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용(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교수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히말라야 동쪽으로 최고봉 에베레스트 서쪽으로 수미산(須彌山)이 있다. 화와이 섬 동쪽에 가장 크고 높은 화와이섬이 있고 서쪽에는 카우아이섬이 꼬리를 틀고 있다.
한반도 지리산(智異山) 역시 동쪽에 최고봉 천왕봉이 있고 서쪽에는 맥을 약간 벗어나 반야봉(般若峰)이 있다. 그 생김새가 용(龍)이 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꼬리를 약간 올린 형상이라 히말라야를 하늘을 찌르는 공룡(空龍)이라 한다면, 화와이는 해룡(海龍), 그리고 지리산은 육룡(陸龍)이라 할 만 하다.
히말라야 어원은 마나스(manas)에서 나왔다고 한다. 마나스란 마나식, 말나식(末那識), 또는 제7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컴퓨터로 볼 때 렘(rem), 생체 유전정보로 볼 때 리보핵산(RNA), 프로이드 심리학으로 슈퍼에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인간의 식(識)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6식과 무몰식(蕪沒識)인 제7 마나식과 제8 아뢰야식(阿賴耶識 alayavijnana)이 있다. 이 아뢰야식은 컴퓨터로 볼 때 USB메모리, 생체 핵산(DNA), 프로이드의 무의식, 천부경의 거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지혜(知慧)롭다고 하는 것은 제7식이 항상 깨우쳐 알아차리고 있다는 뜻으로, 옳고 그름이 나누어있지 않고 크고 작음이 둘이 아니고 번뇌와 열반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는 경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30대 사랑이라는 선물을, 40대 재물이라는 선물을, 50대 명예라는 선물을 달갑게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욕심을 부릴 때 우리는 법을 만들고 스스로 목숨이 짧고 폐가 망신하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지혜를 득하지 못한 자에게 결혼·재물 그리고 권력이란 강도에게 칼을 쥐어 주는 것과 같아 축생, 아귀, 그리고 수라의 낮은 육도에서 방황하여 인생을 낭비한 죄로 말미암아 <빠피용>처럼 사형 선고를 받게 되는 것이다.
육식에서 아뢰야식으로 진입하는데 걸림돌은 단연 삼독(三毒)이라 일컷는 탐진치(貪瞋痴)다. 욕심·성냄·무지는 자신의 아뢰야식에 확인도 하기 전에 남의 눈치를 보고 비교하여 크고 작고 많고 적고 뜨겁고 차고 착하고 나쁘고 검고 희고 등등 분별을 조장하고 시비를 초래하여 자신을 항상 불안하게 만들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30대는 남의 부인을 훔쳐보고, 40대는 필요한 재물을 계산하지 못하고, 50대는 자신이 훌륭한 사람인가 착각하다 못해 술 담배로 자신의 방황을 멈추려하지만 그 육신은 병들고 죽어가는 것이다.
생사(生死)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삶도 죽음도 둘 다 두려운 것은 삶도 죽음도 자신의 거울로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수 백 만 년 전부터 유전되어 온 무의식세계 아뢰야식을 지혜(知慧)로 뚫어 본다면 생과 사의 중도(中道)에서 자유자재로 의지대로 죽고 싶으면 죽고, 살고 싶으면 살아 있는, 불안한 마음 없이 밤마다 잠도 잘 자고,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영생(永生)을 누릴 터인데 말이다.
지리산을 영산(靈山)이라 하고 히말라야를 지혜의 산이라고 하는 것은 그 곳에서 삼독을 여의고 진정한 자신의 거울 아뢰야식을 바라볼 수 있는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2012년 새해에는 삶도 죽음도 없는 지혜의 산 히말라야를 가지 못할 형편이라면 지리산 반야봉이나마 한 번 올라갔다 내려와 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