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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영혼 "쇼나조각전"
아프리카의 영혼 "쇼나조각전"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0.10.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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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돕기 기금마련 전시

한국기아대책, CTS기독교TV,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이 후원하고 짐바브웨이기아대책본부가 주최하는 결식아동돕기 기금마련 전시, 아프리카의 대표적 예술조각인 '쇼나조각전'이 10월 29일부터 11월 12일까지 15일간 예술의전당 V갤러리에서 열린다.

'쇼나'란 짐바브웨공화국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부족의 이름으로 이들이 살고 있는 짐바브웨는 아프리카 말로 돌(bwe)로 지은 집(zimba)이라는 뜻이다. 돌로 지은 집이라는 짐바브웨의 뜻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석조를 다루는 남다른 재능이 있는 이 부족이 만든 돌 조각이 바로 쇼나조각이다.

이번 전시는 1m이상의 대작부터 중, 소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쇼나조각 70점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Sylvester Mubayi, Joseph Munemo, Garrison Machinjili, George Mubayi, Norbert Shamuyarira 등이다.


쇼나조각은 짐바브웨의 조각 공동체 '텡게넨게'에서 태동해 현대 조각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3세계 미술을 보여준다. 쇼나는 짐바브웨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부족 이름이며, 기원전부터 독특한 석조문명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 이름인 짐바브웨 역시 '돌로 지은 집'을 뜻할 정도로 돌과 인연이 많은 나라이다.

쇼나조각 작품은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정과 망치, 샌드페이퍼만으로 돌을 쪼아내고 연마해 자신들의 영적 세계를 돌 자체에 표현하는 예술이다.

작품의 형태가 결정되면 조각가들은 정과 망치를 이용해 돌을 조금씩 쪼아내는 아주 더딘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어느 정도 형태가 드러나면 표면처리 작업으로 이어지는데, 표면처리는 작가마다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원석의 자연미를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정으로 거칠게 쪼아낸 상태로 두거나, 끌로 다듬거나, 사포로 연마를 하는데,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표면의 질감과 빛깔이 달라진다.

초기의 쇼나조각가들은 돌 안에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조각 작업도 자신의 의지만으로 조각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돌 안에 스며 있는 영혼이 자신을 인도해 조각을 완성하게 한다고 믿어 왔다. 바로 이러한 믿음이 일체의 인위적 조작을 배제하고 돌과의 자연스러운 일체감을 형성해내는 쇼나조각의 특징을 만들게 된다.

원칙적으로 쇼나조각가들은 철저하게 돌의 형태에 따른 구상을 한다. 스케치를 하거나 밑그림을 그리지 않으며, 가장 순수하게 돌의 지시대로 그 안에 숨어 있는 주제를 찾아낸다. 돌을 묵묵히 바라볼 뿐인 이 과정이 사실 조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의 메시지와 형태가 결정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어뜻 면벽수행처럼 보이는 이 과정이야말로 손 하나 대지 않고도 조각의 절반을 완성하는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인 것이다.

아프리카의 조각품들이 민속학자들이 생각한 것처럼 부족문화를 나타내주는 표본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예술적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식한 사람은 피카소, 마티스, 드랭, 레제 등 19세기 미술가들이었다. 피카소는 잘 알려져 있는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처녀들의 얼굴에 아프리카 마스크의 이미지를 접목시켰다.

마찬가지로 야수파, 입체파, 다다이스트,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그들의 그림에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차용했고, 조각품에도 아프리카 조각의 양감을 도입했다. 유럽인들에게 이 조각품들은 작품 외적인 기능면에서가 아니라 작품 자체로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외관과 현존이 의미를 띠기 시작했고, 작품의 주제는 기능적인 면이 아니라 작품의 형식 안에 내재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결국 조각품들은 민속박물관이 아닌 미술박물관으로 옮겨지게 된다.

'부족미술'이라는 용어는 아프리카 사회의 영적인 구조 안에서 그 미술품들이 차지하는 기능이나 위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없이 붙여진 이름이다. 미술박물관에서 작품들은 문화적인 의미로 분류되지 않고 스타일이나 형식에 따라 분류된다.

민속학이나 과학, 인류학적인 용어들은 서서히 미술용어들로 대체됐고, 작품들은 전시를 통해 내용이나 주제가 아니라 작품의 진위여부나 희귀성, 독창성 등에 의해 평가됐다. 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아프리카 문화 밖에 있는 박물관이나 큐레이터, 수집가들의 몫이 되었으며 그 예술적인 특징들에 의해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쇼나조각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로, 당시 로디지아(짐바브웨의 옛 국명) 정부가 서양미술을 들여오기 위해 국립미술관 설립을 추진하면서부터이다. 이후 1963년 영국 런던전시회를 시작으로 이름을 얻기 시작해 1969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 1971년 파리 현대미술관, 1972년 파리 로댕미술관 등에서 잇따라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현대조각의 한 흐름을 형성했다.

세계 여러나라의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면서 세계적인 저널들과 비평가, 작가와 화상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마침내 그들의 작품을 영구 소장하는 갤러리들과 전문 컬렉터집단이 나타났다. 쇼나조각은 20세기 현대미술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며 가장 성공한 제3세계미술의 대표적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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