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생협 의료기관 개설 관련 질의에 공정위 입장 밝혀
일반인 진료 확대 이후 개설 러시 우려
'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이 의료기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생협법 뿐 아니라 의료관련 법률이 정한 요건과 형식을 충족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이 나왔다.
일반인 진료 등을 전체 이용자의 100분의 50 범위내에서 볼 수 있도록 한 생협법이 지난 9월 개정된 이후 무분별한 의료기관 개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나온 입장이라 주목받고 있다.
공정위는 이달 초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K생활협동조합이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 설립 절차를 질의하자 이같이 밝혔다. K생협은 질의서에서 자신들의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지역 내에서는 별도의 설치허가를 얻지 않고도 기관수에 상관없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법인의 경우는 의료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 의료법상의 설립기준을 충족한 것은 물론, 설립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특별시의 경우는 2006년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지침'을 만들어 무분별한 의료법인 설립을 허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좋은 예다.
만일 K생협의 주장대로 생활협동조합의 경우 자신들이 정한 정관에 따라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면 의료법인 설립에 비해 특혜를 입는 것이 된다. 공정위의 입장은 생활협동조합 산하 의료기관 역시 의료법인 의료기관 설립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뿐 아니라 지자체 역시 K생협의 요구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지역의 모 보건소는 "생협의 설립 목적이 의료기관 운영이라면 의료법인으로 승인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자칫 생협의 의료기관 개설을 생협에만 맡긴다면 사무장병원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와 지자체 등이 생협의 의료기관 개설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정지역에 연고를 가진 생협이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을 요구할 경우, 의료기관이나 병상 개설을 제한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입장과는 달리 의료기관이 쉽게 개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경우는 생협 산하 의료기관 개설러시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경기도에 설립된 모 비영리법인이 의료기관 개설을 지자체와 협의한 끝에 최근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사례 등도 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생협법 개정으로 사회복지법인 산하 의료기관들의 개설에 날개를 달아줬지만 막상 개설과 관련한 통제 시스템이 없는 형편"이라며 "지역의사회를 중심으로 생협 산하 의료기관 개설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