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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0 06:00 (토)
"의·병협 회장도 환자한테 맞았다"

"의·병협 회장도 환자한테 맞았다"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10.01.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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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의료진 폭행…경찰 신고해도 나 몰라라 외면
다른환자 진료까지 방해…"안전장치 마련해야"

▲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경만호 의협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환자의 폭언이나 폭력은 물론 살인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 대부분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맞은 경험이 있습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과 지훈상 대한병원협회장은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과의사들 치고 한 두 번 안 맞은 의사들이 없을 것"이라며 "전공의 시절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의·병협을 비롯해 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한국간호조무사협회·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등 7개 단체장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권력이 의료기관내 폭력에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전국의료기관과 경찰 지구대와 핫라인을 구축해 줄 것을 건의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지난해 1∼3월 전국 구금시설에서 근무하는 공보의 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5%가 "진료환경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11.6%의 응답자는 "물리적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해 공보의들의 신변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기관내에서의 폭력사태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5일 저녁, 대구지역 Y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공의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으나 환자와 보호자는 의료진에 대한 폭행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에는 비뇨기과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칼에 찔려 사망했으며, 지난 3월에도 부천 비뇨기과 원장이 진료실에서 환자가 휘드른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5월에는 광주에 사는 여의사가 길거리에서, 6월에는 충남의대 교수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 의료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보건의료인이 살해되고,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기물을 손괴하는 등 의료기관내 폭력이 언론에 보도될 때 마다 말할 수 없는 충격으로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며 "보건의료인들은 의료기관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경 회장은 "의료기관내에서의 폭력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와 국가의 행정적 지원이 전무하다"며 "보건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폭행·협박과 의료기관에서의 난동 등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 회장은 "의료기관내에서의 폭력으로 인해 의료진들이 진료를 하지 못하면 다른 환자들이 적기에 적절한 치료와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며 "다른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의료기관내에서의 폭력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훈상 대한병원협회장은 "폭력 사건이 발생해 신고를 해도 경찰은 환자는 약자이고, 병원은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폭행을 당해 공백이 생기면 다른 환자가 피해를 보고, 건강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 회장은 "행정당국은 폭력 방지를 위해 CCTV를 설치한 것을 두고 사생활 침해이므로 떼어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내에서의 폭력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임정희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일선 개원가에서의 폭력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환자 폭력에 대처할 수 있도록 보수교육 프로그램에 폭력 예방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를 대표해 참석한 안용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은 "술에 취한 환자의 폭력을 사회에서 너무 관대하게 보는 것이 문제"라며 "술 취한 상태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더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지난해 12월 2일 의료기관내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때 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엄히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한 바 있다. 현재 이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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