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학회 'HIV 감염 진료 가이드라인' 제정 기념 전문가 좌담회
이에 <의협신문>은 HIV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여러 전문가를 초청, 대한에이즈학회가 제시한 '국내 HIV 감염 진료지침'을 소개하고 바람직한 HIV감염 치료에 대해 논의하는 학술 좌담회를 열었다.
▶주 최 : 의협신문 ▶후 원 : 한국얀센
▶일 시 : 2010년 1월 14일 ▶장 소 : JW메리어트 호텔
HIV/AIDS환자의 초기 평가와 추적 검사
HIV 감염인이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초기 평가를 위해 시행해야 할 병력 조사에서는 마지막 음성 및 첫 양성 검사 결과가 나온 시기와 HIV 노출 경로, 현재 치료 상태와 기회감염 여부, 백신 접종 현황 등을 포함하도록 한다.
또한 과거 병력과 수술 경험을 조사하고, 전신에 걸친 신체 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영상학적 검사에서는 흉부 방사선 촬영을 강력히 권고하며, 흉부 방사선 촬영은 초기 방문시와 호흡기계 증상이 나타난 경우 또는 결핵반응 검사 상 양성인 경우 등에 실시하도록 한다.
실험실적 검사를 통해서는 HIV 감염 상태와 병기, 동반질환, 기회감염, 치료 평가와 약제 부작용 관찰을 위한 기초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이 때 시행하는 검사로는 CD4 T림프구수와 백혈구 백분율, 혈장 HIV RNA 정량 검사가 있다.
CD4 T림프구수 검사는 HIV 질병의 병기를 정하고 HIV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도를 평가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와 기회감염 예방요법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하다. 혈장 HIV RNA 역가는 예후를 평가하고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하며, 치료 후 반응을 평가하는 기저치로도 활용된다.
치료를 요하는 감염인의 경우 기회감염이 있다면 급성기 치료를 실시해 안정화된 이후에 CD4 T림프구수와 혈장 RNA 역가를 측정하고, 기회감염 때 측정한 수치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HAART)을 시행하지 않는 감염인은 치료 시작 시기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CD4 T림프구수와 혈장 HIV RNA 정량 검사 결과를 12~24주 간격으로 추적 관찰하도록 권고한다.
HAART를 받고 있는 환자에서는 CD4 T림프구수와 혈장 RNA 정량 검사를 12주 간격으로 추적 조사하되, 항바이러스제의 순응도가 좋아서 2~3년간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억제를 보이고 임상적으로 안정적이라면 24주 간격으로 검사 간격을 늘릴 수 있다.
이밖에 초기 평가 때 시행해야 할 실험실적 검사로는 일반혈액검사와 생화학적검사 등이 있는데, HAART를 받지 않는 감염인에서는 이러한 혈액 검사를 12~24주 간격으로 추적 조사한다.
간기능검사·공복혈당·공복 시 지질검사 등은 초기 평가 결과가 정상이라면 48주 간격으로 추적 조사하는 것을 권고한다.
HAART를 받는 환자가 지도부딘이 포함된 약제를 투여받는 경우라면 골수억제 등의 부작용을 확인해야하므로 치료 시작 2~4주 후에 백혈구 백분율 검사를 포함한 일반혈액검사를 실시해야한다. 그 외에는 바이러스성 간염이나 기회감염에 대한 초기 혈청학적 검사를 시행한 뒤 결과가 안정적일 경우 48주 간격으로 추적 검사할 수 있다.
피부 결핵 반응 검사와 인터페론 감마 검사는 외국에서는 권장되지만, 국내 현실에서 널리 권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HIV 감염인의 초기 결핵 반응이 음성인 경우에는 CD4 T림프구수가 200cells/㎕ 이상 회복된 후에 재검사하도록 권고한다.
약제 내성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될 수 있으므로 HIV 감염 진단 시 모든 환자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약제 내성 검사의 실시를 고려해야 한다.
바이러스적 치료 실패 환자에서 치료 중단 후 4~6주가 경과하면 내성 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하고 야생형 바이러스가 증가하기 때문에 약제 중단 후 4주 이내에 시행해야 한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와 바이러스적 치료 실패 환자에서는 유전형 내성 검사가 우선적으로 권장되며, 유전형 내성 검사 결과 변이가 복합적인 경우에는 부가적으로 표현형 내성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의 시작 시기는 증상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구분된다. 증상이 있으면서 AIDS 정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증상이 없는 경우인데, 치료를 요하는 CD4 T림프구수의 기준을 350cells/㎕로 할 것인지, 아니면 500cells/㎕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다. 미국 측에서 나온 지침은 500cells/㎕ 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지침은 350cells/㎕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미국의 지침에 비해 좀더 신중하고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 자료가 부족하고 치료 시 선택할 수 있는 약제가 적기 때문에 대한에이즈학회 진료지침에서는 좀더 보수적으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CD4 T림프구수가 350cells/㎕ 미만인 경우 치료를 시작하도록 하고, 350~500cells/㎕인 경우에는 ▲HCV 동시 감염 ▲HIV RNA가 10만copies/㎖ 이상인 경우 ▲CD4 T림프구수가 연간 50~100cells/㎕ 이상 빠르게 감소하는 경우 등에 해당되면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한다.
CD4 T림프구수가 500cells/㎕ 이상이면 수치를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추적관찰한다.
이밖에 임산부는 수직감염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HIV와 관련한 신증이 있는 경우 신장기능 저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HBV 동시 감염이 있는 경우 HIV 치료를 하지 않으면 내성 HIV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가 권고된다.
초치료 환자에서 추천되는 약제 조합은 2개의 뉴클레오시드역전사효소억제제(NRTI)를 기본으로 제3의 약제를 추가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테노포비어'가 들어와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래된 약물인 '아바카비어/라미부딘(ABC/3TC)'과 '지도부딘/라미부딘(ZDV/3TC)'이 기초 약물로서 선호되며, 대안으로 '디데노신/라미부딘(ddI/3TC)'을 사용하도록 권고된다.
제3의 약제로 선호되는 단백분해효소억제제(PI)는 'boosted-로피나비어(LPV/r)', 'boosted-아타자나비어(ATV/r)'가, 선호되는 비뉴클레오시드역전사효소억제제(NNRTI)로는 '에파비렌즈(EFV)'가 선정됐다.
대안적인 PI제제로는 '아타자나비어', NNRTI제제로는 '네비라핀(NVP)'이 있으며, PI제제나 NNRTI제제를 제3의 약제로 사용하기 곤란할 때는 integrase strand transfer inhibitor인 '랄테그라비어(RAL)'를 고려해볼 수 있다.
아바카비어/라미부딘은 하루 한 번 복용할 수도 있고 CD4 T림프구수 상승 면에서 지도부딘/라미부딘보다 우수하다. 다만 아직까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D:A:D연구와 SMART연구에서 심혈관질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주의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지도부딘/라미부딘의 경우 많은 사용 경험이 축적돼있고 복합제가 개발돼 약물 복용 갯수가 적으며 수직감염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자료가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토·빈혈과 같은 부작용이 흔히 나타나고 최신 약제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며 하루 2회 복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PI제제는 내성 장벽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CYP 효소와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약물 상호작용이 흔하고 고지혈증·인슐린 내성·간독성·위장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boosted-로피나비어는 임상자료가 풍부하고 복합제 형태로 출시되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boosted-아타자나비어나 아타나자비어는 다른 PI에 비해서 위장관 부작용이나 고지혈증이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빌리루빈 상승이 흔하고 식사와 함께 복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NNRTI제제는 PI에 비해 대사합병증이 적고 약물 갯수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성 장벽이 낮아서 순응도가 떨어지는 환자에서 쉽게 내성이 유도되고 약물 상호작용이 흔하다는 단점이 있다.
에파비렌즈는 임상 자료가 풍부하고 약물 갯수가 적지만, 초기에 피부 발진이 있을 수 있고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데이터가 있어 임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HIV-2나 HIV-1의 아웃라이어 그룹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대안으로 사용하는 네비라핀 역시 내성이 쉽게 유발되고 피부발진·간독성·과민 반응 등의 부작용이 문제가 된다.
랄테그라비어는 혈중 지질에 대한 영향이 거의 없고 약물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임상 자료가 부족하고 국내 현실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아껴둘 필요가 있어 다른 계열 약제 투여가 곤란한 경우에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 토 의 >
좌장 : 합리적인 치료를 위해 약제 내성에 대한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약제 내성 검사의 종류와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우준희 : 현재 국내에서는 유전형 검사만 할 수 있다. 유전형 검사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1~2주)에 결과를 알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며 조기에 내성 발생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이러스 혈중 농도가 낮은 경우 검사 시행이 어렵고 여러 돌연변이가 발견되는 경우 해석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비해 표현형 검사는 가격이 비싸고 시간이 좀더 소요되는 반면 여러 돌연변이가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에도 해석이 가능하고 새로운 약제에 대한 내성과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좌장 : 최근 국내 약제 내성 현황과 경향은 어떠한가?
방지환 : 국내 약제 내성 연구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대규모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경향을 논하기에는 다소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질병관리본부 자료,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부산대학교, 국내 에이즈 코호트 그룹에서 발표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치료력이 없는 환자에서 내성률은 0~8.8% 수준으로, 평균 3~4% 내외이다.
보통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내성 발현율이 5% 이상이면 반드시 약제를 투여하기 전에 내성 검사를 하라고 권고하는데, 이러한 기준은 GART연구 결과 내성 발현율이 4% 이상이면 약제를 투여하기 전에 내성 검사를 하는 것이 더 비용효과적이라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내성 검사가 아직 보험이 되지 않고, 내성 검사를 시행하는 기관도 많지 않기 때문에 치료 전에 모든 환자에게 내성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PI제제를 기본으로 하는 HAART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내성 검사 없이 약제를 써도 되겠지만, NNRTI제제를 기본으로 하는 경우에는 내성 검사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좌장 : HIV 감염 치료를 위해 현재는 NRTI제제를 중심으로 NNRTI 또는 PI 제제를 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NNRTI 또는 PI제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김우주 : 과거에는 NNRTI제제와 PI제제의 사용 빈도가 1:1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PI제제들이 등장하면서 이 비율이 1:2정도가 됐다.
NNRTI제제인 에파비렌즈의 경우 내성 장벽이 낮아서 내성 발현율이 8% 정도로 높게 보고된 국내 연구가 있으며, 우수한 바이러스학적 효과와 대사 합병증 발생률이 낮고 약물 갯수가 적어 복약 편의성이 우수하다는 장점, 그리고 악몽 등 신경정신계 부작용 등 단점이 있기 때문에 장단점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PI제제의 경우 높은 유전적 내성 장벽으로 내성유도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대사 합병증과 심혈관질환이 우려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약제를 선택할 때는 질환의 양상과 기저 위험요인,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좌장 : 국내에서는 대부분 만성 감염 상태에서 초치료가 시작되는데, 흔치는 않지만 급성 HIV 감염인 경우 HIV 약물 치료를 시도해야 하는가?
김신우 : 급성 HIV 감염은 국내에서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코호트 연구나 대규모 연구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급성 HIV 감염에 대한 약물치료는 이론적으로 기대되는 이익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나 면역학적·임상적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선택 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는 상태다.
다만 치료를 시작한 경우 충분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평생 치료를 기본 원칙으로 최소 2~3년 이상 만성 감염 시와 같은 약제를 사용해야 하고, 중간에 중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환자에게 잘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임산부에서 급성 HIV 감염이 진단되는 경우 수직감염을 막기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급성 HIV 감염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좌장 :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약제가 치료 지침과는 일치하지 않지만, 면역기능 개선·바이러스 억제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면?
위성헌 : 초기 평가와 추적 검사의 목적은 1차적으로는 질환의 병기를 결정하는 것이지만, 백신 접종이나 기회 감염 예방을 통해 HIV와 관련된 질병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성적·수직 감염을 예방하며, 면역기능을 유지하고, 바이러스 부하를 최대한 억제하며, 삶의 질을 증진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HIV 감염 환자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바이러스 억제가 잘 되고 면역기능이 개선된다면 이러한 목적에 부합되기 때문에 굳이 지침을 따르기 위해 약제를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기존 약에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거나 장기적으로 새로운 약제에서 합병증이 드문 경우, 효과는 비슷하면서 복약 편의성이 향상된 약이 새로 개발되면 이를 근거로 새로운 약제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좌장 : 약제 내성 검사가 불가능한 수준의 낮은 바이러스 혈중 농도가 지속되는 환자에게는 어떠한 치료 전략이 적절할 것인가?
한상훈 : 바이러스적 치료 실패가 발생했을 경우 약제 변경을 결정하기 위해 약제 내성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데, 현재 임상에서 시행되는 유전형 검사의 경우 바이러스 혈중 농도가 1000copies/㎖ 이상인 경우에만 적절하게 시행될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혈중 농도가 50~1000copies/㎖ 정도로 낮게 지속되는 경우는 특별한 치료 전략이 필요한데, 이 때 약제를 반드시 변경해야 하는지, 적절한 변경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낮은 바이러스 혈중 농도라도 바이러스 억제가 불완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CD4 T림프구수가 감소하고 향후 바이러스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며 임상적으로 악화 소견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러한 낮은 바이러스 혈중 농도의 기준이 얼마인지는 연구마다 다르다.
낮은 바이러스 혈중농도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은 2회 이상 측정한 바이러스 역가가 50copies/㎖ 이상인 경우 곧바로 약제를 변경하는 것이다.
반면 바이러스 역가가 1000copies/㎖ 이상이 될 때까지 약제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경우 바이러스 복제가 지속되기 때문에 약제를 유지하는 동안 약제 내성 유전자 돌연변이의 선택이 촉진돼 약제 내성이 더욱 유발되므로 추후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약제 내성 검사 시행이 가능하지 않은 바이러스 혈중농도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우선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며, 순응도가 낮을 경우 순응도를 높이는 교육과 상담이 필요하다.
현재는 많은 전문가들이 기존 약제를 바꾸지 않고 유지하면서 주의깊게 경과를 관찰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좌장 : HIV 감염이 만성질환으로 바뀌면서 HIV와 관련한 신경정신계 문제가 임상적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김효열 : 치료 전략을 선택할 때는 약제 내성과 부작용, 순응도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감염인의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신경정신장애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최근에는 HAART의 영향으로 HIV 관련 치매와 같은 심각한 신경인지장애의 빈도는 줄어들고 있지만, HIV 감염인 중 30-50%가 쉽게 인지하지 못하거나 경미한 신경인지장애를 포함한 HIV 관련 신경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경정신장애는 약물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방치할 경우 더욱 큰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약물 치료를 시작할 때 신경정신장애 여부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 HIV관련 신경정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우선적으로 중추신경계 투과 효율성이 높은 약제, 즉 CPE스코어가 높은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CPE스코어가 높은 약을 선택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과 약물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좌장 : 국내에서도 HAART에 따른 대사 합병증이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김우주 : 그동안 HIV 감염인이 늘고 약물을 지속적으로 잘 복용하는 환자들이 축적되면서 환자의 삶의 질이 좋아지고, 30~40대 HIV 감염인의 평균 여명이 약 30~40년 정도로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그러나 HIV 감염이 만성질환화 되면서 나타난 이러한 변화는 대사 합병증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다.
초기 HIV 감염 치료에서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의 시작과 약제의 선택, 기회감염의 치료와 예방에 주로 관심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장기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로 인한 이상지질혈증·글루코즈 대사 장애·당뇨병·지방이영양증 등 대사 합병증과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발생이 증가해 치료 부작용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확대됐다.
특히 노령인구가 증가하게 되면 대사 합병증을 앓게 되는 HIV 감염인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초기 치료 시에는 약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관찰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질 프로파일이나 심혈관 위험을 세밀하게 평가함으로써 대사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좌장 : 국내 간염 유병률은 높은 편이어서 향후 HIV와 HBV 또는 HCV의 동시 감염이 점차 늘어 복잡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 감염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우준희 : B형이나 C형 감염이 HIV 감염과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치료가 쉽지 않고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다.
HBV와 HIV 동시 감염 때는 HBV 감염의 상태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되기도 하는데, HBV 감염 치료가 불필요하다면 HIV 감염 치료만 하면 된다.
그러나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에 사용되는 라미부딘이 HBV 감염에도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내성 발현율이 높기 때문에 HBV 감염이 악화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적극 권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HBV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항HBV 효과가 있는 약제, 즉 아데포비어·엔테카비어·텔비부딘 등을 쓸 수 있겠다.
반대로 HIV 감염이 안정적이고 HBV 감염만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인터페론-알파를 고려할 수 있다. 아데포비어의 경우 현재로서는 HIV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선택할 수도 있지만, 고농도를 쓰는 경우 HIV 내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HCV와 HIV 동시 감염인 경우에는 CD4 T림프구수가 200copies/㎕ 이하라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한 뒤에 HCV 감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동시 감염이 있는 경우 간독성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다른 간염 질환이나 알코올성 간질환과의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HCV 감염에 대한 치료가 필요할 때, 특히 초치료 때는 단독감염 때와 같은 치료를 시행하도록 권고된다.
좌장 : 최근 아바카비어의 부작용으로 심혈관계 이상 반응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부작용 등 국내 현황은 어떤가? 또한 약물 사용 전에 과민반응을 배제하기 위해 HLA B5701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가?
류성열 : 아바카비어 복용과 심근경색 발생의 연관성과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일치된 의견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고, 아바카비어 복용 후에 심근경색이 발생한 환자의 대부분이 이전에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갖고 있었던 경우이다.
국내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서구에 비해 낮은 편임을 고려하면 심혈관계 부작용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에서 주의해 사용할 경우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바카비어 과민반응은 투약 6주 이내에 발생하고 다기관을 침범하는 임상적 증후군이다. 대부분 약제 중단 시 신속하게 회복되지만 재투여시 급격하게 진행해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아바카비어 과민반응은 HLA B5701을 가진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양에서는 아바카비어 투여 환자의 5~8%에서 과민반응이 발생한다고 보고됐다.
그러나 국내 환자 약 500명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HLA B5701 검사의 양성률이 0%였고,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도 양성 환자의 33~55%에서 실제로는 과민반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아바카비어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HLA B5701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민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약 전 충분한 상담과 적절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좌장 : 향후 국내에서 CCR5 길항제인 '마라비로크'의 사용 전망과 필요성, 그에 따른 coreceptor tropism assay 시행 방안은 어떠해야 하는가?
김신우 : 마라비로크는 새로운 계열의 약으로, 바이러스적 실패가 있는 환자에서 2가지 이상, 더 좋게는 3가지 이상의 충분히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약제를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약제의 기전 상 사용 전 약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바이러스 친화성(tropism) 검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