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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관객 강추, 남성관객 필수! 함께보면 더 좋은 '버자이너 모놀로그'
여성관객 강추, 남성관객 필수! 함께보면 더 좋은 '버자이너 모놀로그'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1.12.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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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불과 10년 전, 초연 당시 만해도 이 작품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파격적인 소재와 대사로 일부 언론은 특정 단어를 블라인드 처리해 보도했고, 어떤 관객은 작품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음란물과 다를 바 없다'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10주년 공연을 맞이한 지금 여성의 성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의 이해는 많은 관객들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공연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특히 여성 관객수 못지않은 남성 관객의 증가는 지난 공연들과 다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초연 당시 10%에 불과하던 남성관객이 30% 이상으로 늘어나 역대 최대 성비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관객들의 힘, 특히 남성들의 사회적 인식 변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연출을 맡은 이유리 씨는 "연습부터 공연에 오르기까지, 그리고 공연을 올린 지금까지도 관객과의 수위를 조절하는 과제가 최우선이었다. 그들과 친밀하게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여성의 이야기지만 성별 구분 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전하고 싶다"며 관객반응을 주시한다.

객석을 빠져 나오는 관객들의 반응 또한 "접근하기 힘든 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기대했는데, 배우들의 연기는 그 이상이었다.", "굉장히 중요하지만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 생각들을 바꿔주는 연극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 펑펑 울다 나왔다.", "여자친구 생일선물로 함께 왔는데 여자친구를 이해하고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가 반드시 봐야 하는 연극이지만, 남자도 꼭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등 반응이 뜨겁다.

특히 이번 10주년 공연에는 '종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인 '말하라' 모놀로그가 포함돼 더욱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는 원작자인 '이브 앤슬러'가 위안부 할머니를 직접 만나, 보고 들은 얘기를 한 편의 시로 만든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이 연극에 출연 중인 배우 김여진·이지하·정영주·정애연은 1000회를 맞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여했다.

배우들은 "공연을 하면서 '말하라' 모놀로그를 통해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어린 나이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으며, 평생을 그 상처 속에 살아야만 했던 그 분들을 위해서, 그리고 어디선가 또 다시 자행될 수도 있는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라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배우들이 낭독한 위안부 시절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록된 '말하라'가 흘러나오는 동안 위안부 할머니는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내어 참가자들의 눈을 적셨고,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는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제작사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수익금 일부를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터전인 '나눔의 집'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연극은 1월 29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김여진·이지하·정영주·정애연(김여진·정애연 더블캐스트)의 트라이얼로그(3인극)버전으로 공연된다.

독백 “’말하라’ –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전문

우리의 이야기들은 우리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유린 당한 우리의 몸 속에서만
전쟁의 시간과 텅 빈 공간 안에서만
어떤 공식적인 기록도 문서도 자취도 없다.
오로지 양심뿐.
오직 그것뿐.
 
우리가 약속 받았던 것들:
내가 그들을 따라 가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
직업을 얻을 수 있다.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다.
가지 않으면 나를 죽일 거다.
거기가 더 좋을 거다.
 
우리가 발견한 것들:
산도 없었고
나무도 없었고
물도 없었고
황사 사막
눈물 가득한 창고
수천 명의 걱정투성이 소녀들
내 땋은 머리는 잘려 나가고
팬티를 입을 시간도 없었다
 
우리가 해야 했던 것들:
이름을 바꿔야 했고
단추가 잘 열리는 자루 원피스를 입어야 했고
하루에 오십 명의 군인을 상대해야 했고
생리 때도 해야 했고
옷도 벗지 않고 자지만 꺼내는 군인과도 해야 했고
너무 많은 남자와 해서 걸을 수 없어도 해야 했고
다리를 뻗지도 몸을 굽히지도 못해도 해야 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반복해서 한 것들:
욕하고 때리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속을 뒤집어 놓고
소독하고 주사 놓고
또 때리고
구멍을 내고 구멍을 내고.
 
우리가 본 것들:
욕실에서 화학약품을 마신 소녀
폭탄에 맞아 죽은 소녀
총으로 맞고 또 맞은 소녀
벽에 머리를 박은 소녀
익사하도록 강물에 던져 진 영양실조에 걸린 소녀의 몸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
몸을 씻는 것
돌아다니는 것
의사에게 진찰받는 것
콘돔을 쓰는 것
도망가는 것
아기를 지키는 것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우리가 얻은 것들:
말라리아 매독 임질 사산 결핵 심장병 정신발작 우울증
 
우리가 먹은 것들:
밥 된장국 무절임 밥 된장국 무절임 밥 밥 밥
 
우리가 된 것들:
파괴되고
도구가 되고
불임이 되고
구멍이 되고
피범벅이 되고
고깃덩어리가 되고
추방되고
침묵 당하고
홀로 되고
 
우리에게 남은 것들:
결코 지워지지 않은 충격
죽은 아버지
무임금
상처들
남자에 대한 증오
자식도 없고 집도 없고
텅 빈 자궁
술주정뱅이
죄의식과 수치심
아무것도 아무것도!
 
우리에게 붙여진 이름들:
위안부
타락한 여자들
 
우리가 느낀 것들:
내 가슴은 지금도 떨리고 있고
 
빼앗긴 것
내 삶.
 
우리는 지금, 74세
82
93
 
눈 멀고 느리지만 준비돼 있다.
매 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으며
 
우리가 원하는 것:
지금 당장
우리의 이야기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우리가 죽기 전에
일본 정부여
말하라 제발
 
위안부 여성들에게 미안하다고
나에게 말하라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라
 
나에게
나에게
나에게
 
말하라
미안하다고 말하라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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