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중재제도 시행에 따른 유의사항 및 전망. 끝
5. 중재제도 시행에 따른 유의사항 및 전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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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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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찾기' 아닌 '최적 합의점 찾기' 돼야

2월 임시회가 개회되었다. 지난해 말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은 약간의 내용 변경이 있을 수도 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률의 제정은 환자와 의사간의 의료분쟁을 단순한 사인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국가가 제3자의 입장에서 중재 역할을 함으로써 의사는 좀 더 환자진료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도 의료계가 환영할 만하다.

의료분쟁에 대해서는 그동안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한국소비자원(구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중재가 있었는데, 새로운 조정제도의 시행으로 소비자원의 중재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원의 축적된 사례와 노하우가 초기 조정중재원의 조정과정에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가 올바르게 연착륙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제도의 최대 목표가 분쟁의 원활한 조정과 합의점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초기 다수가 조정에 실패하거나 형식적인 조정으로 흘러가 분쟁의 당사자가 이를 외면할 경우 또다시 난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자료와 피해감정액을 포함한 조정부의 조정액이 현실에 미치지 못하거나, 개별사건의 특이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조정액으로만 산정되는 경우에는 환자측의 불만이 가중될 것이다.

반면 너무 큰 조정금액으로 산정되거나 조정을 제기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조정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악용되는 경우에는 조정이 아닌 '합의금 지급창구'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또한 성형외과나 피부과처럼 장애율(피해액) 산출이 어려운 진료과목의 조정액 산정, 회복가능성이 높거나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가능한 사건 등의 경우에 조정부가 어떠한 조정액을 산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무과실보상'이다.

의사의 과실이 없거나 의사가 최선의 치료를 다했음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악결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경우, 부작용 등이 예견된 경우의 시술에 대하여 환자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면 무과실보상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이다.

또한 의학적인 원인불명이나 약물부작용에 따른 악결과도 포함할 것인지, 포괄적인 무과실보상 인정에 따른 재정확보 및 막대한 재원마련의 방법과 절차 등의 문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욱 문제시 될 수 있는 점은 무과실보상의 사례가 단순히 면죄부의 사례로 치부되거나 전형적인 보상금 산정기준 및 지급례로만 악용되는 경우일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산부인과 분만사고의 경우에는 소송으로 가더라도 높은 배상금액이 산정되는 부담으로 인하여 분만을 기피하거나 산부인과 전공을 아예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다른 진료과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산부인과의 경우에는 무과실보상이 폭넓게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조정부에서 조정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도 이같은 산부인과의 어려운 현실이 반영되길 기대해 본다.

이와같이 의료계로서는 곧 시행될 조정제도의 시행에 발맞추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발생할지 모를 조정절차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술전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분쟁에 대비하여 진료기록부를 상세히 기록해 두는 것이 좋겠다. 다만 허위진료기록 작성은 조정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항시 유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조정과정에서 환자와 단독으로 섣부른 합의를 하거나 약속을 하는 것은 자제하고 변호인 또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결정하는 것이 좋다.

평소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유지하여 대립하기 보다는 합의를 하거나 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다른 의료기관의 조정결과와 조정부의 결정성향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것이 좋겠다.

또한 분쟁조정은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므로 외국인 진료에서도 마찬가지로 진료 전에 충분한 설명을 통해 분쟁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과의 분쟁이 많아지거나 조정에 실패하여 소송이 증가되는 경우에는 국가 신인도 하락 및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앞서 강조한 것처럼 조정제도의 시행은 과실을 찾는 절차가 아니고 최적의 합의(조정)점을 찾는 과정이 되길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또한 소송비용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일내에 진행될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하여 무분별하게 조정부터 신청하는 조정만능주의로 흘러갈 소지도 배제할 수 없음을 고려하여 보다 엄격한 조정절차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조정전 또는 조정기간 동안 자신에게 이롭게 할 목적으로 진료를 방해하거나 난동행위를 하는 환자에 대해 조정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나 아예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고려되면 더욱 좋을 것이다.

▲ 박종욱(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퍼스트)

박종욱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28기)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퍼스트의 대표변호사로 수년간 의료민사 및 의료기관경영 등 의료분야와 기업법무(M&A) 분야 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 의료분쟁조정법TF팀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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