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고혈압치료제 목록정비를 위한 임상효과와 이상반응 평가' 결과를 두고 제약계는 물론 학계 등의 거센 비판이 그치질 않고 있다.
심평원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맡은 연구기관에서 "계열 내 뿐만 아니라 계열 간에도 효과의 차이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고혈압치료제 평가 결과 고혈압 약제들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으므로 모든 고혈압약제는 치료효과가 동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제네릭과 오리지널 약제간 약효 차이가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돼 제약계는 물론 학계로부터 큰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고혈압치료제는 이뇨제(D)·β-blocker·CCB· ACEI·α-blocker·ARB계열로 나눠진다. 이중 ARB계열은 90년대 후반에 개발돼 신약이 가장 많다.
고혈압치료제는 이뇨제가 개발된 이후 50년간 수많은 신약들이 출시됐다. 그런데 지난 50년간의 연구개발 노력을 무시한 채 신약과 오래된 약제의 치료효과를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약가를 인하하기 위해 제네릭 가격을 기준으로 오리지널약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심평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이들 모든 계열의 고혈압치료제는 '약제간 차이가 없다'는 것인데, 제약업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는 심평원의 연구는 평가기준이 타당하지 않고 객관적·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임상 전문가들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고 인위적인 공통분모를 도출해 일부의 자료만을 근거로 작성된 연구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의약학적으로 타당한 평가기준·방법론·투명한 절차·이해당사자의 공정한 참여·임상적 견해와의 일관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친 후 고혈압치료제에 대한 효과와 약가를 재평가한다면 제약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정부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