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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나누고 비우면 채워집니다"
"나누고 비우면 채워집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doctorsnews.co.kr
  • 승인 2010.05.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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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규 양병원 의료원장

'나눔'은 무엇일까? 쓰고 남아서 나눌 수도 있고,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나눌 수도 있으며, 다른 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충분하고 물질적일 때 더 빛날 수도 있다.

우리 곁에는 잠시만 둘러봐도 많은 나눔이 있다. '밥퍼나눔운동' '사랑의쌀나눔운동' '지구촌나눔운동'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생명나눔운동' '남북평화나눔운동' 등 무수한 단체들이 나눔에 앞장서고 있고 '아름다운재단'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컴패션' 등도 가볍지 않게 한자리를 보태고 있다.

게다가 사행심 조장이라는 비난에 자유롭지 않은 로또복권까지 그 앞머리에 '나눔'을  붙이고 있으니 어쨌든 나눔은 시나브로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명토박지만 나눔은 사회의 건강성을 말해주는 지표다. 그런데 나는 얼마나 나누고 살까?

잘못된 정책과 규제, 낮은 수가로 힘든 상황을 되풀이해 겪는 의료계지만 나눔을 향한 의미있는 발걸음을 뗀 이가 있다.

병원 총 수입의 1% 나눔운동을 펼치는 양형규 양병원 의료원장.
그가 생각하는 나눔은 어떤 것일까?

▲ '아름다운 가게' 바자회에 참여한 직원들과 함께…(왼쪽 두번째).

 11년전인 1999년 8월 5일자 <의협신문>을 보면 '인술의 길…사랑의 길'에 소개된 양 의료원장을 만날 수 있다.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형편 때문에 솔가해 경기도 양주군에 사글세 방 한 칸을 마련하면서 시작된 구리·남양주시와의 인연이 소개된다.

갖은 고생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으며 의대를 마치고 1986년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에 양외과 문을 열기까지의 숱한 고난의 흔적이 스며있다. 양평의 결핵환자 요양시설인 '희망의 집', 청평의 중증장애인보호시설인 '등대마을' 등에 보내는 변함없는 마음 씀씀이도 느낄수 있다.

소외된 곳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이후 1996년 남양주양병원 개원과 2005년 서울양병원 개원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이 있다. 정직한 병원, 실력있는 병원,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병원이다.

개원 당시 낙후된 지역 교육여건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구리시민장학회를 만들었던 것이나 문화·예술·체육 진흥에도 힘을 보태고자 구리시 태권도협회장을 흔쾌히 맡아 지역사회와의 인연을 이어나갔던 것.

또 '잘 할 수 있는 진료를 제대로 하자'는 신념으로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위상을 다져와 오늘에 이르는 것에서도 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양병원에는 여느 중소병원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사회복지사가 근무하고 있다. 정식으로 채용한 직원이다.

"서울병원과 남양주병원 총 수입의 1%를 나눔기금으로 적립하겠다는 생각을 정리했지만, 병원은 항상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는 곳이라 별도로 관리하지 않으면 실행에 옮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려면 제대로 하자'라는 생각으로 사회복지사를 채용하고 기금운영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나눔의 방식에 얽매임이 없이 지역사회 곳곳에 작은 손길을 더듬어 갔다.

아름다운 가게 바자회·사회복지시설 푸드뱅크 지원·사랑의 쌀 정기 후원·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각종 문화공연 지원·굿네이버스 네팔 식량지원사업 후원·서종면 사랑함께나누기 자선 공연 후원·북한강미술인전 후원·서울119야구단 유니폼 후원·길동사무소 경로의 달 후원·아름다운재단 미래세대지원사업 정기후원 협약·사회공헌사진전 개최·월드비전 아이티 긴급구호지원 사업 후원·사회복지시설 1:1결연 등 때로는 마음으로 때로는 물질적으로 그들의 이웃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나눔의 전염력 때문일까? 그의 뜻을 좇는 직원들의 성원도 이어져 각종 바자회나 의료봉사·문화예술 행사에는 직접 나서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내원하는 저소득층 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새 길을 찾게 된다. 의료진과의 상담이나 진료과정에서 알게되는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을 통해 구청이나 기업체 및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해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은 양병원에서 채워나갔다.

"처음 생각에는 우리 병원을 찾는 분들이 돈이 없어서 진료를 못받는 일은 줄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역사회와 연계해 알아보니 외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길도 많았습니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지역단위 의사회에서도 각 지자체의 사회복지사와 협의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병원이 속한 지역사회와 유리되어서는 의료계가 갖는 좋은 의미의 사업도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유한킴벌리의 환경운동인 '우리강산 푸르게' 캠페인 처럼 의사단체가 나서 '행복하고 건강한 우리 국민' 같은 캠페인을 벌여나갔으면 합니다. 가시적인 효과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과 의사 사이의 신뢰회복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에 대한 나눔의 의미도 되새길만 하다. 매일 아침 임원회의와 함께 매주 월요일 열리는 전직원조회에는 자유주제의 토론과 함께 일상적인 병원 운영상황을 공개하고 수요일 의무위원회, 목요일 보직직원 회의를 통해 가다듬는다.

그가 생각하는 직원에 대한 나눔은 소통이다. 이에 덧붙여 의료진에게는 대장항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해외 기관에 연수기회를 제공하며, 병원에서 운영하는 출판사를 통한 저술활동도 지원한다. 일반직원에게는 양문화대학을 개설해 일본어강좌·미술전문강좌·북MBA과정 등을 시행중이다.

앞으로도 직원 10명이상이 원하는 강좌는 계속해서 개설할 예정이다.

양 의료원장은 나눔의 근간이 되는 대장항문전문병원으로서의 대내외적인 전문성다지기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개설한 대장항문질환 교육 아카데미 YAMA(Yang Anorectal Medical Academy)는 영국 최고의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세이트막병원을 벤치마킹해 6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외국의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다. 5년내 국내 최고, 10년내 세계 최고의 대장항문전문병원을 일구기 위한 그의 꿈이 무르익는다.

"의사들은 지역 주민의 아픔과 기쁨에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고 지역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나눈다는 것은 결국 채워짐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나누면 누군가에 의해 채워지고 다시 나누고…. 나눔과 비움, 그리고 채워짐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마지막 나눔은 말기암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한적한 숲길을 만들고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든든한 나무그늘을 지붕삼아 한가로이 한낮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병원이다. 자연 그대로를 느끼며 그 속에서 치유의 기쁨까지 돌려줄 수 있는 병원이다.

그는 죽음을 기다리며 시련의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말기암환자에게 생명과 행복을 주고 싶다. 미국 칼 사이먼튼 암 연구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심상치료의 도입도 생각중이다. 그들의 피폐해진 영혼을 위해 종교적인 평안까지도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가 생각하는 나눔은 멀리 있지 않다. 그의 나눔은 깨어있다. 그리고 살아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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