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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관료적 약가제와 쌍벌제

청진기 관료적 약가제와 쌍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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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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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항(갈산중앙의원)

▲ 안용항(갈산중앙의원)

시장(MARKET)형 약가제도는 약 가격을 국가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 조절한다. 약의 선택은 비용을 직접 지불하는 소비자가 하게 된다.

소비자는 좋은 질과 낮은 가격의 약을 선택하게 되므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된다. 시장형 약가제도의 리베이트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되는 요소에 불과하므로 리베이트는 약가 조정의 의미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리베이트의 부정적 의미는 사라진다.

우리의 약가제도는 시장형 약가제도가 아니다. 약가의 실질적 결정자는 시장이 아니라 국가이며, 의료의 특성상 약의 선택은 소비자가 아니라 의사가 한다.

또한 소비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국가가 70%이며 소비자는 30%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시장형 약가제도를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조금 손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관료적(반시장적) 약가제도는 '보이지 않는 손'이 없다. 시장 대신 국가가 약가를 정한다. 그래서 약가는 정치가와 관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결국 제약사는 약가를 높이기 위해 이들에게 로비를 하고,정치가와 관료의 부패 가능성을 높인다.

이들을 감시할 각종 장치를 마련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작동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최종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와 약사에게도 로비가 작용한다. 약가를 결정하는 정치가와 관료는 커다란 리베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의사와 약사는 약을 사용하는 만큼 받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반시장적 약가제도는 곳곳에 함정이 생긴다.

관료적 제도는 시장형 제도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능'의 개입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부패에 대한 감시가 더욱 필요해 진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한 감시를 해도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능을 억누를 수 없다. 과거 관료제 국가에서 발생한 부패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정부는 강력한 관료적 약가제를 구축하기 위해 쌍벌제를 만들었다. 제약사와 의사의 리베이트를 막겠다는 의지는 느껴지지만, 약가를 결정하는 고위 관료와 그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가는 쌍벌제에 해당되지 않는 듯하고, 약사의 백마진은 오히려 합법화됐다.

쌍벌제가 관료적 약가제의 문제를 막는 최선의 선택일 수 없다. 쌍벌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제약사 영업 직원들의 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신규 제약시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제약사는 이미 자리 잡은 제약사에 대항할 방법이 없어진다.

결국 신규 제약사나 목숨 건 '몰래 로비'를 할 수 없는 제약사는 유명 제약사와 경쟁 자체가 봉쇄되는 셈이다. 관료적 약가제의 문제점을 막기 위해 쌍벌제라는 또다른 관료적 통제를 가하지만 역시 문제를 만들게 된다.

사람들이 시장을 칭송하는 이유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찬양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한계가 구석구석 드러나는 관료제보다, 완벽하지 않지만 인간의 손때가 덜타는 시장형 약가제를 구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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