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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의 결정판! 염쟁이 유씨
모노드라마의 결정판! 염쟁이 유씨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0.08.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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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연극, 죽는 것 보다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자그마치 1인 15역의 모노드라마를 보셨나요?
9월 9일부터 9월 12일, 4일간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대학로 명품 모노드라마'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은 '염쟁이 유씨'가 무대에 오른다. 이 연극은 소극장 연극사상 최단기 6만 관객 돌파 및 누적 공연 1000여회, 전체관람객 15만 명을 넘는 놀라운 기록을 가졌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자하는 연극. 그러나 죽음을 무겁고 지루하게 다루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산산이 깨져버린다. 대신 소박하고 진솔한 염쟁이의 삶을 통해 죽음은 즐겁고 유쾌하게 전달된다.

이 연극에는 등장인물이 참으로 많다. 염쟁이 유씨·조직폭력단의 우두머리와 그의 부하들·장례 전문 업체의 대표이사인 장사치·유씨의 아버지와 아들·기자·어떤 부자와 그의 큰 아들·작은 아들·며느리·막내딸 등 등 15명을 헤아린다. 이렇게 각각의 독특한 개성과 느낌의 사람들을 한사람이 연기한다. 바로 염쟁이 유씨로 '민족광대상'을 받은 배우 '유순웅'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연극.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는 작품성은 있겠지만 왠지 무겁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지만 서투른 판단은 금물, 이 공연을 본 관객들은 연극 내내 폭소와 함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뜨거워지는 가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아마도 배우와 함께 하는 열린 무대가 관객들로 하여금 극에 더욱 몰입하게 해 그런듯하다.

'염쟁이 유씨'는 관객들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다. 관객은 구경꾼으로서만이 아니라, 문상객으로 혹은 망자의 친지로 자연스럽게 연극에 동참한다. 낯선 이웃의 죽음 앞에서도 고인의 명복을 빌던 우리네 삶의 미덕처럼 망자를 위해 곡을 하고 상주를 위해 상가를 떠들썩하게 하던 모습이 극과 함께 자연스럽게 보여진다. 결국 이 '염쟁이 유씨'는 전통 장례문화를 소재로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과 답을 통해 삶의 진정성과 소중함을 관객과 함께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김인경 작가는 "산사람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이 세상에서 죽은 사람에게도 정성을 다하는 염쟁이는 얼마나 고귀한가. 그러한 염쟁이의 입을 빌어 피할 수 없는 고민 한 가지를 같이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작품의 본질적인 의도"라고 한다. 작가의 그 고민의 출발점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이다. 그래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유씨라는 염쟁이가 등장한다.

애초에 던졌던 질문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이 연극이 '죽음은 생명을 마감할 수는 있어도, 살면서 만들어 놓은 관계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더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또 죽음이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것임을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제한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도 훨씬 애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모처럼 한가한 어느 오후, 죽음이라는 진지하고 경건한 주제를 즐겁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염쟁이 유씨'와 함께 하면 어떨까?

▲ 줄거리 / 유씨는 조상대대로 염을 업으로 살아온 집안에서 태어난 염쟁이다. 평생 염을 하고 여러 형태의 죽음을 접하며 그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또한 남다른 유씨.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일생의 마지막 염을 하기로 결심하고, 몇 해 전 자신을 취재하러 왔던 기자에게 연락을 한다. 유씨는 기자에게 수시로부터, 반함, 소렴, 대렴, 입관에 이르는 염의 절차와 의미를 설명하며 염의 전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겪어왔던 사연을 이야기 해준다. 조폭 귀신과 놀던 일, 오로지 장삿속으로만 시신을 대하는 장의대행업자와의 관계, 자신이 염쟁이가 되었던 과정,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싸고 부친의 시신을 모독하던 자식들의 한심한 작태, 그리고 자신의 아들 이야기. 마지막 염을 마친 유씨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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