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1만여개로 제작한 '드뷔시의 달빛'...어린이병원 1층 복도에 전시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이자 사찰음식 연구가로 널리 알려진 정산(靜山) 김연식 스님이 11일 서울대병원 발전후원회에 2억 4000만원 상당의 미술작품을 기증했다.
성냥갑 1만 800여개를 세로로 세워, 한쪽면에 작은 그림 등을 부착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동양의 정신적 깊이와 서양의 조형어법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평면ㆍ입체ㆍ설치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스님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정산 스님은 "간이식 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얻도록 도와주신 외과 서경석 교수님과 간을 기증해준 제자 김영현 님, 그리고 수술후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며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상을 생각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증했는데 발전후원회의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아 서울대병원에 미안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서울대병원에 기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30여년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사찰음식 전문식당을 열어 미국ㆍ유럽 등 해외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대표 사찰음식 식당으로 <뉴욕타임즈>에 소개된 바 있다. 현재 동산불교대학 사찰음식문화학과 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편 매니큐어로 회화ㆍ조각ㆍ설치 등 작품활동을 하는 '매니큐어 작가'로 국내외에 알려져 있는 스님은 지난해 1월 프랑스 파리 제12구 샤랑통시가 주최하는 '샤랑통 특별전'에 '올해의 명예작가'로 초대받았다.
58년 전통의 '샤랑통 특별전'은 해마다 각국의 작가를 초대해 그 가운데 1명을 명예작가로 선정, 특별전시를 열어주고 시장상을 수여한다. 지난해에는 130여명의 작가가 한 작품씩 출품했으며 스님은 별도의 공간에 20여점의 작품을 전시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았다.
이날 기증식은 스님과 정희원 서울대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대한의원 건물 회의실에서 열렸으며, 작품은 서울대 어린이병원 1층 복도에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