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12일 진료비 20% 인하 방안 논의…입원일수 줄었다고 수술 수가 인하?
백내장수술을 많이 하고 있는 안과 개원의 A원장은 요즘 걱정이 많다. 수정체수술 수가를 20% 인하하는 방안이 보건당국에서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어서다.
현재 백내장수술 한 건당 진료비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금액은 90~95만원선으로, 20%는 18만원 정도다. 한 달 평균 50건의 백내장수술을 하는 A원장에게 지금 수익에서 월 900만원이 사라지는 상황은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2일 오전 10시 복지부 청사 9층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회의를 열고 7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한 포괄수가제(DRG)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안건에는 안과 수정체수술의 진료비를 인하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
복지부가 내세우는 백내장수술 수가 인하 요인은 ▲평균 입원일수가 1.5일에서 1.1일로 줄어들었고 ▲수술에 사용하는 점탄물질 등의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또한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고 있지만 ▲인공수정체의 시장가격이 떨어졌다는 점도 진료비 하락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산부인과 분만 수가를 올리기 위한 재원 확보차원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성기 대한안과의사회장은 "이전부터 DRG에 대해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회장은 "DRG 시행 초기에 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할 목적으로 진료비를 올려줬다가 이제 인하요인이 있어 낮추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동안 물가상승률이나 인건비·임대료 증가분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혜영 대한의사협회 재무이사(안과 전문의)는 "DRG가 진료비 절감액을 의료기관에 보상으로 지불하는 개념이라고는 하지만 평균 입원일수가 줄었다고 수가를 낮추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백내장 수가를 끌어내릴 경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보다 싼 인공수정체를 사용하게 돼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대현 안과의사회 공보이사는 "인공수정체의 종류별로 가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가가 인하되면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경영 유지를 위해 보다 저렴한 렌즈를 찾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인공수정체에 대해 실제 사용한 재료에 따라 가격을 따로 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료기관에서 수가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분을 렌즈 구입가격을 낮춰 보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수가 인하의 효과는 의료기관의 순수익 감소로 직결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알콘 관계자는 "아직 수가 결정이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향후 대비책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 건정심에서 백내장수술 수가 인하를 강행할 경우 이를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안과 의료기관은 큰 타격을 받게 돼 반발이 예상된다. 김안과병원이 하고 있는 백내장수술은 일주일 평균 120건, 한 해 기준 6000건이 넘는다.
특히 최근 백내장은 의원급에서도 흔히 하는 수술이어서 안과 개원가에서도 건정심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