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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고] 제왕절개 의료사고 사례 분석
시론 [기고] 제왕절개 의료사고 사례 분석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1.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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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甲은 한 번의 출산 경험이 있는 경산부로서, 출산예정일인 1993년 6월 9일이 지나도 출산의 징후가 보이지 않자 1993년 6월 17일 오후 3시경 乙병원에 입원하였다. 乙병원 산부인과 과장인 A는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검진한 결과 아두골반불균형이 의심된다고 판단하여, 입원 다음 날인 같은 달 18일 10시경 제왕절개술에 의하여 4킬로그램의 태아를 출산케 하였다.

수술이 끝난 후 입원실에서 甲은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 수술 다음 날인 같은 달 19일 오후 5시 40분경부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혼수상태, 호흡부전, 혈압강하 등의 증세를 보여 심폐소생술 등의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甲의 증세가 계속 악화되기만 하자 乙병원 의사들은 치료시설이 좀 더 나은 같은 법인에 속하는 丙병원으로 甲을 전원시켰다. 전원된 병원에서 甲은 계속 치료를 받았으나 전원 다음 날인 같은 달 20일 오후 3시경 사망하고 말았다.
 
〈소송진행경과 및 원.피고 주장〉
甲의 남편과 그 자녀들은 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원고는 상고까지 하면서 다투었다.

원고측은 甲의 입원치료를 담당한 乙병원 의사들이 수술 전 甲에 대한 적절한 사전검사를 시행하지 아니하였고, 수술 후 甲에게 전형적인 폐혈전색전증이 나타났음에도 동맥혈가스 분석법을 통하여 이를 진단하여 헤파린 주사를 투여하는 등 그 진단과 치료를 소흘히 하였으며, 활성방사선 폐주사 및 폐혈관조영술을 시행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절차를 신속히 시행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측은 甲의 사망원인은 폐색전증으로 이는 불가항력이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의 판단〉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乙병원 의사들로서는 甲의 증세가 폐혈전색전증에 의한 것임을 진단하였거나 충분히 진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진단하지 못한 잘못이 있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고, 그와 같이 진단이 가능하였다면 비록 수술 후 환자이기는 하나 甲의 경우에는 적어도 항응고제인 헤파린의 투여는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여지므로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피고 병원의 의사들에게는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함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위와 같이 제대로 심리를 하지 아니한 채 피고 병원 의사들에게 어떠한 과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2001. 5. 29. 98다51367).
 
〈해설〉
폐혈전색전증은 폐동맥이 다른 혈관계에서 생성된 혈전 혹은 이물에 의하여 막혀서 생기는 것인데, 원발 부위는 90% 이상이 하지의 심부정맥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혈전의 생성원인으로는 혈관벽 손상, 과응고상태, 혈류정체가 인정되고 있으며, 혈전증의 고위험군은 수술 후 환자, 비만증, 임신 등으로 알려져 있다. 폐혈전색전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 흉막성 흉통, 기침 등이고 증후로는 빈호흡, 빈맥 등이다.

의학교과서에는 급성호흡곤란은 생명이 위독한 질환이나 손상시의 주된 증상이므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인데, 급성호흡곤란이 흉통을 동반할 경우 폐혈관전색을 의심하여야 하고 원인불명의 호흡곤란이 갑자기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즉시 색전증을 생각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더욱이 제왕절개를 받은 여성에게 있어서 중요한 위험은 마취, 심한 패혈증과 함께 혈전색전증이라고 한다.

이 사건에서는 폐혈전색전증을 의심하고 즉시 그에 적절한 조치를 하였는지가 크게 다투어졌다. 대법원은 1심과 2심 법원과 달리 甲의 증상이나 동맥혈가스검사결과상 폐혈전색전증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한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색전증의 경우 높은 치사율이나 발생 후 수시간내에 사망에 이른다는 점 때문에 불가항력적이라고 하여 의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우리 판례의 일관적인 태도였다. 그런데 이번 판례는 색전증이 의심되는 경우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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