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의사회 총회 및 CMAAO 총회 참석 소고
필자는 2009년 10월14일부터 17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2009 세계의사회 (World Medical Association : WMA) 총회와 11월 5일부터 7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있었던 제 26차 아시아 오세아니아 의사회 (Confederation of Medical Association of Asia and Oceania : CMAAO)에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서 참가하였는데, 이에 대한 간략한 보고와 함께 앞으로 본회가 세계 각국의 의사회와 어떻게 협력하고 발전할 것인지 그 방향에 대하여 제시해 보고자 한다.
세계의사회(WMA)
전 세계 800만명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제민간의사단체로서 1947년에 창립되어 94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본회는 1949년에 가입했다.
의사의 자주성과 권리 보호, 의사의 의료행위, 의과학 연구와 관련한 국제적 윤리기준 및 지침 마련,그리고 의학교육, 의료인력 수급의 국제기준 제정 등을 그 설립목적으로 한다.
주요 업적으로는 의사의 기본윤리강령을 제정한 제네바 선언 (1948), 인체대상 임상실험에 관한 윤리를 규정한 헬싱키 선언(1964), 고문 등 비인간적인 행위에 의사의 관여를 금지한 도쿄 선언(1975) 그리고 의사의 직업적 자율과 임상적 독립에 관한 서울 선언(2008) 등이 있다.
세계의사회에서의 본회 활동을 보면 1985년 문태준 당시 의협회장이 WMA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현재 태평양 지역 이사국으로서 재정기획위원회와 사회의무위원회 등 2개의 분과위원회에서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WMA의 주요 아젠다인 '보건의료 인력 간 권한이양', '건강과 환경' 그리고 '의약품 처방' 관련 실무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WMA의 조직은 회비구조와 연동되어 UN 등과 같이 자율적으로 회비규모를 책정하는데, OECD에서 구분하는 국가 경제력에 따라 회원국을 분류하고 신고된 회원수에 따라 회비를 차등 적용한다.
본회는 WMA내 전체 납부 규모의 10위권 정도로서 국가 경제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WMA는 전체 94개 회원국을 6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일본, 대만, 호주 등과 함께 태평양 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이사회는 16개국 23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지역별 이사 수는 해당 지역 소속 회원국들이 납부하는 총 회비 규모에 따른다. 본회가 속한 태평양 지역은 총 5석을 배정받고 있는데 이 중 일본이 신고회원 규모에 따라 자동으로 3석을 가지며 나머지 2석은 선거에 의해 결정된다.
2009년 WMA총회에 본회는 전공의대표들을 포함한 9명의 대표단을 파견하여 그 동안 준비해온 의제들에 대하여 활발히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그 동안 논의되어온 여러 결의문이 상정, 채택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본회가 실무그룹 일원으로 지난 2년간 초안 작성에 참가하여 한국의 현실을 지속적으로 반영한 '보건인력간 권력이양에 관한 결의문'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의약품 처방에 관한 결의문은 각 지역간 이해가 대립되어 추후 재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의제에 있어 본회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처방권은 원칙적으로 의사에게만 허용되어야 하며 극히 예외적으로 의사의 지도하에 일부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반면에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소위 health professional 에게 보다 폭넓은 위임을 주장하였다. 결과적으로 유럽국가에서 전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의사가 아닌 직종에서의 진단 및 처방의 명문화는 제지하여 앞으로 한국이 세계의사회에서 여러 아젠다에 대하여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에도 본회가 실무그룹으로 참여한 건강과 기후변화에 대한 결의문이 뉴델리 선언으로 격상되어 통과되었으며 보건의료 인력에 관한 결의문 (Resolution on Medical Workforce), 배아줄기세포 연구(embryonic stem cell research)에 관한 성명, 직업적 자율규제에 관한 마드리드 선언 (professionally-led regulation) 개정안 등이 채택되었다.
또한 차기회장 선거에서 본회와 아시아 국가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인도의 케탄 데자이 박사가 당선됨으로 해서 향후 세계의사회에서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영향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연맹(CMAAO)
1956년 창설되어 현재 총 17개국의 회원으로 이루어진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각국 의사회 연맹으로 본회는 1961년 가입했다.
의료인의 지위, 직업기준, 윤리 등을 유지 보호하면서 최고의 의학교육, 의료행위, 의료윤리를 인류에게 제공함을 그 창립목적으로 한다.
CMAAO 집행부 구성을 보면 회비 납부 규모에 연동되는 선거를 통해 이사국을 선출하는 WMA와 달리, 전 회원국이 1석씩의 이사를 갖는 구조로서 이는 회비 납부 능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의결권을 보장함으로써 정책 의결 과정이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의 영향 받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CMAAO내에서의 본회 활약을 보면 제7차(1971), 제12차(1981), 제24차(2005) 총회를 개최하였으며, 현재 결의문 위원회 의장국으로서 세계의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처방권 및 Task shifting에 관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CMAAO는 본회가 세계의사회를 비롯한 국제보건의료계에서 역량을 증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이다. 또한 국제 정세의 흐름면에서도 지금이 세계의사회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권익을 반영하기 위한 역량을 증대시킬 적기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회는 이번 총회에서 CMAAO의 전반적인 운영 개선에 관한 활발한 의견조정자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2009년 한국의 의료계 현안과 주요 활동에 대하여 보고를 하였다.
두 차례의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느낀 바는 대단히 많았다.
가장 고무적인 일은 본회가 작년에 서울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국제 의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며 이를 계기로 의료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또한 쉴 새 없는 회의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거의 자리를 뜨지 않고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각국 대표단의 열정과 성실성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의사 본연의 임무인 임상진료에 관한 진지한 토론은 물론이고 의료윤리, 기후 변화 그리고 금연 등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도 많은 관심을 집중하는 각국 의사회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참고하여 의협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환경이나 안전문제 그리고 사회적 기여 등에도 그 폭을 넓혀 회원들이 사회 여론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또한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 의사들이 국제 보건의료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도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감각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리더십교육 프로그램 등도 도입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앞으로 많은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