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젼 세계로 빠져든다! '놀이의 순간'-Aha! Moment

일루젼 세계로 빠져든다! '놀이의 순간'-Aha! Moment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2.01.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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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월 15일까지…11명의 국·내외 작가의 작품 선보여

◀박승모 작, 환1037(작품 일부분 확대),1700x285x1700(mm), stainless steel wire, painted, 2011 / 철망을 이용한 시점 작업. 정확하게 시점을 맞추지 못하면 무질서하게 만들어진 철망구조물일 뿐이다. 하지만 어느 한 시점에서는 정확하게 상이 맺히면서 감상자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던 형상이 나타난다. 가깝게 다가서면 형상은 사라지며 다시 거리를 두면 형상을 드러낸다. 철선이 만들어내는 환영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월 15일까지 '놀이의 순간'전이 열린다. 이 전시는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환영(Illusion)'에 관한 이야기다. 일루젼을 이용한 작품은 '착시' 혹은 '왜상' 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기에 작품을 접하는 관객들은 아주 흥미로운 감상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왜상'이란 무엇일까? 가령 도로에 표기된 기호나 글자는 상당 부분 길게 늘어진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자동차 안에서 볼 때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읽혀진다. 이것이 이른바 '왜상'이다. 미술작품 속에서도 이와 같이 숨겨진 시지각 원리를 이용한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치밀한 계산과 고도의 사고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별해 관객들이 현대미술의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매순간 혹은 관객이 보는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변화한다. 이와는 달리 감상과정에서 특정 지점에서만 작품의 온전한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마치 땅 속으로 감상자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갤러리에 걸려있는 작품은 마치 마법과 같다. 관객들이 당황스러운 이유다.

▲데보라 스퍼버-모나리자 이후, 혼합매체, 215x218cm / 관객들은 먼저 그가 사용하는 재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는 실패를 오브제삼아 독특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수 천 개 혹은 수 만 개의 실패를 사용해서 추상적인 배열을 보여주는데 아크릴 구체(광학장치)를 통해 볼 때 뚜렷한 형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장치는 인간의 눈과 뇌와 같은 기능을 한다. 작가는 데이터의 수집·분류·배열·정리·기술적 가공·연출 그리고 육체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전시장벽에 그의 작품은 거꾸로 설치되어 있다. '모나리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대사들' 등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가 구사하는 모티브는 거장들의 작품 혹은 작가초상을 대상으로 한다. 실패의 조합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느낌만 가져다주지만 광학장치를 통해 바라보는 그 형상은 완벽하다. 이는 우리 눈이 이미지를 망막에 투사하고 그것은 다시 뇌에 의해 교정되어 인식된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실패 하나하나는 일종의 픽셀과 같이 작동하며 관객들은 경이의 순간을 맞는다. 그는 노동집약적인 반복성이라는 전통적인 수공적 방식과 디지털 기술이 주는 효과를 동시에 구현한다. 뉴욕타임즈는 그는 마치 '마술과 같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한다.
바로 이번 전시의 주제는 미술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 특성을 보여주고자 하는데 있다. 예전부터 화가들은 자연이나 외부대상을 편평한 종이나 캔버스에 실물처럼 구현하는데 노력해왔다. 실제로는 평면이지만 우리 눈에는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시도해온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그러한 시도를 넘어 보다 실험적이면서 강한 흥미를 주는 작품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화가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말미암아 좀 더 색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뉴욕을 거점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강영민·박대조·박승모·송은영·이승오·조융희·안철현·찰리한·한호·황란·데보라 스퍼버 등 국내외 작가들 11명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마침 겨울 방학을 맞는 학생들 혹은 온 가족에게 추천할만하다.

그림이 좀더 과학적인 이미지로 관객을 현혹 시킬수 있다는 새로운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만하며, 예술로서가 아닌 흥미로 다가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상과 지하 갤러리 동시에 전시되며, 지하 1층은 무료로 입장가능하다.

 

Tip) 아하 모먼트 Aha! Moment란?
일상 생활에서 어떤 발견과 각성을 경험할 때 느끼게 되는 탄성의 순간을 말한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감상자들은 화가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트릭의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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