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무상의료·의료기관 명퇴제 등 '산너머 산'

coverstory 무상의료·의료기관 명퇴제 등 '산너머 산'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2.04.20 10:49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상의료' 두고 김용익 vs 의사출신 의원 공방 예상
복지위원장에 안홍준 거론…체계적 대국회 활동 필요

▲ 왼쪽부터 신의진·김용익·문정림·정의화·박인숙·안홍준 당선인. 그래픽=윤세호 기자

Cover Story

4·11 총선이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달성이란 예상 밖의 선전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의 승리 속에 6명의 의사출신 출마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박인숙 울산의대 교수(소아심장학과)와 정의화 전 국회부의장(부산 중동구)· 안홍준 의원(마산을)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다.

자유선진당 문정림 대변인과 새누리당 신의진 연세의대 교수(소아정신과)·민주통합당 김용익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중 박인숙 당선인이 상임위원회로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배정을 당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정림 당선인과 민주통합당의 보건복지 공약을 주도한 김용익 당선인도 복지위 배정이 확실해 보인다. 새누리당의 신의진 당선인 역시 복지위 배정이 예상된다.

나영이 주치의를 맡을 만큼 아동·여성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여성가족위원회를 함께 맡을 가능성도 있다. 여성가족위는 복수로 맡을 수 있는 상임위 가운데 하나다.

보건복지위원장으로는 3선의 안홍준 의원과 역시 3선인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복지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야당 몫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복지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며 여당 역시 복지위원장을 순순히 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두명 모두 3선 중진의원으로 무게감이 있지만 복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여당이 안 의원의 복지위원장 등극을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신경림 전 대한간호협회장 역시 복지위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몇주 전에 뛰어들어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을 꺾은 통합진보당의 김미희 당선인도 복지위 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희 의원은 서울약대를 졸업한 약사출신 의원이다.

'무상의료 전선' 김용익 vs 문정림·박인숙·신의진

19대 국회의 거시적인 보건복지정책은 민주통합당과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이 주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누리당이나 자유선진당과 같은 우파성향의 정당들은 대체로 세금을 거둬 보건복지체계를 강화하는 정책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의료와 관련해서 두 정당 모두 건강보험 급여의 제한적 확대와 제한적 서비스 제공 정도를 앞세웠다.

자유선진당의 경우 63%인 건강보험 급여율을 68%까지 올리겠다는 제한적 급여확대 공약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산전초음파·틀니·골관절염치료제·항암치료제 급여확대와 필수예방접종 항목 확대 정도를 공약했다. 공약의 대부분이 보건복지부가 이미 급여확대를 예고한 것들이라 새롭게 시도될 것은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건강보험 분야에서 5년간 13조7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는데 영상검사 수가구조 합리화와 약제비용 절감·약가 결정방식개편·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등 이미 복지부가 내놓은 절감안이 대부분이다. 의료와 관련해 거시적 개혁드라이브를 걸진 않겠다는 속내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등 좌파성향의 정당들은 공약으로만 보자면 거시적인 의료관련 개혁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관심 대상은 통합진보당보다 민주통합당이며 특히 민주통합당의 보건복지 관련 정책을 디자인한 김용익 당선인이 주목된다.

민주통합당과 김용익 의원은 공약으로 소위 '무상의료'를 내세웠다. 물론 무상의료가 공짜진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입원 진료비 90% 급여와 비급여 진료의 전면 급여·본인부담상한기준 연간 100만원 이하 등이 무상의료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의료계가 가장 신경쓸 수밖에 없는 것은 비급여 진료의 전면 급여화다. 비급여 진료 급여수가가 관행수가보다 낮게 책정될 경우 이는 수익감소로 바로 이어지는데,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급여수가가 관행수가 정도 혹은 그 이상 책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용익 당선인은 올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등이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전제로 "병의원이 보험진료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논의 가능성은 열어 둔 상태다.

김 당선인은 수가현실화를 전제로 내걸었지만 진료비를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관행 수가를 100% 인정받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상의료를 추진하려는 민주통합당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의료계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김용익 당선인을 제외한 문정림·박인숙·신의진 당선인들은 이미 민주통합당의 무상의료 공약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신의진 당선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료서비스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에 대해 의료현실을 경험한 의사로서 너무나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문정림·박인숙 당선인 역시 무상의료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무상의료를 추진하려는 민주통합당과 김용익 당선인의 공격을 문정림·박인숙·신의진 당선인이 방어하는 무상의료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시 보건지소 확충·민간병원 명퇴제…부담되네!

공공병원 확충안과 공급과잉된 민간병원을 한시적으로 명퇴시키는 민주통합당의 공약도 눈에 띤다. '규모의 경제'를 충족하지 못한 300병상 미만 민간병원이 한시적 명퇴대상이다.

김용익 당선인은 그동안 여러차례 한국 병원급 의료기관의 90.6%, 병상 기준으로는 70.0%가 300병상 미만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병원들이라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시적으로 비영리법인 병원 설립에 들어간 초기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받도록 보장해 의료시장에서 자율적인 철수를 촉진하고 정부가 이를 사들여 공공사회복지시설이나 도시보건지소, 일부는 공공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지역병상총량제'와 연계한 구조조정안도 내놨다. 300병상 미만 병원의 신설을 금지하고 300병상이 넘는 병원이라도 지역병상총량제를 적용해 병상과잉 지역으로 지정된 경우 신설을 억제한다는 안이다.

일부 병상과잉 지역에서는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지만 병원 설립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지, 공공병원으로 전환한 후 누적될 적자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등 보다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대대적인 공공병원 체계구축 공약도 제시됐다. 인구 5만명당 도시 보건지소를 1곳씩을 확충해 주민들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동네의원과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의료계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최소 100곳 정도 건립하자는 안도 제안했다. 300병상 미만의 민간병원을 구매하거나 병원 신설을 통해 공공병원을 확충하겠다는 안이다. 일부 민간병의원이 없는 의료취약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네의원의 경영에 피해를 주는 쪽으로 추진될 경우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통합당의 보건의료 관련 공약은 김용익 당선인이 토론회 등에서 밝힌 소신들과 대부분 일치한다. 사실상 김 당선인이 민주통합당의 보건복지 공약을 디자인했을 것으로 보는 근거다. 김용익 당선인은 민주통합당과 19대 국회에서 적극적인 보건의료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막아야하는 혹은 밀어야하는 예상 상정 법안들

대국회 활동의 꽃은 입법화다. 모든 단체들이 그렇듯 의협도 보다 자율적이고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들을 입법화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간다. 18대 국회에서 의협이 밀었지만 입법화를 하지 못했던 법안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19대 국회에서의 대략적인 그림들이 그려진다.

의협은 18대 국회에서 14개의 '의권 보호를 위한 법안'을 제안했다<표>.

 

법률안 내용 현황
과징금비율의합리적인조정을위한건보법개정안(2건) 업무정지사유구분·과징금부과한도인하 사실상 폐기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을 위한 정부 조직법 개정안 복지부 내 보건의료 차관과 사회복지 차관으로 임명
진료기록부 작성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는 기록의무 조항 삭제
처방전 위변조 금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의사가 교부한 처방전 위·변조 금지
임의비급여 제도 개선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환자의 동의를 얻어 비급여 진료 허용
수가협상 구조개선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2건) 제정위원회 권한 축소·요양급여비계약분쟁조정위 설립
수도권정비게획법 개정안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 병상증설 제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응급진료 중인 의료인 폭행·협박 금지 법사위 계류
공중보건의사에 관한 법률 공중보건의사 인사와 복무관리 등 규정 사실상 폐기
행정처벌 중복제제 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과징금과 과태료 중복 부과 완화
사법부 판단 전 행정처분 감면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 기소유예건 관련 복지부령에 따라 행정처분 감경·면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보건의료기관의 공제조합 임직원을 분쟁 대리인으로 선임

 

안타깝게도 14개 법안 가운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만이 24일 열릴 예정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응급의료 개정안에는 응급의료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나머지 13개 법안은 의협과 의료계가 다시 19대 국회에서 입법화에 노력해야 하는 숙제란 의미다.

집중과 선택으로 통과법안 공략해야

대국회 활동의 꽃은 입법화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입법화하려는 악법을 막는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역시 의협은 의사에게 불리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 개정안들의 입법을 막았다.

의협은 원외처방약제비 환수근거를 마련하고 요양급여대상 여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직권조사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 사실상 모두 폐기시켰다. 국민건강보험 총액계약제 도입을 위한 건보법 개정안을 막은 것도 수확으로 꼽힌다.

한달 뒤 18대 국회가 폐회되면 의협이 막은 법들도 모두 폐기되지만 19대 국회 시작과 함께 다시 살아나 입법여부를 두고 재격돌할 가능성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거짓이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게 한 요양기관에 대해 급여환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법안은 민주통합당 박기춘 의원이 2008년 대표발의했다.

의협은 부당청구를 판단하고 있는 기준이 의학적인 판단에 따른 기준이 아니라 건보재정 현황을 고려한 비의학적인 기준으로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반대했다. 의협의 반대에 막혀 박 의원의 법안은 폐회를 한달 앞둔 현재 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사실상 폐기다. 심평원이 가입자의 확인요청이 없는데도 진료내역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건보법 개정안은 환자와 의료기관의 사적 계약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로 사실상 폐기시켰다.

노환규 제37대 의협 집행부는 대정부 활동보다 대국회 활동에 더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의협이나 의료계가 원하는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 수준은 복지부와 같은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원하는 법안을 입법하는 대국회 활동이 녹록치 않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체계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의사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김주경 원장(무지개연합의원)은 "의원 한명이 임기 내내 매달려도 통과시킬 수 있는 법이 몇개 안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법들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소한의 명분도 갖추지 못한 채 친의사 성향이라는 것에만 기대 입법화를 추진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전략적인 대국회 활동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