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이슈에 전세계 보건의료 NGO가 나선 이유?

기후변화 이슈에 전세계 보건의료 NGO가 나선 이유?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12.01.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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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A 대표로 'Global Climate and Health Summit' 참석한 신동천 위원장

▲ WMA 대표로 'Global Climate and Health Summit' 참석한 신동천 위원장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최근 "지구가 1000년 내에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개발과 극심한 지구온난화가 그 이유다.

한데 때마침 '지구의 종말 시계'를 관장하는 미국 핵과학자회보도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폭발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들어 종말시계 분침을 11시54분에서 11시55분으로 1분 앞당겼다. 지구 종말시계에 따르면 인류의 멸망이 이제 기껏 5분 남은 셈이다.

이런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글로벌 경제위기로 당장 직장을 잃고 내가 가진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불등의 불이 아닌 바에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말 시계의 분침이 재깍재깍 자정을 향해 가도 무심히 일상을 영위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4∼6일 전세계 보건의료계 NGO 들이 종말시계를 늦추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더반에서 열린 제 17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17)기간 중 전세계 보건의료계 NGO 들이 연합해 'Global Climate and Health Summit'를 연 것이다.

CIimate & Health Council·Health Care Without Harm·넬슨만델라의학교가 공동주최한 이 회의에 세계의사회(WMA)를 대표해 신동천 대한의사협회 국제협력실행위원장(연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Global Climate and Health Summit(이하 서밋)이 처음으로 열렸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미팅에서 기후변화 이슈를 다룰 때 건강 이슈는 늘 뒷전이었다. 정치·경제분야에서 기후변화가 가져올 경제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영국의 스턴 경을 제외하곤 헬스를 넣은 경제모델은 전무하다.

COP가 온실가스를 감축안을 만들어 매년 열리고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와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딜레마에 빠진 것도 서밋 모임의 동기가 됐다. 기후변화 아젠다의 중심에 보건문제을 올려놓자는 것과 정치가나 경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보건의료인이 나서자는 것이 동인이 됐다.

COP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의 인위적 방출을 규제하기 위한 협약.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했으며, 2012년 마감 시한을 앞두고도 의무감축안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교토의정서의 효력은 2012년 만기로 2012년 이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각국의 감축량을 정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COP 15(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세계 105개국 정상과 192개국 대표 등 약 2만 명 참여해 기후변화의 성과를 이루자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이듬해 열린 COP 16(멕시코 칸쿤)에서는 초라한 성적표만 제출했을 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가속되면서 더반에서의 COP 17에 대한 기대감도 반감한 상태였다.

서밋에 대한 평가와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회의장은 더반의 작은 호텔로 150여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첫 모임임에도 30여개 단체에서 200여명이 모였다.

전세계 보건의료계 NGO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에게 닥친 또는 앞으로 닥칠 건강에 대한 영향과 위험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며, 정부 대표단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이행안 도출을 촉구했다.

또 NGO가 협력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전략을 취하기로 하고, 강력한 네트워크 형성과 영향력을 확보한 것이 뜻 깊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Health Care Without Harm에서 COP 개최 시기에 맞춰 매년 회의 정례화를 천명했다. 올 4월에 대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한 것도 성과다.

WMA의 대표로 참석했는데 기후변화에 대한 WMA의 입장과 앞으로의 행보는 어떤가?

- 영국 의대생으로 기억되는데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WMA에서 선언문(기후변화에 관란 뉴델리선언문)만 만들고 끝낼 게 아니라 기후변화에 소극적인 미국 대통령과 중국 총리에게 편지라도 보내봤냐는 것이었다.

학생다운 발상이면서도 서밋 참가자들이 WMA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돼 어깨가 무거웠다.

WMA는 독자적으로 COP 회의 두달 전에 기후변화를 리뷰하고, 아시아상황를 발표한 바 있다. 2009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WMA총회에서 의사가 기후변화 문제해결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촉구한 '건강과 기후변화에 관한 뉴델리 선언'을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언문 채택에 그치지 않고, 각 나라에 선언 내용을 더 알리고, WMA 차원의 지속적인 사업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음을 WMA에 제언할 예정이다.

올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WMA 이사회에서 이번 서밋 결과보고와 함께 2011년 활동이 종료된 환경 실무그룹의 재구성 및 가동을 건의해 기후변화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입은 나라의 상황을 알아보고, WMA에서 어떤 일을 더 해야 하나, 또 어떤 행동전략을 모색해야 하나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이번 서밋에서'건강한 기후를 위한 의료인의 역할'이란 주제의 강연을 했는데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

- 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회의에서 건강부분이 최우선 아젠다가 될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를 설득하고, 이들에게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또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건강문제 및 완화를 통한 건강혜택 관련 연구를 증진하는 것이 요지였다. 또 각 나라의 의사들 개개인의 인식제고와 병의원을 운영하는데 있어 그린 호스피탈 같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하자고 역설했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스턴 경이 더반에서 열린 WHO 주관 모임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정치인· 경제인의 말은 잘 안듣지만 보건의료인들의 말에는 귀를 기울인다는 것으로, 기후변화 문제에서 보건의료인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의사는 환자들이 신뢰하는 직역으로서 지구에 부담이 가지 않는 친환경적 생활을 선도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 혹한이나 혹서 등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가 현재 진행되고 있지만 발등의 불이 아니다 보니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나 보니 대책도 지지부진하다. 경제위기가 오면 각국 정상이나 재무장관이 바로 모여 대책을 세우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지구 온도가 2도 높아지는 것 까지는 적응하겠지만 그 이상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2도 이상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힘들거 같고, 길게 보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분야다.

WMA나 WHO, 각 나라의 보건분야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들고나와 정치·경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보완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기후변화의 중심에 보건의료가 중심에 놓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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