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월 15일까지 '놀이의 순간'전이 열린다. 이 전시는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환영(Illusion)'에 관한 이야기다. 일루젼을 이용한 작품은 '착시' 혹은 '왜상' 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기에 작품을 접하는 관객들은 아주 흥미로운 감상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왜상'이란 무엇일까? 가령 도로에 표기된 기호나 글자는 상당 부분 길게 늘어진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자동차 안에서 볼 때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읽혀진다. 이것이 이른바 '왜상'이다. 미술작품 속에서도 이와 같이 숨겨진 시지각 원리를 이용한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치밀한 계산과 고도의 사고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별해 관객들이 현대미술의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매순간 혹은 관객이 보는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변화한다. 이와는 달리 감상과정에서 특정 지점에서만 작품의 온전한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마치 땅 속으로 감상자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갤러리에 걸려있는 작품은 마치 마법과 같다. 관객들이 당황스러운 이유다.
바로 이번 전시의 주제는 미술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 특성을 보여주고자 하는데 있다. 예전부터 화가들은 자연이나 외부대상을 편평한 종이나 캔버스에 실물처럼 구현하는데 노력해왔다. 실제로는 평면이지만 우리 눈에는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시도해온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그러한 시도를 넘어 보다 실험적이면서 강한 흥미를 주는 작품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화가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말미암아 좀 더 색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뉴욕을 거점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강영민·박대조·박승모·송은영·이승오·조융희·안철현·찰리한·한호·황란·데보라 스퍼버 등 국내외 작가들 11명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마침 겨울 방학을 맞는 학생들 혹은 온 가족에게 추천할만하다.
그림이 좀더 과학적인 이미지로 관객을 현혹 시킬수 있다는 새로운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만하며, 예술로서가 아닌 흥미로 다가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상과 지하 갤러리 동시에 전시되며, 지하 1층은 무료로 입장가능하다.
Tip) 아하 모먼트 Aha! Moment란? 일상 생활에서 어떤 발견과 각성을 경험할 때 느끼게 되는 탄성의 순간을 말한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감상자들은 화가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트릭의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