVEF≤40) NYHA Ⅱ이상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50mg) 로살탄(losartan)과 고용량(150mg) 로살탄의 임상 성과를 비교한 것으로, 심부전 환자에서 ARB의 용량 의존적 효과를 관찰한 최초의 연구이다.
그동안 좌심실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에서 ACEI와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ARB), 둘의 병용요법에 대한 효과를 본 여러 연구들이 진행됐다.
ACEI에 내약성이 없는 좌심실 기능 저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CHARM-Alternative'연구에서는 칸데살탄(candesartan) 30mg이 위약에 비해 심혈관 사망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23% 감소시켰고, 'ELITE-2'연구에서는 캡토프릴(captopr-il) 150mg과 로살탄 50mg가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좌심실 기능이 떨어진 post-MI 환자를 대상으로 한 'VALIANT'연구에서 발살탄(valsartan) 320mg군과 캡토프릴 150mg군의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다.
'Val-HeFT'연구에서는 발살탄 320mg과 위약 사이에 생존율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리해보면 고용량 ARB가 심부전 환자의 임상 경과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계속 있어왔다.
HEAAL연구로 돌아와서, 연구 시작 단계에 ARB를 복용하지 않았던 약 30%의 환자들은 시작 2주전에 로살탄 12.5mg부터 25mg까지 점차 용량을 늘리되, 임상시험에서는 50mg로 시작해 3주에 걸쳐 150mg까지 증량하는 그룹과 50mg을 유지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배정됐다.
시작 단계에서 ARB를 복용하고 있던 환자들은 2주간의 워시아웃 기간을 갖고 같은 절차를 밟았다.
고용량군(1927명)과 저용량군(1919명)은 스크리닝 당시 기초 특성에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약 70%를 차지했고, 허혈성 심부전(64%), 고혈압(60%), 당뇨병(31%)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심박출계수(EF)는 평균 약 31% 였다.
베타차단제를 사용하고 있던 환자는 72% 정도로 기존 임상(30~50%)에서 보다 높았고, 이뇨제는 75% 이상에서, 알도스테론길항제는 약 37%, 스타틴도 약 35%에서 복용하고 있어서 심부전 환자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제들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1차 결과 변수인 사망률과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률의 복합지표는 고용량군에서 저용량군에 비해 10% 낮았다(p=0.027). 이러한 결과는 특히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률이 고용량군에서 13% 정도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차 결과 변수로 사망, 사망 또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복합지표 등은 두 군간 큰 차이가 없었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입원은 고용량군에서 11% 낮았다.
심부전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NYHA 변화 정도를 살펴보면, 사망하지 않은 경우와 사망한 경우 모두 고용량군에서 저용량군에 비해 기능이 향상된 환자의 비율이 더 높았다(33.7% vs 31.0%, 25.1% vs 22.2%) 하위그룹 분석 결과에 따르면 1차 결과변수에서 인종·연령·성별·좌심실 기능 등에 따른 의미있는 차이는 없었다.
단, 고혈압을 동반하지 않았던 그룹의 경우 고혈압을 동반한 그룹에 비해 저용량 대비 고용량의 효과가 훨씬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p=0.01).
고용량군에서 고칼륨혈증·저혈압·신장손상 등이 저용량군에 비해 유의하게 더 많이 발생했지만, 그로 인해 시험약을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두 군간 의미있는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ARB의 용량의존적 효과를 살펴본 첫번째 연구로서, 저용량에 비해 고용량을 사용했더니 사망률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량군에서 여러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러한 부작용이 전반적인 임상 경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심부전 환자에 대한 치료에선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RAS)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럴 때 서로 다른 계열의 약제를 병용할 수도 있겠지만, 환자가 ARB를 사용하고 있다면 증량만으로도 여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ARB, 가능한 최대 용량까지 UP
사회 : 심부전 환자의 치료 원칙은 무엇인가? 생존율을 올리는 것인가,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막는 것인가?
강석민 :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차적인 목표는 증상을 개선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사회 : 이번 연구에서는 고용량 ARB가 심부전 환자의 입원율을 줄여줬는데, 그렇다면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것 아닌가.
강석민 : 그렇다. 전체 사망률의 경우 용량에 따른 차이가 없었지만, 만성질환의 특성을 갖는 심부전 환자에선 증상 악화로 인한 입원을 감소시킴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로살탄 50mg을 쓰는 환자가 증상없이 잘 조절되고 있는 상태라 하더라도 로살탄 150mg으로 용량을 올려야 할까? 실제로 AHA에서 발표자는 이번 결과를 근거로 증상이 없거나 NYHA Ⅱ 이하인 경우라도 타깃 장기를 보호하고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 ARB를 고용량으로 올리는 것을 권유했다.
개인적으로도 특히 심부전 환자에서는 RAS가 최대로 활성화된 상태이므로 ARB를 가능한만큼 증량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해영 : 고용량 ARB군에서 저혈압이 좀더 많이 나타나긴 했지만, 그에 비해 약물을 중단한 환자 비율이 높지 않았고 하위그룹분석 결과 고혈압이 없었던 그룹에서 더 많은 이익이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환자에서 ARB 용량을 점차 올려 허용된 최대 용량을 사용하는 전략을 기본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 : ARB가 안전한 약이기는 하지만, 고용량에서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노인 환자들에서 고용량을 사용할 때는 부작용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김상현 : ARB도 약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혈압을 더 강력하게 떨어뜨릴 때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높을 수 있다.
강석민 : 이번 연구에서는 고용량군에서 저용량군에 비해 수축기혈압이 1.4mmHg, 이완기혈압이 1.2mmHg만큼 더 떨어지는 정도였다.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심부전 환자들에서는 혈액 상태를 고려하고 부작용을 잘 모니터링하면서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의 ARB를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
사회 : 이번 연구는 용량을 적절하게 조절해가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좋은 데이터를 낼 수 있었다. 진료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연구 결과다.
심부전 환자에 '고용량 ARB vs ACEI'
사회 : 로살탄 150mg가 이미 환자들이 다양한 약제들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50mg 대비 추가 효과를 보여준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마음 한 구석에 심부전 환자에서 ARB가 ACEI 보다는 효과가 덜 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부작용 모니터링만 잘 한다면 ARB의 용량을 올리는 방법도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석민 : 냉정하게 본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ACEI에 내약성이 떨어지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모든 심부전 환자에서 ACEI 보다 ARB를 먼저 투여해야 한다고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
이해영 : 심부전에서는 ACEI와 ARB의 효과가 동등하지 않았나? ACEI의 경우 용량을 조금만 올리더라도 혈압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적정(titration)하는데 있어서는 ARB가 더 쉽다고 알고 있다.
사회 : 개별 임상연구에서는 ARB와 ACEI가 통계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들 연구들을 토대로 메타분석을 실시하면 ARB가 ACEI와 비슷하거나 ACEI보다 조금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민 : ACEI와 ARB의 효과가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ACEI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라면 ACEI를 우선적으로 처방하고, ACEI에 내약성이 떨어지는 경우라면 그 때는 ARB를 사용한다.
김상현 : 개인적으로 ACEI를 먼저 쓴 다음 내약성이 떨어진다면 ARB를 쓰는데, 최근에는 ARB가 ACEI의 대안적인 역할을 하는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경우에 따라 ACEI보다 먼저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약제가 같은 효과를 보이는 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사회 : ELITE-2연구에서 로살탄 50mg은 캡토프릴 150mg에 비해 더 나은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만일 이번 연구에서 로살탄 50mg과 150mg 외에 캡토프릴 150mg 그룹을 추가했다면 더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3. 이상지질혈증의 치료 전략
김상현 : ARBITER 6-HALTS연구는 이미 장기간 스타틴을 사용해서 LDL-콜레스테롤을 낮게 유지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서방형 니코틴산(extended-release niacin)을 추가하여 HDL-콜레스테롤을 올리는 전략이 더 좋은가 아니면 에제티미브(ezetimibe)를 추가하여 LDL-C를 더 낮추는 전략이 나은가를 비교하기 위한 연구로서 오픈 라벨 디자인으로 진행됐다.
임상연구에 적합한 대상자는 30세 이상,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DM 또는 Framingham Risk Score(FRS) 20% 이상·관상동맥 칼륨 스코어 여성 200, 남성 400을 초과한 경우 등의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들로서, 우리나라 심혈관질환 위험 기준과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상 환자들은 연구 시작 3개월 이전 동안 스타틴 단독요법을 사용하면서 LDL-C가 100mg/dl 미만으로 조절되고 있었고, HDL-C는 미국 성인의 평균 수치를 기준으로 남자 50mg/dl, 여자 55mg/dl 미만을 기준으로 모집되었다.
총 630명 중 363명이 에제티미브 10mg 그룹(176명)과 서방형 니코틴산을 1일 2000mg까지 증량한 그룹(187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는데, 약물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가 임상시험을 중단시킨 14개월까지 임상시험에 남아있던 환자는 에제티미브 111명, 니코틴산 97명으로 전체 환자군의 추적관찰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1차 결과변수인 평균 경동맥내중막두께(carotid intima-media thickness·이하 CIMT)의 변화를 보기 위해 연구 시작 시점·8개월 후·14개월 후에 각각 초음파검사를 실시했는데, 검사는 단일 소노그래퍼에 의해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측정자간, 검사간 측정값을 비교한 결과 상관관계가 매우 유의해서(r=0.999, 0.997) 측정의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환자들의 80%는 남자이고 평균 연령은 65세로 모든 환자가 평균 6년동안 스타틴을 먹고 있었으며(42±25mg/d), 95%가 아토르바스타틴 또는 심바스타틴을 복용했다.
시작 시점의 평균 총콜레스테롤(TC)은 147mg/dl, LDL-C는 82.1mg/dl, HDL-C는 42.4mg/dl, TG는 134mg/dl였고, CIMT는 평균 0.8977mm, 최대치는 1.0179mm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니코틴산은 HDL-C를 18.4%(7.5±9.2mg/dl) 증가시켜 50mg/dl까지 올렸고, TG는 더 유의하게 줄였으며(-36mg/dl), LDL-C는 소폭 감소시켰다(-10.0±24.5mg/dl). 에제티미브는 LDL-C를 19.2%(-17.6±20.1mg/dl) 감소시켜 66mg/dl까지 낮췄고, HDL-C를 약간 낮추는 효과(-2.8±5.7mg/dl)를 보였으며, TG는 -9mg/dl만큼 감소했다.
이에 따른 CIMT 측정값은 에제티미브군의 경우 8개월째 약간 증가하다가 14개월째 약간 감소했는데, 전체적으로는 LDL-C를 낮췄음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니코틴산은 8개월째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기 시작해 14개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니코틴산군에선 LDL-C 감소에 따라서 CIMT에 큰 차이가 없었던 데 비해 에제티미브군에서는 LDL-C가 감소할수록 CIMT가 증가하는 역설적인 효과가 나타난 데 대해 논란이 있다.
주요 심혈관 사건을 보면 14개월째 에제티미브군의 5.5%, 니코틴산군의 1.2%에서 발생해 니코틴산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으며, 니코틴산군의 36%가 안면홍조를 호소해 이로 인해 임상에서 탈락된 환자수가 늘었으나 두 그룹의 총 탈락률에선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
연구자들이 밝힌 제한점은 논란이 있는 대리지표인 CIMT를 사용했다는 것이지만, 니코틴산은 주요 심혈관 사건에 있어서도 에제티미브 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연구가 14개월만에 갑자기 중단된 이유는 약물위원회가 CIMT의 값이 정확하게 측정된 점, 약물 효과가 두 그룹간 유의한 차이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해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스타틴을 통해 이미 LDL-C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에서 니코틴산을 추가해서 HDL-C는 올리고 TG와 LDL-C를 낮추는 것이, 에제티미브를 추가하여 LDL-C만을 추가적으로 많이 낮춘 경우보다 CIMT를 감소시키는 좋은 효과를 보였으며, 임상적 사건의 발생을 줄였다.
이상지질혈증의 1차 치료제는 스타틴이며 LDL-C 조절이 일차 목표이지만, LDL-C가목표치에 도달한 이후에는 HDL-C을 증가시키는 추가적인 관심과 고려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에제티미브는 정말 이상적인 약일까?
사회 : 최근 나온 임상 결과 중에 이번처럼 통계적인 유의성이 높았던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고위험군이라고 하더라도 LDL-C가 82mg/dl 정도라면 LDL-C를 더 떨어뜨리려고 할 지 의문이다. 혹시 LDL-C를 더 떨어뜨리면 J-커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김상현 : LDL-C를 많이 낮추면 출혈성 뇌졸중이나 뇌출혈이 증가하지 않겠냐는 의심을 하게 되는데, 역학 연구에서는 출혈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있지만, 'SPARCLE'연구에서 2차 예방 목적으로 고용량 스타틴을 썼을 때 뇌출혈이 좀더 많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임상 연구에서는 출혈 위험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없었다.
암 발생 위험이나 심부전 악화의 경우도 현재까지는 스타틴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없다. "LDL-C를 더 낮춰야 하는가"는 질문에 대한 답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또는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들(A-to-Z·PROVE-IT/TNT·IDEAL)의 메타분석 결과가 대신할 수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LDL-C를 75mg/dl까지 낮추는 경우가 101mg/dl로 낮추는 경우 보다 상대 위험도가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초고위험군이라면 LDL-C를 더 낮추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사회 : 에제티미브가 LDL-C를 떨어뜨린 반면 1차 결과 변수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김상현 : 논란이 있다. 여기에 대해선 두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첫번째는 CIMT에 대한 문제다. 약제 투여로 인한 측정값의 변화 정도가 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즉 CIMT는 동맥경화 여부를 확인할 때는 유용한 지표이지만, 약제 투여로 인한 변화를 관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CIMT의 제한점을 차치하더라도 두 그룹의 임상 사건 발생률에 차이가 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LDL-C를 낮췄기 때문에 임상 사건 발생률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LDL-C를 더 떨어뜨린 그룹에 비해 HDL-C를 올린 그룹에서 발생률이 더 낮았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에제티미브가 니코틴산 보다는 사건 발생률이 높았지만, 위약군과 비교한 결과는 없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
사회 : 최근 에제티미브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들이 몇몇 나오고 있는데, 이러다가 약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김상현 : 걱정되는 부분이다. 에제티미브는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스타틴과 병용하는 매우 이상적인 약제라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1차 연구 목표로서 심혈관질환에 대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유일하게 SEAS연구의 2차 연구목표로 허혈성 심질환 사건발생을 22% 낮췄는데, 향후 'IMPROVE-IT'연구 결과가 최종 결론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에제티미브가 LDL-C를 떨어뜨리는 기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연구자들은 에제티미브가 NPC1L1 단백질에 결합해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함과 동시에, SRB1을 억제함으로써 콜레스테롤 역수송을 역시 억제하여 HDL-C의 대사에 관여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어떤 약제로 LDL-C를 낮추는 지가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DL-C 낮다면 HDL-C 신경써야
강석민 : 보통 LDL-C가 80mg/dl 정도 되면 초기에 스타틴 10mg 정도를 쓰는데, 최근 고위험군은 LDL-C를 70mg/dl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럴 때 고용량 스타틴을 써야 할까, 아니면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HDL-C를 좀더 올리고 TG를 낮추는 니코틴산을 써야 할까?
김상현 : 일반적인 경우라면 스타틴을 증량해도 좋고 니코틴산을 추가해도 관계없다. 하지만 스타틴은 임상 성과가 잘 알려진 약제이므로 개인적으로는 스타틴 증량을 먼저 고려하고, 고용량 스타틴으로 인한 합병증이 우려된다면 다른 약제를 추가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복약 순응도 역시 중요하다.
만일 스타틴을 증량한다면 HDL-C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모니터링해야 하고, HDL-C가 올라간다면 생활습관 개선이나 니코틴산을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LDL-C가 충분히 조절될 때 LDL-C의 변화량과 HDL-C의 비율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해영 : 연구 결과를 보고 HDL-C를 올리는 전략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톨세트라핍(torcetrapib)은 비록 부작용으로 퇴출됐지만, 다른 CETP억제제들은 계속 개발되고 있는데 HDL-C를 올려주는 다른 약제에 대해서도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을까?
김상현 : 향후 풀어야 할 문제다. 니코틴산은 HDL-C를 증가시키는 이외에도 다른 효과를 갖고 있다. Lp(a)를 감소시키는 유일한 약이면서 PPAR-gamma agonist 효과도 갖고 있어 HDL-C 증가 이외의 다른 작용들로 인해 이번 연구에서 보여준 효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기전으로 HDL-C을 증가시키는 CETP 억제 약물들이 똑같은 효과를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으며, 지질 프로파일에 대한 효과 이외에 다른 효과가 있는가의 여부와 이렇게 증가된 HDL-C의 콜레스테롤 역수송 기능이 매우 중요한 결정인자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약제별 임상 연구 결과를 비교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 니코틴산은 안면홍조 부작용 발생률이 높아서 풀어야 할 숙제를 갖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환자가 먹지 않으면 좋은 약이 될 수 없다. 그동안 대사증후군 환자에서는 고용량 스타틴을 써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HDL-C를 좀더 고려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LDL-C가 잘 조절되는 환자에서 TG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인지, HDL-C를 먼저 고려할 것인지, 아니면 HDL-C와 TG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지는 앞으로 더 고민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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