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파라오와 미라'·'태양의 아들 잉카'전에 이은 '그리스 문명전'을 8월 29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5년 '대영박물관 한국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로서 올해 스페인·한국·대만·일본 등 4개국을 겨냥한 기획 전시다.
작품으로는 비너스 전신상·헤라 두상 등 고대 그리스 조각 26점·브론즈 25점·테라코타 20점·장식병(Vase) 54점·금 장식품 6점 등 대영박물관 소장 136점을 전시하고 있다.
'신, 영웅 그리고 아웃사이더'·'인간의 모습'·'올림피아와 운동경기'·'그리스인의 삶' 등 크게 4가지 컨셉으로 나뉘어진 이번 전시는 신화속의 주인공들과 인체의 아름다움, 고대인들이 즐기던 스포츠 외 그들의 일상의 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다양한 장식화를 볼 수 있다.
전시관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안주인인 헤라의 거대한 대리석 두상을 만난다. 이어 제우스 청동상 등 신화속의 주인공들이 관람객을 맞는데 신화에 너무 푹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기대감은 작은 조각상들로 하여금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그것도 잠시 '인간의 모습'편을 다룬 나신의 조각상을 마주하면 고대 그리스 조각의 백미를 절로 느낄 수 있다. 당시 조각가와 화가는 인간의 몸을 이상적으로 재현해 내는데 중점을 두었다. 오늘날 '몸짱'의 상징인 8등신의 개념도 이때 나왔다. 그들의 작품속의 인간의 모습은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영원한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래서인가 '우승한 선수의 대리석' 입상이나 '아프로디테의 백색 대리석' 입상 등 을 보면 이상적인 인체미의 아름다움 이외에 에로스적 향취도 풍긴다.
이어진 '올림피아와 운동경기', '그리이스인의 삶'은 고대 그리스의 운동경기·음악경연·종교축제 및 서민과 귀족들의 당시 생활양식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저 유명한 '원반 던지는 사람'을 비롯해 장식병에 그려진 그림은 당시 운동 규칙·복식·풍습 등을 보여준다. 남자의 동성애를 다룬 그림에서는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젊음에서 찾는 미적 취향을 살짝 엿 볼 수도 있다.
또한 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 중 여성은 의복을 입은 반면 남성은 주로 나체로 나타나는데 이는 당시 남성지배중심의 시대 상황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 외 영화 '알렉산더'에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착용한 바로 그 귀걸이의 진품도 전시되어있으니 특별히 관심 가져 볼만 하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작품을 음미한다면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