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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소프트웨어업체가 처방 데이터에 목 매는 까닭은?
청구소프트웨어업체가 처방 데이터에 목 매는 까닭은?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0.11.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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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데이터 생산하고도 '소외'...국가적 관리시스템 시급

민간 청구소프트업체에 불과한 유비케어가 병의원 PC에 접근해 환자의 동의없이 선별수집한 환자의 질병데이터를 판매까지하고 있다는 본지의 보도 이후 유비케어가 수집한 질병관련 데이터가 무엇이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또 수집된 데이터는 어떻게, 누구에게 팔리고 있는지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비케어가 데이터를 팔아 한해 최소 25억원 이상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과연 데이터의 소유권이 유비케어에게 있는 것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 것, 의사 것? 적어도 유비케어 것은 아니다

환자의 질병상태를 의사가 전문지식에 기반해 생산한 처방데이터는 누구의 것일까? 명확한 법규정은 없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환자의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진료정보에 관한 법적 연구(2004)'에 따르면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진료정보를 기본권인 인격권으로 보고 정보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데이터의 사용을 결정할 권리가 환자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과는 조금 다르다. 미국은 의무기록에 들어간 의료진의 수고와 의료기관의 데이터 관리 비용을 감안해 의무기록에 대한 의료기관의 소유권을 어느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미국 역시 의무기록에 기재된 정보는 환자의 소유로 인정해 환자는 자신의 질병관련 데이터의 가공과 유출·사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고 처분을 결정할 권리를 갖는다고 본다.

환자의 질병관련 데이터는 원칙적으로 환자의 소유라고 볼 수 있으나 의료진의 전문지식이 들어간 처방데이터에 한해서는 일부 의료기관이나 의사의 소유권이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사례 어디에도 처방소프트웨어 업체에 불과한 제3자가 환자의 동의없이 환자의 처방데이터에 접근할 자격이 있다고 볼 만한 법적근거는 없다.

유비케어는 개인식별정보가 없는 데이터는 개인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 접근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개인식별정보가 제거된 데이터는 누구든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문제는 유비케어가 최초로 접근(ACESS)한 데이터에는 개인식별정보가 있다는 거다.

다만 문제가 될 것 같아 개인식별정보를 안가져올 뿐이다.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수정·삭제·수집·처분과 함께 접근권(ACESS)을 중요하게 다룬다. 유비케어의 주장대로 개인식별정보를 가져오지 않았더라도 환자의 동의없이 개인식별정보가 담긴 데이터에 ACESS한 것 자체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란 문제제기다.

제약사·증권사 등 처방데이터 최대 고객

유비케어 역시 질병관련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판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점을 알고 법률팀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준비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말은 곧 유비케어도 처방데이터 판매사업이 다양한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안전성이 떨어지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처방데이터 사업을 포기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의료계의 관계자들은 그 이유를 질병관련 데이터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몇해전부터 병의원들의 99% 이상이 청구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 새로 개원하는 병의원의 숫자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청구소프트웨어 시장은 이미 성장잠재력이 다한 시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청구소프트웨어 업체로서는 다른 청구소프트웨어를 쓰는 소비자를 빼앗아 오거나 개원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얼마안되는 신규 소비자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프로그램 유지보수 수익이 있지만 유비케어는 AS센터를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고 유지보수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청구소프트웨어 시장 초기에는 유비케어의 이런 전략은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많은 AS센터를 확보할 수 있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보여지기도 한다.

유비케어는 일찍부터 청구소프트웨어 사업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유지보수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질병데이터 가공을 통한 다양한 수익창출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유비케어는 전체 매출액에서 데이터 판매 수익이 5% 정도 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청구소프트웨어 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2005년 199억이던 매출액이 2009년 414억원까지 수직상승한 것으로 보면 데이터의 직접 판매 뿐 아니라 검색프로그램인 '유비스트' 판매와 다양한 가공 판매 수익 등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와 환자들의 정서적 반감 등만 무마시킨다면 질병데이터 관련 수익은 시장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 왜 질병관련 테이터 판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당연히 데이터를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때문에 어떤 데이터를 원하는 걸까?

공공의 자산, 질병데이터 사회적인 관리구조 만들어야

유비케어가 질병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 병의원 600곳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동의서를 보면 추출한 데이터의 판매 루트를 짐작할 수 있다.

동의서 제4장 제12조를 보면 추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약사별 의약품 판매량·점유율·성장률 ▲약효별 의약품 판매량·점유율·성장률 ▲상품별 판매량·점유율·성장률 ▲지역별 판매량·점유율·성장률 ▲질환별 판매량·점유율·성장률 ▲기타 의약품 판매량·점유율·성장률 등의 통계를 낼 것이라고 적고 있다.

제약사들이 원하는 모든 자료가 다 있다. 새로운 약을 출시하거나 지역별 판매량을 보거나 마케팅 전략을 짤때 모두 필요한 데이터들이다.

심지어 증권가에도 관련 데이터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증권사에는 데이터를 직접 판매하기 보다 유비스트라는 검색 프로그램을 판매해 필요한 정보를 직접 검색하도록 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출시한 의약품들의 시장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증권사 역시 큰 고객이라 할 만하다. 시부트라민 사태에서도 보듯 유비케어의 데이터는 연구와 약물 부작용 파악과 같은 공공적인 목적으로도 유용한 자료다. 모두 병의원에서 의사들이 생산한 데이터들이 기본정보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의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생산해 낸 자료들이 한 사기업의 수익증대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 개원의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적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질병데이터들을 사기업이 아닌 공공적인 관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환자의 데이터이며 국가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질병관련 데이터들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묘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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