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수련병원별 합격률 분석...17개 병원 합격자 한 명도 없어
올해 전문의고시 1차 시험에서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수련병원이 전체의 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대한소아과학회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수집·분석한 결과, 올해 소청과 전문의고시에 응시한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총 70곳 중 합격률 '0%'인 병원이 17개 병원(24.3%)으로 조사됐다. 이들 17개 병원 가운데 대학 부속병원은 과반수인 9개병원을 차지했다. 또 합격률이 50% 미만인 병원도 38개 병원, 전체의 54.3%나 됐다.
합격률이 '제로'인 수련병원들은 대부분 응시자가 1명이었다. 그러나 ㅈ대학 부속병원의 경우 3명의 응시자가 모두 탈락했으며, ㄱ대학 부속병원과 ㅇ병원도 각각 2명이 응시해 모두 낙방했다.
응시자가 10명 이상인 병원은 ㅇ대학·ㅅ대학·ㄱ대학병원 등 세 곳이었는데, 가각 50.0%, 66.7%, 85.7%의 합격률을 보여 이들 병원 역시 올해 전문의 고시 전체 평균 합격률인 92.83%에 미치지 못했다.
합격률 100%인 병원은 총 19개병원(27.1%)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ㅅ병원과 ㅈ대병원은 각각 6명, 7명이 응시해 모두 합격했다.
격앙된 소아과전공의..."재시험 기회 달라"
사상 최악의 합격률을 보인 올해 소청과 전문의 시험결과에 대해 일선 전공의들은 격앙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시험에서 불합격한 한 전공의는 "주변에서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소아청소년과에 소신 지원했는데, 미리 세워둔 계획들이 모두 물거품이 돼버렸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채용 시험도 아니고 자격시험인데 어떻게 절반을 떨어뜨릴 수 있나?"면서 "4년간 밤잠 못자며 버틴 결과가 '실업자'라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전공의는 "시험 점수와 석차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공의들은 이번 대량 불합격 사태가 시험의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것이라며,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일각에선 재시험 등 탈락자 구제를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소청과 전문의 시험의 저조한 합격률은 내년도 전공의 지원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 의대 교수는 "가뜩이나 소아청소년과가 기피과목으로 전락한 마당에 전문의 자격증 조차 따기 어렵다면 누가 지원하겠느냐?"며 "정말 암울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문의고시위원회나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