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도 높아 '직격탄'...사용-관리 부담 늘어도 대안 없어
삐끗하면 관리 책임 소홀로 '마약사범' 낙인 우려도
‘프로포폴’ 향정신성의약품 지정을 놓고, 개원가가 시끄럽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9월 중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에서 프로포폴이 환각제로 둔갑해 오남용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프로포폴이 향정약으로 지정될 경우 의료기관 등 마약류 취급자의 관리의무가 현재보다 크게 강화되며 용량 및 용법 등 사용상의 제한도 휠씬 까다로워진다.
프로포폴 향정 지정시, 가장 큰 혼란이 예상되는 곳은 개원가다. 간단한 시술이나 내시경 검사 등에서 프로포폴을 주로 사용해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
식약청이 심평원에 의뢰했던 연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프로포폴의 46% 정도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 개원내과의사회 공보이사는 “프로포폴은 안정성이 높고, 사용 시간이 짧아 개원가에서 선호도가 높다”면서 “향정약으로 지정되면 관리 부담이 늘고 사용시 여러가지 제한이 따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대신할 마땅한 대체의약품도 없어 일선 개원가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마약류로 지정된 의약품을 취급할 경우 의료기관은 잠금장치가 있는 시설에 일반의약품과 별도로 이를 관리해야 하며, 별도의 ‘취급관리대장’을 작성해 2년간 보관해야 하는 등 관리의무가 강화된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재호 검진의사회 부회장은 "프로포폴 유통량의 절반정도를 개원가가 소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정약 지정으로 인한 부담은 영세한 개원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마약류로 지정된 의약품의 경우 조그마한 관리실수가 ‘마약사범’이라는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개원가에서는 프로포폴 향정약 지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남용의 문제는 일괄적인 규제보다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호 부회장은 “정부가 극히 일부에서 목격되고 있는 일탈행위를 마치 의료계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침소봉대, 선량한 의사들의 손발까지 묶어 놓으려 하고 있다”면서 “프로포폴 마약류 지정은 관료주의적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프로포폴의 오남용의 문제는 정부가 지도감독을 강화해 해결할 일이지, 프로포폴에 대한 접근과 사용 자체를 제한해서 풀 일이 아니다”라면서 “모든 일을 규제로만 해결하려는 정부의 접근방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풍선효과’만 불러올 것이라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규제를 들이댈 경우, 공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어갈 수 있다”면서 “프로포폴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던 사람들이라면 규제의 틀을 피해 보다 음성적으로 이를 거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필요한 규제로 선의의 의사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개원가의 혼란은 곧 최종소비자인 환자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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