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지금 필요한 건 뭐?" "스피드?!"

청진기 "지금 필요한 건 뭐?"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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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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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대(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 조영대(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바야흐로 독감 시즌이다. 평소 예진 업무를 담당하는 공중보건의사들조차 혀를 내두를만큼 보건기관이 많은 인파로 붐비는 시기이면서, 각종 민원들이 쇄도하여 직원들 역시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때가 바로 지금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보건지소에서도 1000 도즈의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할 계획인데 짧은 기간에 많은 인원들에게 접종하는만큼 제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역시 스피드이다. 마음만 먹으면 간호사와 팀을 이루어 30초에 1명씩 접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어르신 : 안녕하세요. 독감 접종하러 왔습니다.

예진 의사 : (내민 예진표를 낚아채며 눈을 마주치며 미리 만들어 둔 유인물을 내민다.) 안녕하세요? 여기 체크하신대로 맞으시죠? 접종 후 이상반응 나타날 수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구요. (도장 꽝!)

이러한 형태가 권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단 무엇보다도 접종 인원이 너무 많다. 2010년 목포에서 발생한 영아사망사건의 경우, 그 과정에서 단 2명의 공중보건의사가 연 8만 건이 넘는 인원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 접종뿐만 아니라 독감과 같이 성인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접종이라 하더라도 하루 몇백명에 이르는 인원을 제대로 교육하고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예진표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아니오'에 V를 기재하시는 분들도 많고, 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여부 관찰은 고사하고 사전설명조차 어쩔 수 없이 유인물이나 게시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백신으로 인한 치명적 이상반응의 비율이 낮아서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확실히 안전성에 관한 부분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예방접종사업의 질 관리를 해야 할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예진의사 1인당 하루 예진 인원이 과도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별로 실효성이 없다. 신종플루의 급속확산으로 인한 국가재난에 준하는 2009년이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평시 예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때가 됐다.

심평원에서는 의료기관에 대해 차등수가제를 적용하여 75명이 넘어가는 진료인원에 대한 불이익을 주고 있는데, 보건기관의 예진인원도 이에 못지않은 적정한 인원을 추계하여 제한하는 것이 옳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접종권장군 중 65세 이상의 어르신들,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기초수급자 등에 대한 무료접종은 현행처럼 유지하더라도, 그 이외의 일반 유료접종을 최소화해서 민간의료기관으로 적절한 인원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 외에도 보건의료기관 외 단체출장접종의 경우, 안전성의 문제를 고려하여 복지부 고시가 개정되었음을 적극 인지하였으면 한다.

올해에도 여전히 주민들의 편의를 이유로 (응급상황에 대한 약품과 구급차는 전무한 채) 읍·면·동 순회접종을 실시하는 시·군 보건소가 많은데 가급적 보건소 내에서 충분한 준비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접종 환자를 보호하고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길이다.

현재의 예진은 '추후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위원회에서 면피용으로 검토될 절차'정도에 불과하다.

접종의 금기 대상을 걸러낸다는 기본적인 목적 이외에도, 환자들의 현재 상태와 과거병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여러 가지 정보 - 백신의 종류, 예방접종으로 기대되는 효과, 이상 반응 등- 를 제공하고, 여러 질문에 답변하고, 필요시 전원할 수 있는, 그런 총체적인 진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라고 1년차 서명 기계들은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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