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림 "김용익 당선인과 대결, 피하지 않겠다"

문정림 "김용익 당선인과 대결, 피하지 않겠다"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2.04.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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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 19대 국회 첫 입성한 '의사 국회의원'을 만나다(1)

의사출신 초선 국회의원들이 한달 뒤면 19대 국회 의정활동을 시작한다. 아직 직업정치인이라는 말이 어색하지만 4년간 펼칠 의정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우느라 부산하다.

의사출신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직업정치인으로서의 신념과 계획 등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20일 국회에서 이뤄졌다.
 -편집자 주-

▲ ⓒ의협신문 김선경
정치인 문정림에게 19대 국회의원직은 배수의 진을 치는 심정으로 벼랑 끝에서 얻은 값진 승리다. 총선 4개월여를 앞두고 외부인사로 당에 들어와 비례대표 1번을 받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때 0.6%까지 떨어졌던 당지지율을 3% 이상 끌어올리기 위해 선거기간 내내 전국을 누벼야 했다. 무엇보다 불확실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위해 천직이라 여겼던 교수직을 던졌다. 거의 모든 것을 건 셈이다.

'All or Nothing'인 정치판에서 다행히 문정림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모든 것을 건졌다. 하지만 숨돌릴 틈이 없다. 본게임은 이제부터다.

문정림 자유선진당 당선인은 숙제가 많은 의원이다. 문 당선인은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1번을 받아 당선됐다. 비례대표 1번은 당의 얼굴이자 상징이다. 의정활동과 함께 당을 알리고 당력을 키우기 위한 활동에 적지않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자유선진당의 당세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례대표 1번의 어깨는 무겁다.

의료계의 기대도 한몸에 받고 있는 만큼 의미있는 의정활동도 펴야 한다. 문 당선인의 인터넷상 필명은 '문크'다.' 문정림+잔다르크'의 약자인데 노환규 제 37대 대한의사협회장이 의료계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에 맞서 나가 싸워 달라는 기대를 담아 지어준 것.

자신이 지지했던 정당이 아님에도 많은 의사들이 문 당선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4.11총선에서 자유선진당에 표를 던졌다. 표를 던진 의사들은 당연히 호의에 합당한 대가를 바라고 있다. 문크라는 애칭에 걸맞는 활약 말이다.

당과 의료계를 두루 살피는 가운데 정치인으로서 눈에 띠는 필모그라피도 쌓아야 한다.

숙제가 많은 의원은 첫 단추 보다 끝 단추를 먼저 채워야 한다. 의정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러니하지만 4년 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4년 후의 계획이 명확하면 할수록 의정활동 전략도 명쾌해 진다.

문 당선인은 자신이 처한 이런 녹록치 않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후의 행보를 묻는 첫 질문에도 잠시 망설이더니 지역구 의원에 도전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직업정치인의 길을 가겠다는 각오다. 목표가 생긴 만큼 방향과 전략이 곧 잡힐 것이라고도 말했다.

▶ 문정림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

▲ ⓒ의협신문 김선경
▶4년 후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비례대표의 첫 행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4년 후 계획은?

인생이란 게 계획대로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교직에 20여년간을 몸담고 있었다. 그러다 대변인으로 정당에 들어갔다. 4개월 뒤에는 국회의원이 됐다. 드라마틱한 과정이다. 이제는 직업정치인이다. 앞으로 쌓을 4년 후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주어진 길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4년 후를 첫 질문으로 묻는 이유는 숙제가 많은 문 당선인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4년 후 어떤 길로 갈 것인지에 따라 숙제가 많은 문 당선인이 의정활동 내내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지역구 의원으로 도전할 계획인가?

(잠시 고민하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입법활동을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정치인이 되기 위해 많은 것을 버렸다. 직업정치인으로서 제대로된 길을 걸어 보겠다.

▶정치인 문정림은 보수우파인가?

그렇다. 보수우파다. 국가안보를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갖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다. 공정한 룰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장경제 체제가 여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 변화할 수밖에 없겠지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본질적 가치는 변할 수 없다.

▶새누리당과 차별되는 부분이 있나?

새누리당 역시 애초 보수적 가치를 가지고 출발했다. 태생적으로는 우린 충남 모태라면 새누리당은 영남 모태랄까. 자유선진당이 보다 보수적 가치를 견고히 하려 한다. 19대에서 5석을 가진 작은 정당으로 축소됐지만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견고히 하는 강한 정당이 될 것이다.

▶자유선진당의 견고한 보수성향이 젊은이들의 지지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당의 새얼굴로서 당의 전향적인 변화를 이끌 생각이 있나?

누구나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당관계자들 역시 자유선진당이 추구하는 보수의 기치를 훼손하지 않는 원칙아래 변화를 고민하고 있고 추진하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나를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는 한마디로 '따듯한 보수'다. 생명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의료 전문가인 의사를 당의 얼굴로 삼았다. 생명과 건강에 큰 의미를 둔 것이다. 의료계가 특히 이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공보이사를 맡았을 때부터 정치에 꿈이 있다는 말이 돌았다. 영입제의는 어떻게 들어왔나?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며 사회적인 재활시스템이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권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지난 11월말 자유선진당 대변인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자유선진당은 당내 사정으로 한동안 대변인이 공석이었다.

내부적으로 당내 인사를 대변인으로 빨리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과 외부에서 참신한 인사를 찾자는 의견이 부딪쳤는데 외부 인사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 과정에서 의료계의 많은 성원과 지지가 있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상임위원회로 보건복지위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것 같다. 확정된 것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보건의료 관련 이슈로는 드물게 '무상의료'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무상의료에 대한 견해는?

반대다. 비급여 진료를 전면 급여화하고 입원비의 90%까지 건강보험 재정에서 커버하겠다니 환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와닿겠나?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한 중증질환자이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요긴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불필요한 수요가 늘 가능성이 크다. 수년전 소아들의 입원 본인부담금을 감면하고 난후 의료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례가 있다. 불필요한 수요를 막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무상의료가 실현될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의 부담을 커버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방안들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의협신문 김선경
▶무상의료뿐 아니라 많은 정책들을 놓고 19대 국회에서 문정림 당선인과 김용익 당선인과의 대결구도를 그리는 사람이 많다.

언론들이 그런 기사들을 많이 썼더라. 김용익 당선인과 나의 구도라기 보다는 의료나 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가치 차이와 그로인한 시각차로 어쩔 수 없이 대결구도가 만들어 질 것으로 본다. 사안에 따라 합리적인 대안을 가지고 논의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김용익 당선인과의 대결구도가 부담스럽나?

김용익 당선인의 활동상과 논문 등을 많이 봤다.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하신 분으로 학문적인 성과에 대해 일정부분 존중한다.

다만 연구와 교육이 아닌 의료현장에서 자신의 연구성과와 현실과의 차이를 얼마 만큼 접목시켜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나하고는 가치와 인식차가 꽤 있다. 좋은 상대가 될 것으로 본다.

다만 19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결구도나 논쟁상대로 거론되는 것은 부담스럽다. 초선이기 때문에 내가 담당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나의 일을 한다는 마음가짐 정도 갖고 있다고 봐 달라.

▶보수정당이다보니 보건의료·복지관련 공약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가 떠오를 경우 복지 프레임에 보수정당들도 갇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유선진당 혹은 문정림식의 보건의료 청사진이 있나?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진료를 보장해야 한다는 기조다. 보장성도 확대해야 한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지않으면서 실현가능한 안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공공의료는 선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의료취약지역이 대상이 돼야 한다. 영리의료법인 허용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대선이나 총선 공약을 위한 공약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건의료와 관련해서 자유선진당의 기조와 진보정당간 차이가 없지 않나?

다르다. 속도와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사회적인 부담능력과 성장동력을 둔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아직 완성된 안이 없기 때문에 정교한 안들이 만들어지면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물론 보건의료·복지 정책을 만들때 현장 전문가인 의료계의 의견도 귀담아 듣겠다.

▶보건의료계와 관련해 상정하고 싶은 법안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일단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위해서도 의료계를 위해서도 환자를 위해서도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만 법으로 쉽게 강제화하는 것은 언뜻 쉽게 가는 길 같지만 주체들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시간이 걸리고 다소 천천히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싶다. 구체적인 법안들은 검토 중에 있다. 아직 복지위로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조금 기다려달라.

▲ ⓒ의협신문 김선경
▶무상의료와 함께 도시형 보건지소 설립·한시적 의료기관 명퇴제 도입·공공병원 100개 설립 등 민주통합당의 팩키지 보건의료 공약 등도 관심이다.

도시형 보건지소 설립안 등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바람직해 보일 수도 있다. 국민이 원한다면 자유선진당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도시형 보건지소의 역할이 진료여서는 곤란하다. 예방과 보건의료정책 실현을 위한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미 동네의원이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만큼 의료접근성이 좋은 나라가 있나? 자칫 도시형 보건지소와 동네의원이 불필요한 경쟁 구도 아래 놓인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서비스 재화의 비효율적인 분배를 낳을 수 있다.

공공병원을 일률적으로 100개 짓는다는 식의 정책도 이뤄져서는 안된다. 광역별 혹은 의료취약지별로 어떤 규모의 병원을 세우는 게 적절하다는 식으로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 지역적 특성에 맞게 산부인과병원이나 재활병원 등을 짓는다면 머리를 맞대 볼 의향이 있다.

▶의사출신 19대 초선 의원들과 안면이 있나?

김용익 당선인을 만난 적은 없다. 새누리당 신의진·박인숙 교수와는 친분이 있다. 신 당선인과는 환자를 통해 안부를 묻는 사이다. 내가 보는 소아재활 환자의 대부분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중복장애인이다. 그러다보니 환자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여성 언론인과 의사·법조인 모임인 '언의법' 모임에서 몇해 전에 만나 여자 교수로서 겪는 어려움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곤 했다.

여자 교수로서 서로 처지가 비슷해서인지 공감대가 많았다. 그때 신 당선인은 힘들지만 의사로서의 길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했고 나는 의사로서의 삶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결국 국회에서 만나게 됐다.

박인숙 당선인은 한국여자의사회 공보이사로 활동하면서 알게 됐다. 까마득하고 좋은 선배다. 겉으로는 강하고 무뚝뚝해보이지만 속이 깊은 분이다. 좋은 충고, 걱정도 해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의사 사회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젊은 의사들이 최근 여러 계기를 통해 단결되고 강한 정치적인 힘을 의료계든 의료계 외부로든 발산하고 있는 것은 좋아 보인다. 그 에너지는 의료계를 위한 큰 힘이 될 것이다. 다만 한순간의 폭발적인 힘보다 지속적인 인내와 관심 그리고 정교한 대안제시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의협신문> 독자들을 비롯해 의료계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당선인사를 드린다. 당선 직후 대략 축하문자만 1000여통을 받았다. 정말 감사드린다.

자유선진당에 대한 정치적 입장과는 다르게 혹은 사람 문정림을 보고 지지해 주신 선후배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열심히 의정활동 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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