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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도내시경 검사 어렵지 않아요"
"담도내시경 검사 어렵지 않아요"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1.06.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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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검사법·금속배액관 개발 문종호 순천향의대 교수

최근 국내에서도 식습관의 변화나 간디스토마 등 기생충의 영향으로 담석증·담관외결석 등 담도계 질환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담관이나 췌장에 발생하는 암의 경우 조기 발견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담도·췌장은 위와 달리 의사의 내시경적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위내시경으로는 들어갈 수도 없고, 일본산 담도내시경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고가인데다 고장이 잦고 수리비도 비싸 국내에서는 큰 규모의 소화기센터만 일부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한 젊은 의사가 새로운 담도·췌장 내시경 검사법과 금속배액관을 개발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문종호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장)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순천향대 부천병원의 내과과장 및 내과계 진료부장도 맡고 있는 문 교수는 '담도안을 편하게, 경제적으로,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고민을 2006년부터 시작했다.

 
"담도 자체가 가늘어 그 안에 들어가는 내시경도 가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의료기기의 발달로 위내시경의 직경이 5㎜까지 줄어들더군요. 담도의 직경이 7~8㎜이고 병이 생기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위내시경을 담도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문 교수는 위내시경을 담도에 사용할 수 있다면 기존의 담도내시경과 달리 내구성도 좋고 내시경으로 얻어지는 영상의 질도 우수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담도로 들어가는 급한 각도가 관건이었다.

"많이 구부러진 각도를 지나 내시경을 올려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풍선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한 것이 바로 '간내 풍선을 이용한 직접 경구적 담도내시경 검사'입니다."

시행착오 끝에 이 방법을 완성한 것은 2009년이다. 이 해에만 80례 정도를 시술한 문 교수는 그 결과를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보고했는데, 이 논문은 국내에서는 처음 이 학회지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같은 방법을 시도한 것은 세계적으로 문 교수가 처음은 아니다. 문 교수가 연구를 시작하고 1년쯤 지나 미국 시카고대에서 비슷한 방법의 담도내시경 검사법을 발표했으나 성공률이 50% 정도에 불과했다. 문 교수의 성공률 90%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성적이다.

아무튼 같은해 5월 소화기 분야에서는 세계최대 규모의 학술대회인 '미국소화기병주간(DDW)'에 참석한 문 교수는 내시경 액세서리 제조회사인 '쿡' 관계자들과 만나게 된다.

"논문이 표지에 실린 <미국소화기학회지>를 손에 들고 저를 맞은 쿡 고위층들은 '새로운 담도내시경 검사법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같이 개발해 보자고 제의해 왔고, 그래서 쿡의 자문의사 6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국이 쿡의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에 불과했던 상황에서 한국 의사에 대한 인지도 등은 낮을 수 밖에 없었는데 문 교수는 이 담도내시경 검사법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의사로서는 처음 쿡의 자문의사가 됐다.

이후 문 교수의 담도내시경 검사법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 검사법이 경제적·안정적이라고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새로운 방법의 장점이라면, 기존의 모자내시경 방식을 이용한 담도내시경검사는 2명의 의사가 필요한데 반해 1명의 의사로도 시행할 수 있으며 기존의 내시경 장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고 장비 유용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또 일반 위내시경검사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상의 질이 매우 뛰어나 질환의 조기발견이 가능하며, 겸자공이 커서 진단 뿐 아니라 다양한 치료도 가능합니다."

국내에는 아직 슬림스코프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고 액세서리도 개발되지 않아 크게 대중화되지 못하고 몇몇 병원에서만 시술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올 상반기에 이미 태국(2월)·대만(3월)·말레이시아(4월)·인도(4월) 등 아시아권의 유명한 내시경 심포지엄에 초청돼 강연과 라이브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반기에는 10월 싱가포르·미국에 이어 내년에도 독일(2월)·인도(4월)·일본(5월) 등 내시경 분야의 선진국에서 열리는 학회에도 초청을 받아놓고 있다.

특히 인도의 내시경심포지엄 후에는 인도의사 10여명이 문 교수의 시술을 직접 한국에서 배우겠다고 지원, 뜨거운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문 교수가 연구하는 메인테마의 두번째는 '배액관'이다. 환자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치료에 도움이 되고, 의사들은 편하게 시술할 수 있는 '자가 팽창형 금속 배액관'을 개발해 현재 일부는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BONASTENT M-Hilar(간문부 담관암 환자용)'과 'BONASTENT M-Duodenal(악성 십이지장·담관협착 환자용)'이 임상에 이용되고 있으며, 'BONASTENT M-Intraductal(양성담관협착 환자용)'은 개발이 끝난 상태다. 스텐트 이름 가운데의 'M'은 문종호 교수 이름의 이니셜이다.

"한국인 의사가 연구한 스텐트를 한국의 회사와 같이 개발해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것도 하나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의 4대 스텐트회사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해외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업체들이 저가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만하거나 국내 회사간 과다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독이 될 수 도 있습니다. 국내 회사가 힘을 모아 '대한민국 스텐트'는 하나로 가야 합니다."

문 교수는 소화기내시경 분야 선배 의사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현재를 유지 발전시키고, 특히 췌담도 분야는 한국이 아시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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