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권 앞세워야 여론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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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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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역량 갖춘 의사 발굴 선거 직접 개입할 때"
2012 총선·대선정국 어떻게 맞을까
-'안철수 신드롬'과 우리의 역할-

▲ 임종수(부산시의사회 공보이사)

세계의 혁명가들 가운데 의사들이 유독 많다. 프란츠 파농·체 게바라·노먼 베쑨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프란츠 파농은 1954년 발발한 알제리 독립전쟁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비밀리에 알제리 민족해방전선을 지원했으나 1957년 이후 병원을 접고 혁명에 온전히 투신했다. 이들은 좌우 이념이 뚜렷한 시기에 민중을 위해 투쟁을 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개의 정치 이벤트를 앞둔 요즘 두 명의 의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시골의사'로 불리는 박경철 원장이 주인공이다. 특히 평소 정치와는 무관한 것으로 비쳐졌던 안철수 원장은 대한민국 정치권의 구세주로 부상했으며,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언론은 안철수 신드롬을 신선함과 새 창조 지향에 있고, 때 묻지 않은 그에게 등을 돌릴 사람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의사·컴퓨터 백신 기술자·교수 등 전문직에만 종사해 온 학자 출신이다.

그가 여론조사에서 유력 대통령후보로 급부상한 데는 깨끗하게 다른 이에게 서울시장 출마기회를 양보하는 자세가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일군 개인의 성취에다 우리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안철수 신드롬을 설명할 수 는 없다. 기성 정치권에서 안풍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구태와 정쟁으로 얼룩진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민생은 외면한 채 오로지 권력쟁취에만 골몰하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절망감이 안철수에게서 대안을 엿보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의사출신인 안철수와 박경철 신드롬을 바라보는 우리 의료계의 시선은 흐뭇해 보인다. 안철수 신드롬을 타고 내년 정치 이벤트를 통해 의료계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사회가 적극적으로 정치참여를 모색한 시기는 대선이 열리던 2007년이다. 부산광역시의사회는 그해 초 '정치력강화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회원 1인 1정당' 가입과 연말 정산이 가능한 회원 10만원 정치후원을 통한 사실상의 정치투쟁을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001년 의약분업에 반발해 정치세력화를 표방한 적이 있으나 지역의료계가 현실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돌입한 것은 부산시의사회가 처음이었다.

부산시의사회 정치력강화위원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회원들의 정치성향에 따라 여야 정당의 구분 없이 회원 각자가 선호하는 정당가입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부산시의사회는 부산지역 의사 6000여 명을 대상으로 회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회원 1인 1정당' 가입운동을 통해 정치세력으로 최대한 세를 불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위원회는 또 의료계를 대변해 줄 정치인에게 10만원 정치후원과 대선후보 진영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 총선 후보도 발굴, 배출하려고 했다.

부산시의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의약분업 등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료인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이후 부산시의사회는 정치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상임이사진에 외부 인사를 수혈했다. 공보이사와 법제이사에 의사가 아닌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다.

부산시의사회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정치참여를 모색했다. 회원을 직접 지방의회에 진출시킨 것은 물론 정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 지방정부나 지방의회에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했다.

경남 김해시의사회도 2007년 10월 자신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회원 1인 1정당' 가입 운동을 벌였다. 특정 정당에 대한 가입 독려가 아니라, 회원들의 정치성향에 따라 여야 정당을 각각 선택해 가입케 했다. 연말정산이 가능한 10만원의 정치후원금 납부 운동도 벌였다.

지방의사회의 이 같은 정치참여는 결론적으로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지역 유권자들이 의사들의 조직적인 정치참여를 '밥그릇 챙기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2000년대 초 의약분업의 갈등이 고스란히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을 계기로 의료정치가 탄생했으나, 국민건강·진료·처방·조제행위가 정치의 대상이 되는 것에 국민은 심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한국사회에서 의사들이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으로서 고소득자인데, 거기다 권력까지 주어지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부산시의사회는 의료계 정치참여의 성공 열쇠가 유권자와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라고 보고 사회공헌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평소 서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간의 괴리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밥그릇 챙기기 인식을 없애기 위해 건강보험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정책에 대해 과감히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의 이익극대화 보다는 의료체제의 개혁을 통해 국민건강권의 양적·질적인 개선을 목표로 해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부산시의사회는 창립 67년 만에 약사회와 화해의 손을 잡았다. 그 해 부산 의약계는 공동으로 '시민건강걷기대회'를 마련해 시민사회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제 19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비롯해 많은 지역에서 의료인들이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 의사들의 대표기관인 의협은 내년 정치시즌을 통해 의료계의 목소리 강화에 나섰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선거운동 이렇게 참여합시다>라는 선거참여 교육용 지침서까지 만들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원들에게 배포했다. 이는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의사들이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이 땅에도 '안철수와 박경철 바람'이 신드롬에 그치지 않고, 민중 속에서 체게바라나 파농·베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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