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빙성없는 설문 통계로 '의사-약사 함께 할 때 효과' 결론 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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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10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실시된 DUR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 연구용역(연구자 이의경 숙명여대 교수) 결과가 중요성이나 신빙성이 부족한 설문 통계를 바탕으로 대안과 결론을 제시하고 있어 국민의 혈세로 시행한 평가연구의 특성과 의도를 왜곡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4월 1일부터 같은 처방전에서 함께 먹으면 안되는 약을 알려주는 DUR 1단계 시범사업을, 2009년 5월 1일부터는 1단계에 추가해 같은 의료기관의 다른 진료과목간 및 다른 의료기관 사이의 처방 단계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2단계 1차 시범사업을 경기도 고양시의 모든 약국 및 일산동구 소재 병의원에서 실시한 바 있다.
또 제주도에서 2단계 2차 시범사업을 지난해 11월 2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3월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평가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의사의 경우 전체 677명 가운데 89명, 약사는 333명 가운데 163명에 불과했고 환자도 290명에 그쳤다.
특히 전체 대상자 677명 가운데 89명만 참여한 의사의 경우 참여인원 중에도 DUR을 경험한 의사는 34명으로, 결국 조사에 참여한 의사 중 절반 이상이 DUR을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시범사업의 효과를 묻는 설문이 진행된 것이다.
이처럼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설문에 근거해 "의사와 약사가 동시에 점검할 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등의 결과를 도출한 이 연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따져본다.
설문 참여한 의사 절반 이상 'DUR 무경험자'
이 연구는 결론을 통해 'DUR 팝업안내에 나타난 처방전 가운데 6%만 처방변경이 이루어져 효과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므로 보다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처방변경률이 낮은 이유는 약사중심(조제중심) DUR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의사중심(처방중심)의 방법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3월 10일 복지부와 심평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약사중심 DUR은 약화사고 예방을 위해서도 적합하지 않고 경제적인 효과도 없는 방법으로 나타났음에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약사중심 DUR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중재의 필요성을 의도적으로 도출한 것은 공정한 연구결과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팝업안내에 나타난 처방전 가운데 겨우 6%만 처방변경이 이루어진 이유를 약사의 적극적인 중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도 잘못이다.
이 연구의 기초가 되는 약사중심의 DUR에서 약사가 조제할 때 팝업안내 후에도 의사에게 연락하지 않고 임의로 코드를 부여한 후 조제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이같은 사례는 시범사업중 빈번하게 발생했다.
DUR 점검대상으로 처방변경이 필요한 경우 약사는 100% 팩스나 이메일로 통보해야 한다. 통보하지 않을 경우 약사법 제 26조에 위반된다. 그러나 이 연구의 설문조사에서는 100% 보낸 경우는 60.9%에 그쳤기 때문에 나머지 39.1%는 불법이다. 의사를 배제한 채 불법 임의코드 부여로 DUR이 파행 운영됐다는 증거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적극적인 중재가 아니라, 기존의 조제단계 약사중심의 DUR에서 바뀌어 시행되고 있는 처방단계의 의사중심 DUR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이정모 고양시의사회장(이정모산부인과의원)은 "시범사업 평가 결과가 실제 현실과 차이가 많다. 의사와 약사가 해야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해 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의사가 거르고 또 약사가 거르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돈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고양시의사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한, 가장 중요한 개선 사항이며,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사항으로 심평원이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약사중심의 DUR의 단점과 국민불편을 초래할 '적극 중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지극히 사적인 주장일 뿐이다.
남준식 원장(연세미소내과의원)은 "DUR을 하면서 약국과 메신저로 얘기를 하기로 했다. 한번은 약사가 메신저로 'A약이 중복됐다'고 하길래 '중복된 약을 빼겠다'고 했더니 벌써 환자에게 '이전 약 먹지 말라'고 하고 보냈다고 했다. 약사와 의사가 둘 다 하면 번거롭기만 할 뿐 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신창록 원장(신록내과의원)도 "의사가 DUR을 하면 처방을 했다 바꿨다 할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이 된다. 그러나 약사가 할 경우에는, 의사가 퇴근하고 난 후에 환자가 약국에 갈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처방에 대해 확인할 길이 없는 문제가 생긴다"며 "의사가 DUR을 하면 환자가 불평할 일이 별로 없지만, 약사가 하면 다시 집에 갔다가 와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도 DUR에 참여했지만, 정작 의사들이 코드를 붙일 수 없게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역할도 너무 제한적이었다"며 "중복처방 등으로 팝업창이 뜨면 대개 의사들은 해당약을 빼고 처방하는데, 이같은 경우는 시범사업 평가에서 체크될 수 없어 의사들이 한 DUR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평가연구는 결국 약사들을 DUR에 참여시키기 위해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고 끼워맞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우규 원장(빛과소금내과의원)은 "약사중심 DUR은 모든 과정을 거쳤다가 다시 거꾸로 걸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DUR을 해야 한다면 의사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약사중심 DUR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대안에서도 거듭 조제단계에서의 중재를 강조했으나, 이는 통계를 근거로 한 객관적인 정책대안이라기 보다는 불확실한 설문통계를 근거로 약사중심의 DUR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편향된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약사중심 DUR 당위성 강조…편향된 주장 불과
이 연구는 또 '의약품 안전망 확보는 국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므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도 덧붙이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DUR은 오히려 의료인의 자율적 선택권이 보장돼야 하며, 프로그램 방식의 약제 강제사항이 그대로 환자에게 적용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의료인의 철학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전통적 진료방식을 보완해 주고 의사의 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어야 하며, DUR의 확대나 강제화를 위해 정부의 간섭이나 필요 이상의 기능적 확대 또는 심사적 불이익을 적용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 연구는 "미국 등에서도 다양한 DUR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병명코드 입력에 따른 주의약물 정보 제공, 동일 효능 중복 및 치료용량 체크, 비급여 등 점검범위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에 사용된 통계자료 분석 결과와 상관없는 사안으로, 통계에 근거하지 않은 이같은 주장은 객관적인 평가의 정책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절대로 연구결과에 담겨서는 안될 부분이다.
통계자료 분석에 따른 대안이 아닌 불확실하고 대표성을 상실한 설문조사 방법 내용을 중심으로 제시하는 것은 시범사업 평가로써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다.
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 결과라며, 의사·약사 동시 실시에 대한 선호도가 53.1%로 의사 혹은 약사가 단독으로 하는 방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도 자의적·편향적으로 해석돼 있다. 의사·약사 동시 실시에 대한 선호도가 53.1%였지만, 의사 처방때 실시하는 DUR에 대한 선호도도 25.9%를 차지했다.
즉 의사·약사 동시 실시도 결국 시간 개념 상 처방단계에서의 DUR을 의미하는 만큼 처방단계(의사중심)에서의 DUR이 필수적이며 이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국민들도 인지하는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연구보고서는 또 "일반의약품 가운데 보험코드가 지정된 약에 대한 DUR 점검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원활한 제도 도입을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현실은 일반약 DUR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가 96.2%, 일반약 DUR을 위해 신상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향도 81%로 나타나 있는 가운데 중복점검 다빈도 의약품이 모두 의료기관에서는 DUR로 점검돼야 할 필수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약으로 약국에서 아무런 점검 없이 환자에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윤창겸 대한의사협회 부회장(DUR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모순적이고 불합리하며, 국민건강을 위해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며 "일반약의 DUR 점검은 환자의 건강권을 지키고 약화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DUR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가장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며,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최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많은 약들이 비급여로 전환되고 있고, 전문약과 일반약의 구분이 잘못돼 전문약 가운데 많은 부분이 일반약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출혈성 위염을 일으키는 케토락제제와 NSAID계의 병용금기에 있어 NSAID 계통인 아세타미노펜·이부프로펜·나프록센·아스피린 장용정 등의 경우 의사처방 없이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어 병용금기에 이들 일반약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창록 원장도 "약사들이 꼭 DUR을 해야겠다면 처방의약품이 아닌 일반약을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 급여코드가 없어 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현재 코드가 잡혀 있는 소화제·진통제 일부는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약사들이 일반약 DUR은 하지 않으면서 처방약은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이 연구보고서는 일반약 대상 DUR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모순된 입장을 담아, 특정 단체의 의견을 그대로 인용한 내용일 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정단체 의견 그대로 인용" 비난
'DUR 팝업안내가 적게 발생하도록 적정처방에 대한 교육 중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분도 통계자료에 근거한 제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DUR의 목적은, 다른 요양기관 사이에 항상 일정비율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중복처방된 약을 줄여 국민의 약화사고를 예방하고 약제비를 절감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DUR 점검내역은 오직 최종 약물처방권을 갖고 있는 의사의 자율 결정권을 해치지 않는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ing System)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적정처방에 대한 교육이나 중재는 현재 DUR의 목표가 아님은 물론 당연히 이를 통해 팝업안내가 적게 발생하지도 않는다. 중복처방 및 병용투여 금기약물에 한해서는 다른 요양기관의 처방약물 정보를 기초로 한 데이터베이스와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 외에는 약제비 절감이나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다.
보고서는 또 DUR 점검 기준 확대의 전문성 강화 및 원활한 추진을 위해 'DUR 기준관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3월 10일 복지부·심평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의 DUR 운영과 의료인 전문가 보강에 따른 전문성·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위원회의 주요 목적"이라고 전제, "기존의 명칭인 '국가DUR위원회'가 바람직하며 정책적 결정권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평원 외부의 의료인 전문가의 적절한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범사업 현장에서는 DUR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이 높게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도 사용용이성과 관련, 전반적으로 쉽다는 의견을 보였으나 전산문제 해결의 적시성, 오류코드 발생, 지연 등은 불편하다는 반응이 담겨있다.
실제로 신창록 원장은 "요즘은 모든 진료가 컴퓨터 진료차트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컴퓨터가 먹통이 되면 진료를 못해 난감하다.
초기에는 1주일에 1번 꼴로 다운이 됐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서 심평원에 전화하면 프로그램 회사로 떠넘기고, 프로그램 회사는 인터넷 회사에 연락하라고 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덧붙여 "본 사업에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하는데, 시범사업 전에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고 꼬집었다
남준식 원장도 "시스템이 너무 불안정해 어떻게 심평원 서버를 믿고 진료할 수 있겠나 싶었다"며 "이건 실험이 아니라, 당장 환자가 새로 바뀐 시스템으로 약을 먹게 되는 것"이라며 시스템 불안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시스템 불안정 따른 부작용 우려
심평원은 3월 23일 이같은 시범사업 평가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DUR 모델 및 정책대안을 검토해 향후 전국확대 때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숙자 심평원 DUR사업단 사업부장은 "복지부 정책이 이미 확대시행으로 결정된 가운데 연구자의 생각대로 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해석의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통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걱정되고 우려되는 부분은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제주도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연구 계획은 없으며, 내부적인 실적평가만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이같은 보고서에 대해 "시범사업의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 사업의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해야 함에도 사업의 결과 분석은 등한히 한 채 단지 '처방변경률 6%'라는 통계 수치 외에 나머지는 모두 중요성이나 신빙성이 부족한 설문 통계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의 결과를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해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정 직종의 이익과 주장을 대변하는 내용의 결론과 대안이라면 국민의 혈세로 시행한 시범사업 평가연구의 특성과 의도를 왜곡하고 먹칠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며 같은 오류의 반복을 막기 위해 제주도 시범사업의 평가연구자는 반드시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시범사업 현장에서도 남준식 원장은 "보고서 자체가 굉장히 왜곡되고 분석도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결과도 속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부실한 설문조사에 근거한 분석이 너무 많고 통계도 자의적으로 왜곡되거나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창겸 부회장은 "전국적인 DUR 도입에 있어 의사 및 약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DUR 행위 항목신설을 통한 수가제정을 비롯 병용주의·용량제한·연령주의·임부주의·일반약과 전문약의 재분류 등을 진료현장의 의사들과 논의해 현실화하고, 의사처방 없이 판매되고 있는 일반약이 DUR에 포함돼야 국민건강을 지키고 약제비를 절감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또 "병용금기나 연령금기·용량초과·질병금기의 경우에도 실제 진료현장에서 꼭 처방해야 할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으므로 '금기'라는 용어보다는 '주의'라는 용어로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