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상대적 지표값만 공개...설명 없는 현황 통보 무책임
심평원 "경고 보다는 안내에 방점...제도 정착 협조 해달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2차 통보서를 발송하고 나서면서, 지표연동관리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계는 안내서 통보대상이 여전히 많고 내원일수 등 일부 지표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 반면 심평원은 의료기관들의 현황을 알려주어 자발적인 행태개선을 유도하는데 제도의 목적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당분간 현황통보 대상을 축소하거나 지표 값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2차 통보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는데, 핵심은 '제공되는 정보의 내용이 상대적 지표값으로 한정돼, 진료형태를 바꾸는 지표로 활용하기에는 한정적'이라는데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지표연동관리제 시행에 따른 2차 관리대상 1만 2000여곳의 명단을 확정, 해당 기관들에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번에 통보대상으로 선정된 기관들은 2011년 4분기 심사결정분 분석결과 △내원일수 △항생제처방률 △주사제처방률 △6품목이상 처방비율 △외래처방 약품비 등이 타 요양기관에 비해 높다고 판단된 곳.
여기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7805곳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82%에 해당되는 6416곳은 지난해 4/4분기에 이어 2번 연속 통보서를 받았다.
2차 현황통보가 완료되면서, 통보서를 받은 의료기관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단 제도시행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대상기관의 범위와 지표의 적정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통보대상이 요양기관 수가 너무 많은데다 내원일수 등 일부 지표의 경우 요양기관 자체적으로 이를 완벽히 통제할 수단이 없는데도 현황 통보 대상에 포함시켜 요양기관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는 "지표연동관리제로 1분기 전체의원의 30%에 해당하는 7800여 곳의 의원들이 통보서를 받았다"면서 "심평원은 요양기관들에 정보를 제공해 자발적인 행태개선을 유도한다는 일종의 관리기전으로 지표연동관리제를 도입했지만, 전체 의원의 30%에 가까운 기관들을 상대로 통보서를 보내는 것으로 제도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심평원의 현황통보 방식에 대한 불만도 높다. 다른 의원에 비해 지표 값이 높다는 정도의 정보만으로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
최근 심평원의 통보서를 받았다는 한 개원의는 "다른 의원에 비해 내원일수가 높다, 혹은 약품목수가 많다는 정도의 정보만 적혀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심평원에 행태개선을 위한 추가자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사례도 있다.
내원일수 등의 지표로 지난 4분기와 이번 1분기 연속으로 통보서를 받았다는 서울의 한 개원의는 최근 본지에 전화를 걸어 "특별히 진료행태가 달라진 점도, 동료 의원들에 비해 과잉진료를 하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몰라 심평원에 전화를 걸어 세부적인 자료를 요청했으나 '환자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로 제공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면서 "담당자가 '무엇이 문제인지는 선생님이 제일 잘 아시지 않느냐'고 말해 황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선을 하라면서 개선에 필요한 자료를 달라는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 아니냐"면서 "결국 명확한 근거없이 일정 기준을 만들고 자로 줄을 대고 긋들이 잘라 기관 명단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지표연동관리제를 현지실사, 수가 가감지급과 연계하겠다고 예고해 놓고는 수치를 줄이는 것은 결국 의료기관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면서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지표연동관리제의 목적은 의료기관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어 자발적인 행태개선을 유도하는 것으로, 의료기관에 경고를 하거나 압박할 목적은 없다"면서 "통보 대상의 범위나 일부 지표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것으로 아나, 제도 시행 초창기인만큼 즉각적으로 지표 등을 변경하기 보다는 어느정도 모니터링을 거쳐 개선점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분간은 안내서 통보대상이 되는 기준점이나 지표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는 설명.
다만 그는 "일종의 포지셔닝 기법으로 가능한 한 많은 기관들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옳다고 본다"면서 "추후 의료기관에서 행태개선 등 정책효과가 목격된다면 범위를 줄여 관리해 나가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세자료 미제공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통보서 상 제공되는 정보가 제한적이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로 보인다"면서 "통보서 하단에 표시된 주석에 따라 심평원 홈페지를 방문하면 보다 세분화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도 요양기관들의 불편이 없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