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4명 중 1명 정신질환 오인...교사 3명 중 1명 유전질환 인식
뇌전증학회 7일 '뇌전증' 선포식...인식개선ㆍ정책적 지원방안 모색
대한뇌전증학회는 7일 열린 '뇌전증 환자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책적 지원 방안 모색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암 뇌전증학회 부회장(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은 전국 22개 학교 학생과 교사 19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조사대상 학생 1377명 가운데 24.1%가 뇌전증이 정신질환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으며, 39.3%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아니요라는 응답자는 36.6%로 집계돼 뇌전증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뇌전증 환자는 위험하다는 응답이 32.1%였으며, 정규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응답도 43.8%에 달해 뇌전증에 대한 인식과 편견이 상당히 잘못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바로잡아야 할 교사들 역시 뇌전증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604명의 조사대상 교사 가운데 33.0%가 뇌전증을 유전질환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교사들의 36.8%는 뇌전증 환자를 정규반에 둬선 안된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정규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19.0%), 위험하다(11.9%) 등 편견이 적지 않았다.
이향운 대한뇌전증학회 홍보위원장(이화의대 교수·목동병원 신경과)은 "뇌전증 환자 10명 가운데 4명은 약물치료 후 완전하게 증상을 조절할 수 있고, 4명은 2∼3년 가량 항경련제를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한다"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전문의에게 정확히 진단을 받아 원인을 규명하고, 항뇌전증 약물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나을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김흥동 대한뇌전증학회장(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은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물조절을 통해 발작을 완전히 억제할 수 있고, 발작 조절이 완전하지 않은 일부 환자라할지라도 발작은 1년에 2∼3회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뇌전증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인식과 차별"이라며 "1년에 단 10분도 발작하지 않는 환자들이 편견의 고통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교육·취업을 비롯한 사회적 차별까지 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이날 오후 2시 덕수궁에서 '뇌전증 선포식'을 열고 뇌전증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당당히 병을 드러내 놓고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환자 권리 선언을 했다.